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어쩔 수 없는 표현이지만 그 조차도 어쩔 수 없다. ‘한때’란 단어. 배우 정준호에겐 ‘한때’ 충무로 모든 시나리오가 쏟아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절 ‘주연 배우’ 캐스팅 1순위에서 정준호는 항상 0순위였다. 그가 출연해서 흥행 했던 실패 했던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이름 석자가 영화 크랭크인을 이끌어 내는 최우선 조건이었다. 그만큼 정준호가 ‘충무로의 중심’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한때’다. 지금은 그의 선배 연기자들이 걸어왔던 것처럼 주연보단 그 주연을 뒷받침하는 조연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리고 이젠 그가 출연하는 작품의 규모도 조금씩 작아지고 있다. 세월의 무상함을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정준호는 이런 흐름에 대해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영화 현장이라면 메이저와 마이너에 대한 경계는 지금도 본인에겐 큰 의미가 없단다. 그건 잘 나갈 때도 마찬가지였고, 한 발 물러선 지금 현재에서도 변함 없단다. 그래서 영화 ‘어부바’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나선 지금이 너무 설레고 즐겁다고. 특히 이 영화 출연 결정의 9할 이상은 바로 정준호의 분신이나 다름 없는 아들 때문이었단다.
배우 정준호. 사진=트리플 픽쳐스
워낙 입담이 좋고 또 마당발로 유명한 정준호다. 그래서 규모 너무 작은 독립영화 수준의 ‘어부바’에 ‘정준호’란 이름이 거론됐을 때 사실 좀 많이 의아했다. 그가 이 작품을 출연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니었다. 정준호 정도의 이름값을 가진 배우의 출연료를 ‘어부바’ 정도 규모의 영화가 감당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일단 정준호는 이번 영화 출연이 돈 문제가 아니었다.
“우선 가장 먼저 아들 때문이었어요. 아들이 올해 9세인데,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마블 영화는 거의 박사 수준이에요(웃음). 이젠 아빠가 영화 배우인 것도 알고. 한 번은 ‘아빠는 어떤 영화에 출연했어?’라고 묻길래 ‘같이 보자’ 싶었는데, 9세 아들하고 볼만한 제 출연 작이 없는 거에요. 대부분이 너무 자극적이고 액션도 잔인하고. ‘이거 좀 그런데’ 싶었죠. 그런 시기에 ‘어부바’ 시나리오가 제가 건네져 왔어요. ‘이거구나’ 싶었죠.”
배우 정준호. 사진=트리플 픽쳐스
아내인 이하정 전 아나운서부터 ‘어부바’를 상당히 좋아했다고 전한다. 한때 조폭 영화가 충무로에서 가장 큰 흥행 소재로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정준호도 그 시절 가장 인기 있는 배우였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 이미지 영화 오랜 시간 뒤 출연하면서 아내와 아들 모두에게 큰 지지를 받은 것은 아빠 정준호에겐 가장 큰 힘이 됐다. 시사회에서 아내의 감상평은 ‘눈물’이었다고 소개했다.
“제가 출연해서 그랬겠지만(웃음) 아내가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내 동료 아나운서들도 많이 와서 봤는데 다들 눈물을 흘렀다고 전해 들었어요. 제가 출연했기에 과한 칭찬을 해주는 건가 싶죠. 그럼에도 한 편으론 이해도 되는 게 다들 아기 엄마들이라 부모 입장에서 봤을 거고, 영화 속 제 행동 하나하나에 공감하고 아픔을 느낀 것 같아요. 언제나 가족이 최우선이란 메시지, 거기에 공감한 것이죠. 그렇게 생각합니다.
배우 정준호. 사진=트리플 픽쳐스
아내가 눈물까지 흘린 점은 ‘어부바’ 속 정준호가 연기한 ‘종범’이 실제 정준호와 비슷한 성격이 많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정준호도 늦둥이 아빠다. 극중 종범 역시 늦둥이 아빠로서 공통점이 있다. 특히 극중 정준호의 아들로 등장하는 ‘노마’(이엘빈)가 너무 애어른 처럼 나온다. 정준호는 이에 대해 자신의 실제 아들도 너무 애어른 같다며 ‘진짜 비슷한 구석이 너무 많았다’고 웃는다.
“극중 노마하고 제 아들이 성격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약속 안 지키면 다 기억했다가 저한테 하나하나 짚으면서 따져요(웃음). 마냥 어린 아이로만 봤는데 때론 저한테 위로도 할 줄 알아요. 뭔가 인생 풍파 다 겪은 어른처럼 얘기하는 건 노마하고 제 아들이 진짜 비슷해요. 하하하. 그리고 ‘종범’이란 인물은 제가 뭘 준비할 필요가 없었어요. 우리 주변 모두의 아버지였어요. 제가 살아온 걸 되새기며 기억해 내는 것만으로도 ‘종범’에게 다가설 수 있었어요.”
배우 정준호. 사진=트리플 픽쳐스
영화는 큰 사건 없이 잔잔하면서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얘기를 전한다. 그렇기에 촬영 현장에서의 어려움보단 그 현장에서 느끼는 인간미와 동료애가 여전히 아직도 그리고 꽤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맴돌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배우로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의 맛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전하는 정준호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더 애착이 간단다.
“규모가 작은 작품이라 더 그럴 거에요. 작아서 애착이 가는 게 아니라 작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이 작품에 모두 함께 힘을 보탰어요. 함께 땀 흘리고 그 현장에서 함께 숨쉬고 있단 게 너무 기분이 좋은 거에요. 배우에겐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없어요. 그래서 저 뿐만 아니라 배우들 대부분이 출연료 개념 없이 아주 작은 돈을 받고 나중에 흥행에 성공하면 인센티브를 받는 걸로 했을 정도에요. 사실 돈은 큰 의미 없어요. 배우에겐 그 현장이 진짜 중요한 거에요(웃음).”
배우 정준호. 사진=트리플 픽쳐스
정준호는 11일 ‘어부바’가 개봉하면 아들과 함께 집 근처 극장에서 관람할 예정이란다. 아들과 함께 ‘어부바’를 볼 생각에 인터뷰 중간 입가에 미소가 절로 드러나기도 했다. ‘어부바’ 이후에는 당분간 MBC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에 집중하게 된다. 이 드라마에는 절친 신현준이 특별출연한다. 그 대가로 정준호는 신현준의 새 영화 ‘귀신경찰’에 특별출연하기로 했다. 일종의 품앗이라고 웃는다.
“‘쇼타임’ 특별 출연을 제가 신현준씨한테 부탁했죠. 그런데 며칠을 고민하다 하겠다고 연락을 하더라고요. ‘며칠을 고민했다는 게’ 그게 전 너무 기분 나빴어요(웃음). 연락 없을 때 제가 ‘탁재훈 형에게 전화할 테니 당신 일 봐라’라고 문자를 보내니 그때서야 하겠다고 연락을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보답으로 ‘귀신경찰’ 특별 출연을 하는데 기름값 정도 주면서 홍보 자료에는 주연처럼 해놨더라고요. 하하하. 일단은 ‘어부바’ 먼저 잘되고 ‘귀신경찰’은 나중에 얘기하죠.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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