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니 부모’ 설경구, 악마의 마음 연기했던 심정
“깊게 배역 들어가면 안될 작품…나 자신부터 답 내리면 안됐다”
피해 아이 걷던 길 걸으며 느낀 그 감정… “이 영화 끔찍한 카피”
2022-04-29 01:01:00 2022-04-29 13:10: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올 상반기 설경구가 쏟아지고 있다. 극장과 OTT를 가리지 않고 설경구가 쏟아지는 중이다.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설경구의 존재감은 보는 재미느끼는 재미그리고 상상의 재미’, 여기에 조금은 다르지만 예측의 재미까지. 사실상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재미란 형태의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거의 유일무이한 배우 중 한 명이라고 소개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설경구가 올 상반기 유독 쏟아지는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었다. 몇 년 전부터 촬영을 마무리하고 개봉 대기 중이던 작품들이 코로나19’가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정부의 방역 대책도 완화되면서 시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설경구가 출연해 올 상반기 선보인 여러 작품 중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무려 5년 전 촬영이 마무리된 작품이었다. ‘코로나19’ 이슈도 있었지만 함께 출연했던 한 배우의 불미스러운 문제 때문에 개봉 자체가 불투명했었다. 그러나 최근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개봉이 가능할 것 같단 소문이 충무로에 퍼졌다. 그리고 그 소문이 사실이 됐다. 재난 영화 장인으로 불리는 김지훈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너무도 유명한 일본의 연극이 원작이다. 설경구를 비롯해 연기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장인들이 총출동한다. 설경구가 만들어 낸 악마같은 마음의 재난적 상황이 모두 담긴 이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배우 설경구.사진=(주)마인드마크
 
우선 제목 자체가 워낙 강렬하고 또 독특하며 누구라도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설경구 역시 이런 이유 때문에 시나리오를 전달 받으며 무슨 내용일까라고 궁금증부터 샘솟았단다. 물론 자신의 절친인 김지훈 감독이 연출을 하는 작품이기도 했기에 특별히 더 관심이 갔다. 사실 설경구는 2012년 김 감독과 타워를 함께 작업하면서 이 작품에 대한 얘기를 조금씩 전해 들었단다. 그렇게 구체화된 작품이 손에 들어온 것이다.
 
“’타워이후에도 김 감독과 인연은 이어왔죠. 개인적으로 대학 후배이기도 하고. 자주 만나서 술도 마시고 그랬어요. 우선 이 영화의 원작 연극은 못 봤어요. 근데 전달 받은 시나리오 제목이 너무 강렬했죠. 내용도 강렬했어요. ‘타워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의 재난처럼 다가왔어요. 그 강렬함이 절 끌어 들였다고 하는 게 맞겠죠. 해야 하겠다 싶었어요. 지금도 잘한 선택 같아요.”
 
최근 OTT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야차가 공개됐다. ‘야차에서의 설경구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속 설경구는 같은 사람이 맞나싶을 정도로 결이 완벽하게 극단적으로 나뉘는 인물들이다. 비슷한 시기에 너무도 다른 느낌의 두 작품이 극장과 OTT에서 함께 공개가 되니 배우로선 난감하기도 하고 또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다. 그는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배역을 연기할 때 이런 점을 염두 했단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사진=마인드마크
 
“‘니 부모같은 경우는 배역에 너무 깊게 들어가면, 다시 말해 나 자신을 그 인물에 투영시켜 버리면 안될 거 같았어요. 영화 전체가 관객들에게 질문을 하는 구조인데 제가 너무 인물에 개입해 내 자신이 답을 내려 버리면 안될 것 같았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전 그렇게 시작을 안 했어요. 철저하게 시나리오에 충실 하려 노력했어요. 완벽하게 극중 강한결의 아빠 강호창으로만 연기를 했어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교 폭력에 대한 문제를 그린다. 그리고 그 문제의 중심에는 기존 여러 작품이 취했던 피해자 중심이 아닌 가해자 중심으로 풀어간다. ‘학교 폭력문제를 좀 더 날 것 그대로, 그리고 좀 더 깊숙하게 들여다 볼 기회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그 중심에 설경구가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을 소화하면서 특별하게 학교 폭력에 대한 문제를 더 생각하게 된 계기를 얻게 됐을까 싶었다. 참고로 학교 폭력은 설경구가 학생이던 시절에도 그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 현재도 당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그 문제가 새로워질 것도 없잖아요. 하지만 계속된 뉴스 보도를 보면 너무 화가 나죠.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사실 앞으로도 계속 될 지 모르죠. 그리고 그 폭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지능적으로 업그레이드만 되고 있어요. 예전에는 개인 대 개인이었다면 이젠 패거리로 좀 바뀐 것 같아요. 너무 끔찍한 현실이에요. 저희 영화가 뭘 바꿀 수 있겠어요? 근데 이 문제, 좀 계속 건드려 봐야죠.”
 
어른으로서 그리고 기성세대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런 마음은 영화 속 법정 장면에서 설경구의 즉석 대사 수정으로 이어졌다. 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자신의 아들을 위해 뻔뻔한 악마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깊은 부성애를 가진 보통의 부모이자 아빠의 모습을 선보인다. 법정 장면에선 이 영화 전체의 어떤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전달돼야 할 것 같아서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않고 대사를 바꿔 촬영에 임했단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영화 속에서도 너무 끔찍한 폭력인데 현실에선 더 심하다고 알고 있어요. 오죽하면 전 영화 속 아이들의 폭력 장면도 현장에서 안 봤어요. 그나마 휴대폰 촬영으로 보는 장면 때문에 휴대폰에 찍힌 영상을 보는 데도 끔찍하더라고요. 이런 모든 끔찍한 상황이 일어나면 안되기에 법정 장면에서 뭔가 호소하고 싶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변호사의 마음이 아닌 아버지의 마음이 전달되길 바랐죠.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않고 촬영에 들어가 찍었어요.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그걸 상영본에 집어 넣어주셨죠.”
 
설경구가 연기한 강호창은 접견 전문 변호인이면서 자신의 아들을 법정에서 변호하는 변호사다. 그는 아들을 변호하지만 영화 마지막 충격적 반전에 끔찍한 상황을 온 몸으로 느끼고 그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 장면에서 설경구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온몸에 돋아난 솜털까지 바짝 솟게 만들 정도다. 이 장면에 얽힌 뒷얘기에서 설경구는 너무도 많은 고민을 했었단다. 실제 촬영도 영화 속 등장 시간보다 훨씬 길었다고.
 
울면서 그 언덕을 제가 올라가야 하는데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제 입으로 영화 속에서 죽은 어린 친구인 건우이름을 계속 부르면서 미안하다라고 읊조리는데 죽을 것 같았어요. 제가 걸어간 그 길이 건우가 극단적 선택을 하며 걸어간 길이잖아요. 걷다가 주저 않아 울고 또 망설이고.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하지만 그 언덕 끝에 올라선 뒤에는 악마의 얼굴이 되잖아요. ‘자식이 괴물이 되면 부모는 악마가 된다는 이 영화의 포스터 카피. 그게 너무 끔찍해요 지금도.”
 
배우 설경구. 사진=(주)마인드마크
 
설경구는 올해 킹메이커에 이어 야차그리고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까지 연달아 세 작품을 선보인다.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작품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정지영 감독의소년들’, 김용화 감독의더 문’, 이해영 감독의유령그리고 변성현 감독의길복순까지다.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도 설경구의 질주는 계속된다. 데뷔 이후 이런 시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맞아요. 진짜 데뷔 이후 내가 이런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에요.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웃음). 근데 어느 배우는 6개인가 7개가 아직도 개봉을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걱정스럽고 큰일이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전 너무 감사하게도 극장에 계속 걸리고 있잖아요. 진짜 감사한 일이에요. 정말 하루 빨리 코로나이전으로 우리 모두가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무대 인사도 매일 다니면서 관객 분들 만나고 싶어요. 너무 그립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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