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우선 영화 ‘브로커’로 배우 송강호가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았다. 한국 배우로선 전도연이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에 이어 두 번째다. 남자 배우로선 최초다. ‘밀양’에선 전도연의 상대역이 공교롭게도 송강호였다. 이미 송강호는 국내를 넘어 칸에서도 보증된 ‘연기의 신’이다. 2019년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당시 내부적으론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이라고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조율됐었다는 후문도 있었다. 물론 한 영화에 두 개의 트로피를 수여할 수 없단 칸 국제영화제 룰이 적용돼 수상이 무산됐었다. 그래서 이번 ‘브로커’의 수상은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이었을 수도 있었지 싶다. 송강호의 연기가 당연히 명불허전이다. 또한 그는 ‘기생충’이전까지 칸 경쟁 부문에서 얼굴을 비춘 것만 이번을 포함 4번째다. 특히 칸 영화제 심사위원 활동 이력도 있다. 그래서 ‘브로커’에 쏠린 시선이 더 뜨거웠을 수 있다. 무리한 주장일 수 있지만 충분한 근거도 된다. 그럼 남은 건 이 영화 ‘브로커’ 그리고 이 영화를 연출한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이 영화에 쏠리는 찬사와 혹평. 송강호의 존재감과 감독의 이름값이 어느 정도이고 그 외에 어떤 점이 마이너스일까. 고레에다 감독에게 직접 들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CJ ENM
지난 달 28일 폐막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브로커’는 극단적인 호불호 평점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연 배우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 결과를 이끌어 냈다. 성공적인 결말이다. 그래서 제일 궁금했던 점의 첫 번째는 당연히 고레에다 감독의 한국영화 연출이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했지만 한국에서 한국의 자본으로 한국의 배우들과 함께 만든 한국영화다. 고레에다 감독의 첫 번째 한국영화계 진출작이다.
“제 연출작 가운데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도 있죠. 프랑스 영화였지만 그걸 특별하게 의식하고 만들지는 않았었어요. 단지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있다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죠. 이번에도 특별히 한국영화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다만 내가 한국에서 낳고 자란 한국인이 아니기에 모르는 부분은 많았죠. 시나리오를 쓸 때 취재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미 칸 국제영화제에서 자신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 줬던 ‘어느 가족’도 그랬고, 그 이전 작품들도 하나 같이 ‘가족’에 대한 얘기를 전한다. 좀 더 정확하게는 ‘관계’에 대한 얘기다. 이런 점은 동양권 문화에선 상당히 깊숙한 얘기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한국에서 낳고 자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 감독의 시선에서 ‘브로커’는 정서적으로 좀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일본 관객들에게도 이 영화가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CJ ENM
“어떤 입장이든 첫 번째는 한국 관객들이 봤을 때 거리감이 없어야 했죠.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어요. 그러다 보니 또 일본 관객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궁금해요. 사실 전 영화에 국적을 부여하는 게 크게 와 닿지 않는 사람이에요. 영화는 문화가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단 걸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 중 하나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고레에다 감독의 이런 ‘영화 국경 무용론’을 증명한 결과는 단연코 이번 ‘브로커’의 남우주연상 수상이다. 배우 송강호에 대한 신뢰는 국내 어떤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칸이 사랑한 한국의 두 거장 ‘박찬욱’ ‘봉준호’ 두 감독 모두가 송강호와 함께 칸에서 영광을 함께 했었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고레에다 감독의 송강호 신뢰는 앞선 두 거장 감독의 신뢰와 비교해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우선 그가 이번에 남우주연상을 탄 것에 진심으로 기뻤죠. 감독들은 아마 비슷할 것 같은데(웃음). 영화를 보고 감독에 대한 칭찬을 하면 ‘빈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실제로 합니다. 하하하. 그런데 출연 배우에 대한 칭찬을 하면 무조건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내게 더 할 수 없는 최고의 칭찬이었습니다. 최고였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CJ ENM
‘브로커’에서 가장 중요한 배역 중 하나인 ‘소영’ 역에 가수 아이유를 캐스팅한 것도 모두를 놀라게 했다. 물론 아이유가 국내에서 연기 경험이 전혀 없던 것도 아니다. 여러 작품에서 배우 이지은으로 꽤 인상적인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세계적 거장으로 불린 그의 눈에 아이유가 ‘배우 이지은’으로 보인 것도 여전히 의외였다. 그는 아이유의 연기 필모그래피 중 한 작품을 꼽으며 그를 추켜 세웠다.
“제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이지은에게 홀딱 반했었어요. ‘브로커’에 이지은을 캐스팅한 이유는 사실 그게 전부입니다(웃음). 사실 연기를 보면서 그가 가수란 걸 전혀 인식하지 못했었어요. 촬영 전 처음 화상으로 인터뷰를 했었죠. 그리고 제가 서울에 온 뒤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면서 배우들이 모여 리딩을 할 때 정말 표현력이 좋은 배우란 걸 알게 됐었죠. 이후 이지은의 목소리 매력을 부각시킬 장면을 수정해 넣기도 했었어요.”
송강호 이지은 외에도 ‘브로커’에는 강동원 배두나 이주영 등 국내에선 한 작품에 캐스팅하기 힘든 이름값의 배우들이 모두 등장한다. 당연히 ‘고레에다 히로카즈’란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거장 감독 작품에 대한 무한 신뢰가 배우들의 출연 욕구를 당겼을 것이다.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도 배우들에게 진심을 다했다. 영화 촬영 전 각각의 배우들에게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전달해 모두를 감동하게 만들었다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CJ ENM
“저는 아직도 노트북이나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아요(웃음). 진정성을 위해서라기 보단 그냥 제 손에 익숙한 것을 사용해요. 실제로 시나리오도 전 손으로 씁니다. 물론 언어로서 소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에 배우들에게 제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려 쓴 이유도 있긴 했죠. 시나리오가 마무리된 시점에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그 시점에서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담은 편지를 각각 전달했습니다. 촬영이 끝난 뒤에는 이지은 배두나 이주영에게 짧은 소감이 담긴 손 편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국내에 팬 층도 두텁고 국내 배우들 역시 함께 하고 싶은 감독을 꼽자면 거의 대부분 리스트에 포함된 연출자 중 한 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브로커’를 통해 한국영화계와 인연을 맺은 그는 앞으로 차기작 연출에 대한 아주 작은 힌트도 공개했다. 물론 차기작에서 한국배우가 나올지 가장 큰 관심이다. 일단 넷플릭스 작품을 차기작으로 준비 중이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진=CJ ENM
“이제 막 ‘브로커’가 끝을 맺었기에 바로 어떤 작품을 한국에서 할지에 대해 말씀 드리기엔 시기가 너무 빠른 것 같네요(웃음). 그리고 지금 시기에 ‘누구와 하고 싶다’라고 이름을 거론할 수도 없지만 당연히 욕심이 생기는 배우 분들은 있죠. 그렇습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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