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색다른 구성이다. 총 10개 에피소드로 이뤄졌다. 두 시간 러닝타임을 10개 에피소드가 채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독립적이다. 짧은 에피소드는 5분 남짓, 긴 건 그 이상. 각각의 에피소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얘기들이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괴담 시리즈’부터 온라인에서 충격적인 경험담으로 전해지는 미스터리 사건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에선 실제일지 모를 듯한 현실감을 담은 에피소드도 있다. 공간이 주는 익숙함을 적극 이용했기 때문이다. 최근 1020세대 트렌드와 현실을 반영한 소재들도 눈길을 끈다. 사실상 10개의 숏폼 형식으로 이뤄진 이 전체 스토리는 어쩌면 비대면이 익숙해진 요즘과 그 이전 대면 시대 중간 어디쯤 이미 존재해왔었음 직한 새로운 개념의 장르와 형식으로 제시될 수도 있을 듯하다. 영화 ‘서울괴담’이다.
‘서울괴담’은 글자 그대로 괴담에 관한 내용이다. 무조건 한 번쯤 들어봤고, 심지어 경험도 해봤을 법한 얘기들이다. 장르적으론 전체를 관통하는 요소는 공포다. 하지만 오컬트와 사이코 호러, 크리처(괴물) 심지어 고어 장르에 판타지까지 끌어온다. 사실상 하나로 규정되기 힘든 요소들을 아우른다.
감정적으론 복수와 저주 욕망에 대한 코드들이 엿보인다. 어두운 터널을 홀로 지날 때의 두려움과 옆집에서 들려오는 의문의 소리 그리고 중고 가구에 얽힌 괴담 등은 분명 누군가의 입을 통해 퍼진 농담과 경험 사이에 존재하는 얘기들이다. 특히 다른 사람을 향한 그릇된 질투를 그려낸 모습은 본인 자신조차 반드시 한 번쯤 경험해 본 감정이다. 이런 모습들은 무려 1500편 이상 뮤직비디오 CF 그리고 공연 콘텐츠를 연출해 온 홍원기 감독 손에 의해 재탄생 됐다. 감각적인 부분이 많고 또 숏폼 형식이 극단적으로 강조된 탓에 영상적 임팩트가 강렬하다. 일반적 장르 영화의 톤 앤 매너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고 이질적이다. 짧고 강한 느낌이 살아 숨쉬는 느낌은 홍 감독의 전매 특허인 뮤직비디오와 CF 연장선에 있는 미장센으로 공감될 수 있다.
영화 '서울괴담'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총 10개 에피소드는 각각의 스토리라인에서 홍 감독의 장단점을 느끼게 한다. 첫 번째 ‘터널’은 배우 김도윤이 출연한다. 영화 ‘반도’에서 강동원 매형으로 출연한 그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짧고 간결하지만 강한 힘을 강조한 전체 스토리의 오프닝 성격을 띤 에피소드를 장식한다. ‘터널’ 미장센은 다섯 번째 에피소드 ‘층간소음’과 정서적으로 연결된다. 폐쇄 공간 그리고 압박된 긴장감은 홍 감독이 ‘서울괴담’을 만들면서 10개 에피소드로 구성한 것에 대한 지배적 정서다. 일상이 머무는 자신만의 집이 한 순간에 뒤집힌 공포의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호러와 판타지를 결합한 상상력이 돋보이면서 온 몸을 오싹하게 만든다.
영화 '서울괴담'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온 몸의 솜털을 치솟게 만드는 에피소드로는 두 번째 ‘빨간 옷’과 세 번째 ‘치충’을 들 수 있다. 먼저 ‘빨간 옷’은 가장 유명한 인터넷 괴담 중 하나인 ‘빨간 옷’ 시리즈에서 따온 듯한 스토리다. 학창 시절 왕따 그리고 자살로 설명되는 기본적 내용은 뻔한 스토리이지만 영상 묘미로선 전신의 감각을 자극하는 데 가장 적절한 에피소드다. 스크린을 보는 눈을 질끈 감게 만들고 청각을 후벼 파는 음향을 두 손으로 막는 자신을 저절로 보게 만든다. ‘치충’은 치과 배경 얘기다. 치과는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공포의 공간이다. 극심한 치통의 원인, 알 수 없는 기생충 감염 등 온 몸을 진저리 치게 만드는 미장센과 설정투성이다. ‘치충’ 에피소드를 본 후 잇몸 근처가 근질거리는 환상통까지 느껴질 수 있다.
영화 '서울괴담'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가장 현실적 에피소드는 여섯 번째 ‘중고가구’다. 중고 물품 거래 플랫폼이 활성화된 현 시대와 얽힌 이런 괴담은 반드시 하나쯤 들어봤을 듯하다. 해당 에피소드는 ‘물건에는 사용자의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 옛 어른들의 얘기 그리고 장르 공포 영화에서 한 번쯤은 반드시 봤음직한 설정 등이 결합돼 가장 현실적 얘기를 그려내 버렸다. 물론 열 개 에피소드 가운데 가장 상업적 코드가 돋보이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중고가구’ 에피소드를 본 뒤 집안 장롱과 옷장을 더듬어 확인하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를 정도다.
영화 '서울괴담'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가장 충격적이고 섬뜩한 에피소드는 아홉 번째 ‘마네킹’. 마네킹의 비정상적 움직임 그리고 사람과 마네킹 중간에 위치한 피부톤, 일상의 공간이 만들어 낸 익숙함이 결합돼 기괴한 감성을 만들어 낸다. 주인공을 추격하는 장면에선 뒷골이 쭈뼛한 느낌을 받게 될 정도다. 또한 충격적 엔딩도 마찬가지다.
이외에 네 번째 에피소드 ‘혼숨’이 그려낸 소녀들의 감성, 일곱 번째 에피소드 ‘혼인’에서 섬뜩한 인상을 남긴 모델 출신 배우 이영진의 아우라. 극단적 질투심에 대한 여덟 번째 에피소드 ‘얼굴도둑’, 마지막 열 번째 에피소드 ‘방탈출’이 담은 판타지는 장르 영화에서 끌어 온 전형성을 탈피한 연출 기법을 주입한 숏폼으로서의 색깔이 꽤 그럴듯하다.
영화 '서울괴담' 스틸.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전체적 완성도는 에피소드마다 높낮이가 분명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짧고 강렬한 느낌을 요구하는 신세대 감성에는 상당히 유효 적절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 강점은 임팩트에 반응하는 요즘 세대에게 맞춰진 구성이다. ‘서울괴담’이 전하는 공포의 전형성 탈피는 어쩌면 시대 반응적 요구일 듯하다. 개봉은 오는 27일.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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