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끔찍한 선택의 딜레마
‘인간의 시간’ vs ‘괴물의 시간’ 고민되는 선택, 자식과 부모 관계성 ‘주목’
‘자식 위한 어긋난 사랑’ vs ‘자식의 미성숙된 사회 의식’…사회 관점 논쟁
2022-04-20 01:00:02 2022-04-20 01:00: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당신은 괴물이 될 자신이 있습니까란 질문.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 아마 무조건 모두 없다라 말할 것이다. 그럼 질문을 아주 조금 바꿔 보겠다. ‘당신은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될 자신이 있습니까라고. 이제 당신은 분명 그리고 반드시 주저하게 된다. 주저이 세상 부모라면 당연히 무조건 그래야 한다고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조롱 하는 기분이다. 그럼 이렇게 된 마당에 한 발 더 나아가 보자. ‘당신은 (나쁜 짓을 저지른 자식이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했고 그걸 막기 위해서라면) 괴물이 될 자신이 있습니까라고. 여기까지 오면 주저의 개념이 없다. 찰나의 고민도 없이 뭐라도 할 수 있다고 매달리게 된다. 이 순간부터 부모란 이름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 세상의 시선에서 그들은 이제 괴물일 뿐이다. 우린 선택할 수 있다. 사람으로 남을 기회와 괴물이 될 시간. 이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그리고 이들은 괴물이 될 시간을 택했을 뿐이다. 그 선택의 몫이 가져다 줄 삶의 무게는 이렇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그걸 담아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동명의 일본 연극이 원작이다. 스포일러이기 보단 끔찍한 선택과 그 선택이 가져다 준 감당할 수 없는 책임 속에 인간과 괴물 그 중간 어디쯤에서 길을 잃은 여러 부모들의 민낯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누군가는 찰나의 고민도 없이 괴물의 시간을 택한다. 누군가는 괴물과 인간 사이 공감의 영역에서 혼란을 겪지만 끝내 현실을 외면하면서 스스로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의 속내를 드러낸다. 결국 무엇을 어떻게 했든 그들은 한 배를 탄 괴물일 뿐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선택의 기회를 준다면 당신은 도대체 어떤 카드를 집어 들겠나. 이 영화가 안내하는 길은 이렇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사진=마인드마크
 
한 학생이 호수에서 죽은 채 떠 있다. 명문 한음 국제중학교 학생 김건우다. 다행히 죽진 않았지만 의식 불명 상태다. 건우는 이 호수에 투신했다. 이유는 학교 폭력이었다. 건우는 피해자다. 건우는 자신의 반 임시담임을 맡고 있는 기간제 교사 송정욱(천우희)에게 투신 전에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자신을 괴롭힌 같은 반 동급생 4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병원 이사장 아들 도윤재, 전직 경찰청 고위 간부 손자 박규범, 한음 국제중학교 주임 선생님 아들 정이든, 그리고 변호사 강호창(설경구)의 아들 강한결(성유빈).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사진=마인드마크
 
학교장(강신일)은 편지에 적힌 4명의 학생 학부모들을 학교로 모두 모이게 한다. 전후 사정을 조합해 보니 편지의 내용은 사실이었다. 사건은 일파만파 커질 가능성을 담고 있다. 학교장은 학교의 명예를 위해 그리고 가해자로 확인된 4명의 학생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식을 미래를 위해 사건 은폐를 모의한다. 그 동안 끊임없이 이어진 학교 폭력은 그저 친구들 사이에 있었음직한 장난이 됐다. 건우의 투신은 건우의 개인적 문제로 변모됐다. 건우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전형으로 이 학교에 입학한 학생이었다. 가해자로 확인된 4명의 학생들과는 전혀 다른 가정 출신이다. 가해자 4명의 학부모들은 건우가 불우한 가정 환경 탓에 우울증을 앓아 투신을 했단 것으로 사건을 조작한다. 건우를 홀로 키우는 건우 엄마(문소리)는 아들이 공부가 힘들어 스트레스로 인해 투신한 것으로 알게 되고 힘들어 한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사진=마인드마크
 
가해자 부모 중 병원장(오달수)은 건우를 자신의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해준다.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날 경우 사건은 복잡해 진다. 반대로 건우가 이대로 죽는다고 해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건우의 상태를 관찰하며 자신의 아들 치부를 덮기 위해 악마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 접근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강호창 역시 아들의 치부를 위해 다른 부모들과 합심해 사건을 조사, 자녀들이 유리한 쪽으로 몰아갈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임시담임 송정욱이 양심 선언을 해 버린다. 사건은 급속도로 가해자 4명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간다. 가해 학생 4명의 학부모들은 사건 은폐를 위해 건우가 남긴 편지를 훼손시킨다. 또한 가해 학생들이 건우를 괴롭힐 당시 상황을 목격한 목격자(노정의)를 돈으로 매수한다. 하지만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난다. 건우가 끝내 숨을 거뒀다. 이제 편지는 유서가 됐다. 그리고 가해 학생 4명의 학부모는 건우를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까지 만들어 낸다. 이제 가해자는 한 명이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사진=마인드마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연출을 맡은 김지훈 감독은 국내에선 재난 영화 장인으로 불리는 연출자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장기는 유감 없이 발휘되고 빛을 낸다. 재난에 가까운 악한 감정이 스크린을 뚫고 관객들에게 쏟아진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그 양이 엄청나다. ‘학교 폭력이란 이름의 악함은 우리 모두가 견디기 힘든 감정의 퇴적물로 이미 존재해 왔다. 누군가는 그 폭력의 희생양이었고, 누군가는 그 폭력의 가해자로서 존재하고 있다. 반드시 그랬다. 그랬기에 이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 자체가 재난 양상을 넘어설 정도로 고통스럽다. 가해와 피해 당사자들에게 우린 자신을 이입시킨다. 나의 선택과 너의 선택 그리고 우리의 선택을 되물어 가면서 잘못과 힘듦의 고통을 물어 나간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사진=마인드마크
 
하지만 이 영화에서 바라보게 될 추악과 민낯의 경계는 고통과 통증의 유의미한 불일치를 넘어선 어떤 다른 영역을 바라보게 한다. 충격을 넘어설 정도로 정신을 뒤 흔든다. 가해 학생들의 끔찍한 폭력이 어쩌면 그 부모들의 대물림 속에서 이어진 유산이란 심증적 묘사는 인간이란 이름의 또 다른 괴물을 바라보며 객관화를 넘어서게 할 정도로 관점을 흔들어 놓는다. 내 자식을 위해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단 부모들의 어긋난 사랑과 그 사랑을 통해 미성숙된 사회 의식을 갖게 된 자식들의 주체성은 우리 사회 모두가 반드시 공동으로 논의하고 끊임없이 토론해 변모시켜 나가야 할 지점이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란 제목이 담은 함의는 이 영화 속 직시가 아닌 은유로서 스며들어있다. 이건 그 자체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관점과 논쟁의 잘못된 시선을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스틸. 사진=마인드마크
 
보이는 것 그대로 보고 믿는 것 그대로 믿는다고 진실은 아니다. 하지만 믿어야 진실이 되고 진실이 됐으니 믿어야 한다. 그게 우리 사회의 지금을 지배하는 정서가 됐다면 이건 분명 잘못된 논점이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결국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를 만들어 나아갈 근본적 문제의 실체를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를 거론하는 과정이다. 해법은 여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개봉은 오는 27.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