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야차’, 충무로와 할리우드 경계 지운 ‘액션 레전드’
스파이 액션 장르 클리셰 ‘국가’·‘이념’ 벗어난 ‘개인’간 대결 구도↑
공간적 신비감 ‘중국 선양’ 배경, 스토리 라인 강화+캐릭터 ‘구축’↑
2022-04-07 01:00:01 2022-04-07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국내 상업영화에선 기피 영역으로 규정된 장르가 있다. 대표적으로 우주 배경 SF장르가 있다. 할리우드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이 장르가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 등장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스파이 액션이다. 스파이 액션은 앞선 우주 배경 SF와 다른 결 때문에 상업 영화 시장이 기피해 왔다. 앞선 장르가 막대한 제작비와 제작 환경 조성 문제로 실제 제작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낮았다면, 스파이 액션 장르는 다국적 해외로케이션 문제 그리고 관객을 공감시킬 수 있는 우리만의 현실적 스토리라인이 관건이었다. 전 세계 유일 분단 국가이기에 간간히 시도됐던 스파이 장르 대부분은 북한과의 연계성에 갇힌 스토리 한계점이 두드러졌다. 스파이 액션 장르 최대 변수인 반전은 다분히 예측 가능한 수치로 점쳐졌다. 매력적 악역 캐릭터 구축은 물론 주인공에 대한 서사 논점도 이 한계에 꽁꽁 묶여 버렸다. 그래서 이런 모든 지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대규모 물량 공세를 앞세운 할리우드가 이 장르를 독점해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런 논쟁적 요소를 모두 전제하고서라도 넷플릭스 영화 야차가 정말 괜찮은 스파이 액션 장르 프랜차이즈로 격상될 수 있는 가능성이 넘쳐 흐른단 점을 분명히 거론하고 출발해야 할 듯하다. 이 영화에 절대 놓치면 안될 최고 기대작이란 표현은 최근 몇 년 동안 등장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적절한 비유다. 사실상 야차의 약점은 스크린 감상을 할 수 없단 점뿐이다. ‘야차는 당초 스크린 개봉작이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넷플릭스 공개로 전환됐다.
 
영화 '야차' 스틸. 사진=넷플릭스
 
이 영화는 제목처럼 야차같은 두 남자가 등장한다. 실제 별명이 야차인 지강인(설경구)은 중국 선양에서 온갖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목적을 이루는 국정원 해외 비밀공작 블랙팀 리더다. 그는 불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게 정의란 신념의 소유자다. 반면 한지훈(박해수)은 거대 재벌 기업 회장 비리를 수사해 법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 처벌하기를 원한다. 반드시 법을 지키고 정의로운 방식을 통해서. 두 남자는 각각 야차처럼 무자비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강인은 내부의 두더지’(첩자)로 인해 자신의 팀 전체를 잃게 된다. 전 세계 스파이들 최대 접전지 중국 선양에서 이 첩자는 도대체 누구에게 포섭된 걸까. 그와 동시에 지훈은 한국에서 확실한 증거를 잡아냈지만 엄청난 권력을 이용한 대기업 총수와의 대결에서 패해 국정원 특별감찰 검사로 좌천된다. 이렇게 두 남자는 각기 다른 세계에서 쓰디쓴 패배를 경험한다.
 
영화 '야차' 스틸. 사진=넷플릭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몇 년 뒤, 지훈은 국정원 고위 간부를 통해 중국 선양 블랙팀에 대한 특별 감찰 지시를 받는다. 이 팀은 야차라 불리는 지강인이 이끄는 또 다른 팀. 특별 감찰 대가는 검철청 복귀. 지훈은 고민 없이 곧장 중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중국에서 만난 지강인과 그의 팀원들. 지훈에게 적대적이다. 감찰에 대한 거부감은 당연하다. 하지만 유독 적대적이다. 블랙팀 특유 비밀 공작에 대한 보안문제도 있지만 그를 넘어선 적대감이다. 강인과 그의 팀은 지훈이 오기 전부터 엄청난 공작을 주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훈이 온 뒤 정보가 세고 있는 것이 포착된다. 더욱이 선양에 전 세계 스파이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 중에는 몇 년 전 강인의 팀을 전멸시킨 공작 배후로 의심하는 일본의 글로벌 스파이 ‘D7’까지 포함돼 있다. 지훈은 강인 팀이 벌이는 공작에 대한 실체 그리고 그 실체를 중심으로 동북아 전체 국가가 움직이는 이유를 캐기 시작한다.
 
영화 '야차' 스틸. 사진=넷플릭스
 
야차는 어느 쪽으로 시선을 두느냐에 따라 뻔한 클리셰 스토리가 될 수도, 그 정반대가 될 수도 있다. 강인과 지훈을 중심으로 동북아 전체 국가의 스파이 내전으로 볼 수 있다면 007 스토리 라인에서 봤음직한 여러 설정이 등장한다. 이어 야차이전 국내 상업영화 시장에 등장한 바 있던 스파이 장르 영화 핵심 소재인 북한도 등장하기에 클리셰 채도는 더욱 짙어진다. 하지만 이 얘기를 개인간 대결로 좁혀 보면 굉장히 색다른 소재가 된다. 전체 스토리 라인도 개인에게 집중된 설정과 흐름으로 이어져 간다. 냉전 시대 이념 논쟁과 같은 거대 담론은 이 영화 설정과 스토리 라인에는 맞지 않는다. 오롯이 개인의 선택적 문제를 거론한다.
 
현실 세계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동북아 정세 판도 변화 그리고 힘의 논리에 따른 우위 선점 전략 등은 꽤 사실적이다. 이미 한중일 3국과 함께 러시아와 북한이 포함된 동북아 정세는 미국까지 끌어 들인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모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야차 전체 흐름으로 꽤 유려하게 변모됐다. 지강인의 블랙팀을 향한 동북아 지역 국가 스파이들의 타깃 설정, 역으로 이어지는 지강인의 타깃 조준 등은 영화적 설정이 극대화됐다곤 하지만 꽤 긴장감 넘치는 현실 위험도를 영화적 세계관으로 적절하게 녹여 낸 지점들이다.
 
영화 '야차' 스틸. 사진=넷플릭스
 
스파이 액션 장르이고 총성 없는 전쟁이 스파이 전쟁 핵심이기에 야차가 이른바 마우스() 액션일 것이란 예상은 금물이다.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강도가 세고 수위도 최고인 총기 액션이 등장한다. 권총부터 자동소총은 물론 칼 액션과 육탄전 등 등장할 수 있는 모든 액션 종류가 전부 나온다. 수위도 상당하다. 피와 살점이 튀는 광경은 19금 액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운드에 따른 액션 수위의 상상력 자극도 강렬하다.
 
국내에선 낯선 공간인 중국 선양 지역에 대한 묘사도 볼거리다. 전 세계 스파이들이 몰려든 공간답게 비밀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지역을 지배하는 정서인 슬럼화된 공간 그리고 각국 스파이들과 함께 개인의 이익에 따라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는 토착 세력들의 잔인한 면모도 눈길을 끈다. 그들을 쥐락펴락하는 보이지 않는 정서와 권력이 만들어 내는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 야차로 군림하는 지강인의 카리스마는 상상을 넘어선 매력을 뿜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 '야차' 스틸. 사진=넷플릭스
 
일부 장면에서 다소 작위적 설정이 강하게 다가온다. 쥐떼를 이용한 탈출 작전은 국내 유명 업체의 로고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현실적 제작 환경을 고려한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 외에 대부분은 상업적 수위 면에서 상당히 높은 순도를 자랑한다. 지강인을 중심으로 한 권력 구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나 한지훈을 중심으로 한 권력 전쟁 끝판이나 정의가 바라보는 부조리의 면모는 같은 모습이다.
 
야차’, 굳이 한국형이란 수식어를 쓸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 자체로 새로운 개념의 스파이 액션 장르가 됐다. 이제 야차로 인해 충무로와 할리우드의 경계선은 무의미해졌다. 8일 넷플릭스 공개.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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