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한때 암호화폐 시총 10위권내에 올랐던 국내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와 암호화폐 루나가 최근 일주일새 폭락하면서 이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가 루나·테라를 상장폐지한 데 이어 국내 거래소들도 하나둘 거래지원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그 사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저점 매수 시기라며 투기를 조장하는 움직임도 강하게 일며 암호화폐 시장 혼돈이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한때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게끔 설계된 가상화폐) 중 3위 규모였던 테라는 13일 전날보다 85% 폭락한 39센트로 주저앉았다. 지난달 개당 119달러까지 오르며 암호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내에 들었던 루나 역시 전날대비 99% 폭락한 1센트대로 추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루나·테라를 상장폐지하는 거래소도 하나둘 느는 실정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13일 한국시간 오전 9시40분 기준 테라가 발행한 암호화폐 '루나'의 거래페어를 제거 및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국내에선 고팍스가 가장 먼저 나섰다. 고팍스는 루나와 테라KRT(KRT)에 대한 거래를 오는 16일 오후 3시 종료하기로 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체 업비트도 20일 12시에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루나는 가치가 고정돼 있는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의 가격 안정화를 위한 채굴 코인이며, 테라USD는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들은 일종의 자매코인으로, 테라 가치가 오르면 루나가 소각되고, 반대로 테라 가치가 떨어지면 루나를 더 발행해 보완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최근 테라USD 시세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가자 루나 가치가 동반 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13일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습.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폭락으로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은 9개월여 만에 4천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연합뉴스)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인한 증시하락과 인플레이션 우려라는 악재가 나온 상황에서 테라와 루나의 급락현상은 국내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다. 국내 가상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상장폐지가 가시화되면서 남은 거래소에선 추가적인 시세 변동이 나타날 우려가 커졌다.
혼돈의 상황 속에서 일찌감치 매도에 나선 투자자들이 있는 반면 "저점 매수할 타이밍"이라며 투기적 성향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나타나 루나와 관련된 별도 커뮤티니를 형성해 투자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실제로 투자 유의 공지 이후 거래량 급증이 일어난 모습이 확인됐다.
업비트와 빗썸의 루나 코인 시세. (그래픽=뉴스토마토)
업비트에서는 투자유의가 공지된 지난 11일 9시 기준 루나 가격은 1716원이었는데 당시 거래량은 3억974만5518루나로 전일 대비 80배 가량 폭증했다. 반면 빗썸에서는 11일 24시 기준 루나 가격은 8575원, 거래량은 4억88만8518루나였다. 비록 시간 차이는 있지만 같은 날에 거래소별로 종가와 거래량 차이가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2일에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극대화됐다. 업비트에서 루나는 전날의 1000분의1 이하 수준인 1.57원까지 폭락했고, 거래량은 120억3703만1653루나로 전날보다 38배 이상 늘었다. 반면 빗썸에서는 같은 날 루나 가격이 절반 수준인 4140원으로 떨어졌고, 이 때 거래량은 1902만5082루나 수준이었다. 특정 거래소에서 투기세력이 하락을 과도하게 부추긴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비트는 13일 오전 11시 36분 이후부터 입출금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이 시각 코인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루나 하따 성공했다", "하따로 반등 노린다", "계속해라" 등 투자를 부추기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하따는 '하한가 따라잡기'의 줄임말로,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한 투자자는 "불안하지만 어차피 잃은 돈, 루나 곧 반등 올 거 같아서 시드(투자액)를 좀 늘려볼까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암호화폐 상품들이 계속해서 태동되고 있는데 문제가 이제서야 터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겸 앤드어스 대표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신뢰성에 대한 검증 문제가 이번에 터졌다"면서 "시장 심리가 위축되다보니 같은 암호화폐 시장에도 적용돼 실망매물이나 패닉이 터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 자체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으로 유지했다. 박 센터장은 "주식이 폭락한다고 망하는 게 아니듯이 암호화폐는 새로 탄생되는 시장으로, 향후 시장이 안정화되면 그 어떤 자산 시장보다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투기적 성향이 시장에 만연한 데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로선 가이드라인은커녕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개념 정립도 안돼 있어 책임 소지를 따지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박 센터장은 "주식시장의 경우 제도화가 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는 반면 암호화폐 시장은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관련 현상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없다"면서 "시장을 인정하고, 어떻게 안정화시키고 건전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정책과 제도를 하루 빨리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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