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니 부모’ 김지훈 감독, 그를 두렵게 했던 공포감 실체
“지금도 두렵다 한 아이 영혼 파괴되는 과정 표현 진심으로 잘 담아냈는지”
“모든 아이들 행복할 권리 있다. 영화 속 건우 아픔 우리 모두 고민할 기회”
2022-04-27 02:00:01 2022-04-27 02: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촬영이 끝난 지 무려 5년이 지났다. 촬영이 마무리된 후 5년 만에 개봉하게 된 이유. 이미 너무도 유명하기에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것보단 5년이나 흐른 지금이지만 이 영화를 여전히 그에게 공포로 남아있단다. 이 영화를 만들고 이 영화의 모든 걸 조율한 연출자인 감독의 입에서 공포로 남아 있다는 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발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말한 공포는 이런 것이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상황 그리고 얘기. 그것들이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로 박혀 있으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란 점이다. 사실 그가 공포로 남아 있단 것에 대한 진짜 핵심은 본인도 부모이기에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할 당사자이기도 했다. 학교 폭력의 피해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그린 동명의 일본 연극을 원작으로 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김지훈 감독. 그는 국내에서 재난 영화 연출 장인으로 통한다. 그는 이번 영화를 감정의 재난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인 이 영화 속 세계가 공포스럽다 했다. 김지훈 감독 그리고 그가 만든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이다.
 
김지훈 감독. 사진=(주)마인드마크
 
불가분의 문제로 인해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사실 개봉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출연 배우 중 한 명의 개인 신상 문제가 법적으로 해결이 됐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도 도덕적인 문제에서 홀가분해진 셈이다. 정말 어려운 시기이지만 극장 개봉을 강행했다. 당초 개봉 불투명상황에서 이렇게 스크린으로 상영하게 된 것만으로도 김 감독은 감개무량하단 속내를 전했다. 당연하게도 그럴 것이다.
 
너무 간절한 시간이었죠. 그럼에도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하나의 영혼이 철저하게 파괴되고 무너지는 걸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단 마음 하나로 버텨왔던 것 같아요. 좋은 원작과 시나리오 그리고 작가 분 여기에 배우들을 만나서 극중 피해자인 건우의 아픔을 전달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 같아요. 비록 영화이지만 실제로도 수 많은 건우가 있어요.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김 감독은 두렵다는 말을 했었다. 연출자는 당연히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영화 개봉을 앞두곤 더욱 그렇다. 내가 만들어 낸 내 자식같은 영화가 대중들에게 어떻게 평가를 받을지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내가 의도한 내 연출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까. 그런 마음에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다른 의미의 두려움이 더 컸을 듯하다. 짐작은 갔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사진=마인드마크
 
제가 정말 이걸 잘 표현했나 싶었어요. 지금도 그래서 두려워요. 한 아이의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는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과 과정을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넘침은 없었는지. 내가 이 아이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그걸 만들어 갔는지. 그 아이의 상처에 진심으로 아파했는지. 이런 마음이 영화를 본 뒤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될지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남아 있어요. 너무 두려워요. 재미로 볼만한 영화는 아니기에 더욱 더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어렵고 힘든 작품이라면 굳이 연출자로서 영화화를 고려했던 지점도 궁금했다. 촬영이 끝난 지 5년이 흘렀다. 하지만 김지훈 감독이 이 작품을 손에 쥐고 영화로 전환하는 작업을 한 것은 훨씬 이전이다. 국내에서도 연극으로 공연이 돼 무대극 마니아들 사이에선 꽤 유명했던 작품이다. 김지훈 감독은 그 원작 연극을 본 뒤 부모의 마음으로 생각을 하며 영화화를 결정한 듯 싶었다.
 
그저 그냥 좋은 작품 같아서 관객으로서 감상했었어요. 그런데 보고 나선 완전히 생각이 달라졌죠. 저도 학부모잖아요. 원작을 보고 나서 우리 아이도 가해자가 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드니 소름이 끼쳤어요. 그럼 그때 난 어떤 결정을 해야 하지 싶었죠. 대답 못하겠더라고요. 원작을 보면서 느낀 분노와 떨림 아픔을 다신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했죠. 다 함께 보면서 계속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했으면 했어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사진=마인드마크
 
한 아이가 폭력에 의해 철저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정말 끔찍할 정도였다. 김 감독은 이 과정을 영혼이 파괴되는이라고 표현했다. 영화에서도 그런 모습은 두 눈으로 똑바로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다. 그럴수록 고민스러움도 있었다. 폭력적인 부분을 묘사하면서 자칫 잘못하면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만 기울어질 가능성이 컸다. 연출자로서 정말 많은 고민이 투여된 지점이다.
 
제 생각에 물리적인 폭력에 의해 입은 상처는 치유가 된다고 봐요. 하지만 영혼을 파괴시키는 폭력은 피해자를 결코 회복시킬 수 없어요. 이것보다 더 끔찍한 지옥이 있을까 싶어요. 시각적으로 끔찍한 폭력을 보여주는 것보단 어떻게 한 아이의 영혼을 파괴하는지 그때 회복되지 못하고 절망으로 떨어지는지. 그런 모습을 함께 보고 아파해주셨으면 싶었죠. 그런 부분에 연출 포인트를 줬습니다.”
 
김 감독의 이런 연출 포인트는 현실에서 우리가 한 번은 봤었음직한 모습들이 간간히 투영돼 있었다. 몇몇 장면은 얼마 전 실제로 있었던 끔찍한 학교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겪었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해 가슴이 아팠다. 이런 과정을 원작이 존재하는 이번 작품에 적절히 녹여내고 배치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듯싶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작보고회 현장. 사진=마인드마크
 
제가 실제 사건의 배경도 많이 취재를 했어야 하는데 사실 안 했어요. 제가 너무 힘들어 질 것 같아서 비겁하지만 작가님에게 다 맡겨 버렸어요. 그리고 작가님이 조사해 오신 걸 보는데 진짜? 정말? 이런 말이 계속 나올 정도로 끔찍했어요. 오히려 저희 영화는 현실보다 더 수위가 많이 낮아요. 뉴스에도 많이 보도됐지만 피해 아이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 옥상에 올라가기에 앞서 무서워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쭈그리고 앉아 힘들어 하는 모습이 있잖아요. 그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학교 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교 폭력의 당사자인 가해 학생들을 괴물로 그렸고, 그런 학생들의 부모들을 악마로 그렸다. 영화적 과장이 투여된 게 아닌 굉장히 사실적이다. 이런 부모들의 사실감이 존재해야 영화적 감성의 이입은 더욱 높아질 것이었다. 부모들을 구성하는 게 사실상 이 영화의 성공 포인트였다.
 
“우선 설경구가 연기한 강호창은 초고 단계에서부터 변호사였어요. 뭔가 전문적인 느낌보단 변두리에 있는 접견 전문 변호사로 그렸습니다. 그 외에 의사와 전 경찰청장, 학교 내 선생님 등은 시나리오를 쓴 김경미 작가 설정을 따랐고 저도 동의했고요. 기득권 핵심에 선 병원장 그리고 학교 내부 정보 접근에 쉬운 선생님, 여기에 법의 감시를 조종할 수 있는 변호사와 경찰청장. 부모들의 직업군 선택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다 생각했죠.”
 
김지훈 감독. 사진=(주)마인드마크
 
김 감독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두고 감정의 재난영화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장기였던 재난 영화 연출을 빗대 감정적 재난에 대한 고통을 전달한다. 그는 여전히 그리고 아직도 계속 되고 있는 학교 폭력 문제가 이 영화로 인해 근절될 것이란 꿈은 절대 꾸지 않는단다. 다만 잊고 지낼 수 있는 문제가 다시 거론돼 어른으로서 이 문제에 책임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단다.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의 영혼이 파괴되는 과정까지 가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아이들은 행복하게 꿈을 꿔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불행하고 아파하고 힘들어 하면서 영혼이 파괴되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걸 몰랐단 이유만으로 이렇게 내버려 둔다면 너무 끔찍한 무책임 아닐까요. 영화 속 건우의 아픔을 우리 모두가 함께 아파하고 또 고민했으면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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