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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공생보다 마찰과 대립, 비관주의적 견해
2022-04-22 06:00:00 2022-04-22 06:00:00
인간이 행동하거나 판단할 때 마땅히 따르고 지켜야 할 가치 판단의 기준이 있다. 바로 법칙과 원리가 내제돼 있는 ‘규범’이다.
 
하지만 이익과 가치가 상충될 때 ‘종래의 규범’과 ‘새로운 규범’ 간의 가치가 충돌한다. 예컨대 자신을 수험생이라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시험을 볼 때 남의 답안지를 훔쳐보는 커닝(Cunning)에 대해 나쁜 짓이라고 배워왔다.
 
성적 만능주의 교단에서 성적으로 올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학생과 고액의 족집게 과외를 받은 학생의 성적이 공정할까. 더욱이 가난 속에도 정직하고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족집게 과외를 받은 학생의 답안지를 커닝했다면 개인적 가치관과 사회적 가치관 사이에서 혼란이 생길 것이다.
 
우린 이를 ‘일탈’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어떤 대상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관점인 가치관은 영역이나 목적, 사상, 조직 따위에서 달리하고 있다.
 
‘종래의 규범’과 ‘새로운 규범’이 충돌하면서 생겨난 일탈은 국가와 국가 간에도 발생한다. 미국·중국의 패권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불씨가 꺼지고 있는 세계경제의 협력 체계가 대표적이다.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국제평화의 유지를 목적으로 UN이 결성된 지 77주년을 맞았지만 설립 취지만 남은 채 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루를 자처했던 ‘세계 보안관’이자 초강대국인 미국이 ‘초’를 뺀 강대국으로 쇄락하면서 국제 정세는 더욱 냉랭해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세계질서의 환경이 재편되는 과정에 놓이면서 우리나라는 다양한 시대적 과제에 직면했다. 자유무역을 배경으로 하나로 연결된 공급망 벨류체인이 자국 이기주의와 노골적 편가르기로 쪼개질 현주소를 보고 있지 않은가. 말도 안 될 것 같던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 충돌’ 저서 속 비관주의적 견해가 그럴싸해 보이는 건 기우일지.
 
바버라 오클리의 저서 ‘나쁜 유전자’를 보면 왜 사악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끝없는 권력욕과 아집으로 일군 우상의 경외 대상을 경계해야하는지 잘 묻어나 있다. 마오쩌둥, 히틀러 등의 생애를 통해 사악한 사람들의 승리 방정식을 엿볼 수 있듯이 말이다.
 
또 하나의 전범 국가로 등극한 푸틴의 행태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체 운영을 파행으로까지 이끌고 있다.
 
공생보다 마찰과 대립의 후안무치인 푸틴이 서방국가의 제재를 비웃으며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 사이, 즈베그뉴 브레진스키가 주장한 ‘거대한 체스판’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석달 만에 0.5% 포인트 하향 조정한 배경을 보면, 장기간의 경고음은 불가피하다. 4.9%로 추락한 올해 아시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더 추락할 확률이 높아졌다.
 
마찰과 대립의 비관주의적 견해로 보면, 강대국 간의 파장만 고려할 부분은 아닌 듯 싶다. 대외 여파로 역풍을 맞고 있는 아시아 국가 간의 단결과 분열의 갈림길도 예사롭지 않은 일탈로 폭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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