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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국민의힘 원내대표에 '윤핵관' 권성동…당정 수직관계에 여야 갈등 불가피
권성동, 당선 수락연설서 "우리가 함께할 때만 윤석열정부 성공"
윤석열, 권성동 원내사령탑 선출에 "환상의 호흡으로 원팀되자"
2022-04-08 17:15:40 2022-04-10 18:22:46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에 4선의 권성동 의원이 선출됐다.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권 신임 원내대표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불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이다.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윤 당선인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이는 역으로 당청 수직관계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권 신임 원내대표가 윤 당선인의 뜻만 좇아 새정부 뒷받침에만 몰두할 경우 여야관계 역시 대립이 불가피해진다. 그 역시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우려 덜기에 매진했다. 
 
권 신임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110명 중 102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몰표에 해당하는 81표를 받아 차기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경쟁자 조해진 의원은 21표를 얻는 데 그쳤다. 권 원내대표는 당선 수락연설에서 "여러모로 부족한 저에게 중책을 맡겨주셔서 감사하다"며 "기회를 가져서 기쁘지만, (한편으로는)어깨가 더 무겁고 험난한 길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이 많이 된다"고 했다.
 
8일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2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전임 원내대표에게 꽃다발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선거는 '몰표' 결과에서 확인되듯 권 원내대표가 진작에 원내 사령탑을 예약한 모양새였다. 권 원내대표는 윤핵관으로 불릴 정도로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윤 당선인과 '검찰' 및 '강원' 교집합을 가진 그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권에 입문할 때부터 그를 도왔다. 때문에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 눈치를 보지 않고 반기를 들 이는 없었다. 그 역시 당과 대통령의 협력을 통한 '강한 집권여당'을 구현하겠다며 차기 원내대표에 욕심을 냈고, 이를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내각 참여에 선도 그었다.
 
이와 함께 당 지도부는 물론 윤 당선인까지 권 신임 원내대표를 지원사격했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김태흠 의원은 지난 4일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를 면담한 뒤 원내대표 불출마를 선언하고 충남지사 출마로 선회했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로부터 충남도지사 출마 요청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 의원의 결정엔 윤 당선인의 권유가 있었고, 이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걸로 전해졌다. '윤심'이 확인되자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꼽혔던 김도읍·윤상현 의원 등은 출마를 주저한 끝에 결국 선거에 나서지 않았다. 그렇게 사전 교통정리는 완벽히 됐다. 
 
8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자인 권성동 의원(사진 오른쪽)과 조해진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2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투표에 앞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설적으로 '윤핵관' 권 원내대표에게 기대보다 우려도 커졌다. 대통령과의 소통에서는 유리하지만, 역으로 대통령 심기만 살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국정과제를 지원하는 데만 급급, 여야 협치가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내대표 경쟁자였던 조해진 의원이 출마 기자회견과 선거 상호 토론에서 꾸준히 이런 점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조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누구와 가까우니까 유리하다, 힘 있는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는 그간 고장 난 녹음기처럼 지루하게 들어온 논리"라고 했고, 상호 토론에선 "권 후보가 인터뷰에서 말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 거래',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총리가 안 될 것' 등의 발언은 윤 당선인과 사전에 교감을 한 것이냐"고 압박했다. 이어 "'봉하대군'(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만사형통'(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문고리 3인방'(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 3인방) 등의 결과가 어땠냐"며 "큰 일을 해야 할 권 후보께서 유념하셨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권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 "당선인과의 신뢰를 바탕에 둔 건강한 당정관계로 당이 국정운영 중심에 서겠다"며 "경선·대선 때 당선인께 쓴소리와 직언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 바로 저"라고 반박했다. 또 "역대 정부가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청와대에 권력이 집중되고 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며 "수직적 관계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저고, 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8일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2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정작 원내대표로 선출이 되고서는 당정일체를 역설, 수직적 관계 우려를 말끔히 벗어내지 못했다. 그는 수락연설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함께 할 때만 윤석열정부의 성공이 가능하다",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이 순항하도록 노력하겠다" 등 당정일체와 윤석열정부 뒷받침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도 당정일체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권 원내대표 선출을 크게 반겼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원내대표 선출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당선인이 권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해 '국민을 위해 함께 제대로 일 해봅시다'라면서 축하했다"며 "'당정이 환상의 호흡으로 국민만을 위한 원팀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당선인은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0선 대통령'이고 정치 초보인데, 국회는 하필 여소야대 형국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측근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는 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수직적 관계라고까지 보진 않더라도 일정 부분 집권여당과 대통령의 관계가 일사불란하게 되는 건 피할 수 없어 보인다"라고 했다. 신 교수는 국회 협치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며 "여소야대 정국에선 집권여당이라고 해서 크게 힘을 쓸 여지가 많지 않다"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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