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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현대중공업, 사장단 소집 이후 '되레 위기'
권오갑 회장 “철저 대비” 발언 뒤 파업·사고 잇따라
중공업 잠정 합의했지만 일렉트릭·건설기계 줄다리기
후판값 상승에 2022년도 임금협상 불씨도 남아
2022-05-10 13:53:20 2022-05-10 17:26:06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최근 현대중공업(329180)그룹 최고 경영진이 불확실성에 대비한 위기의식 고취에 나섰지만 노사 갈등 장기화와 안전문제 등으로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지난달 20일 조선해양·에너지·건설기계·일렉트릭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 전체 회의를 소집해 중국의 상하이 봉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자잿값 폭등 등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했다.
 
권 회장은 당시 “앞으로의 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위기와 차원이 다를 수 있으므로 각 사별로 워스트 시나리오까지 감안해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아침에 공장 한 바퀴 돌아보는 형식적인 활동은 한계가 있다”며 “사장이 직접 현장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당부했다.
 
사장단 회의에서는 중대재해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방안이 공유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달 27일 울산 본사에서 파업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3사1노조 교섭 체제인데 5월10일 오전 현대중공업 부문에서 잠정 합의안 문구 조정이 끝났다. 나머지 두 회사에서 문구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조합원 투표가 진행되지 않고 파업 연장 가능성도 커진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그로부터 19일 뒤인 이달 9일 오전 6시 경북 경주시 현대중공업 냉천공장에서 질소탱크가 폭발해 세 명이 다쳐 병원에 옮겨졌다. 이날 사고로 한 명이 다리 골절, 두 명이 찰과상을 입었다. 현재 경주 소방서 등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2일에는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에서 협력업체 근로자가 가스 폭발로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같은달 26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협력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지부진한 임금협상으로 노사 갈등도 길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전면 파업 기간을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로 잡았지만 교섭에 진척이 없자 이달 13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 등 3사 1노조 교섭 구조다. 이날 오전 노사는 현대중공업 부문에서 잠정합의 문구를 마련했지만 나머지 일렉트릭과 건설기계 부문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셋 중 한 곳이라도 문구 정리가 안 될 경우 조합원 투표는 진행되지 않는다.
 
노조 관계자는 “오늘 (교섭에) 진전은 있을 것 같다”면서도 “합의안이 안 나오면 파업이 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역 사회의 지지도 호소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전날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이 사원 복지 시설인 서부회관과 동부회관 철수를 비롯해 주민 복지 사업을 축소했다며 임금 인상이 지역사회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업 이후 협력사 대표들이 조업 정상화를 호소했는데 배후에 사측이 있다고 의심한다. 사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파업 연장은 사측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이날까지 총 24척, 37억3000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 83억4000만 달러 대비 44.7%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선박 인도 기한을 어긴 적은 없다. 하지만 사측이 3사 1노조 교섭에 응하지 않겠다던 방침을 바꿔 지난 2일 교섭에 나선 점은 회사의 다급한 입장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문구 조정이 임금협상 타결로 마무리돼도 2022년도 임금협상이 남아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후판값 인상도 악재로 남아있다. 철강업계는 원자재인 철광석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 동결이나 소폭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선사는 후판값이 선박 수주 계약 때보다 크게 뛸 경우 매출에 직격탄을 맞아 인상폭을 최대한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조선사들은 후판값 인상 등 영향으로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가 급등과 인력난 등으로 조선업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파업이 아니라 노사가 경쟁력 강화에 힘을 모아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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