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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임금피크제 판결로 전전긍긍"…삼성전자 노조도 움직임
규정 변경·폐지 요구 우려…내부 대책 마련
2022-06-08 14:00:00 2022-06-08 14:35:29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합리적 이유가 없는 임금피크제 시행은 무효란 대법원판결 이후 예상되는 노동조합의 대응에 대해 기업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대법원이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임금피크제 규정에 대해 노조가 변경이나 폐지를 요구할 것을 우려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A사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현재 임금피크제 적용 비율이 약 30%에 달하고, 추후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예정인 근로자도 많은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판결 이후 노조가 임금피크제 규정 변경 또는 폐지를 요구하려는 움직임이 보여 전전긍긍"이라며 "내부적으로 긴급하게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노조, 한국노총 지침 배포 후 효력 검토 시작" 
 
B사는 "우리 회사는 수십 년 동안 노사 간 평화적인 문화가 정착돼 있었고, 임금피크제도 이러한 문화를 바탕으로 노사 합의로 도입해 원만하게 운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조가 기존 합의를 뒤엎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까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C사는 "한국노총의 임금피크제 대응 지침이 배포되면서 노조가 임금피크제 효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노사 양측이 주관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노사 관계에 비상등이 켜졌다"고 호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D씨가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달 2일 산하 조직에 '임금피크제 관련 대법원판결 대응 방향'이란 지침서를 배포해 대법원 판단 기준을 설명하고, 기준에 부합하면 노조가 해당 조합원의 소송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3일 임금피크제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사측에 발송했다. 전국삼성전자노조를 포함한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임금교섭을 두고 현재 사측과 대립하고 있으며, 공동교섭단의 요구안에는 임금피크제 폐지도 포함돼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와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요 경제단체, 대응 방안 모색 세미나 개최
 
이번 대법원판결에 대해 경영계도 주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기업에 대응 방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날 대법원판결의 주요 내용과 예상 쟁점을 파악하고, 향후 기업 대응 방안과 정책적 개선 과제를 모색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대법원이 밝힌 임금피크제 유효성 기준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적용될지,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2016년 1월)으로 정년이 연장된 이후 도입된 임금피크제 유효성은 어떻게 판단할지, 임금피크제 무효로 인한 임금 청구의 소멸시효는 임금채권(3년)과 불법 행위 손해배상청구권(10년) 중 어느 것이 적용될지 등 판단하기에 모호한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의 줄소송이 예고돼 있어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대법원이 밝힌 기준에 따라 직무 대비 임금 삭감 정도의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확보된 재원의 활용 방안, 이직·퇴직 대비 교육 등 보장책 등에 관해 노조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노사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임금피크제는 임금의 하방경직성이 높은 현실에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의 취업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된 것인 만큼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 체계 개편 시 개별 근로계약 또는 직군·직급 단위 근로자대표의 동의만으로 가능하도록 취업 규칙 변경 절차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7일 '임금피크제 대법원판결 관련 대응 방향'을 회원사에 배포했다. 경총도 임금피크제와 임금 체계 개편 관련 세미나, 전문가 회의를 비롯해 이달 말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를 열어 기업의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정책 건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법무법인 세종은 오는 9일 회원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판결 동향과 기업 대응 방안 온라인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김동욱·김종수·이세리 세종 변호사가 임금피크제 판결 상세 분석, 임금피크제의 쟁점과 기업 대응 방안 등을 내용으로 강연한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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