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파친코’ 이민호 “배우로서 반드시 출연했어야 할 작품”
“‘파친코’, 날 부셔버리고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 같았다”
“선배들 있기에 지금의 나 있다…지금 내 자리에서 연기할 것”
2022-03-25 01:01:01 2022-03-25 01:01: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굉장히 낯선 오랜만이라고 하고 싶다. 2020년 봄 더 킹: 영원의 군주이후 2년 만이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오랜만이다. 이어서 낯선은 이런 의미다. 그가 출연하면 장르가 규정된다. 저절로 판타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그의 멋진 외모는 하나의 장르가 돼 버렸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어떤 얘기라고 해도 그는 꽃보다 아름다운남자로 여심을 홀리고 자극하고 유혹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거친 남자, 그리고 악함이라고 할 수 있는 배역을 연기했을 때 놀라웠다. 사실 그는 이런 배역에 대해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도대체 왜 이제야 이 배역을 맡았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로 맞춤형 연기를 선보였다. 사실 그의 연기가 뛰어난 기교파란 것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대중들 역시 부인 못할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3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뭔가 달라진 시각을 드러내는 듯하다. ‘더 킹: 영원의 군주이후 꽤 많은 작품 출연 제안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배우들에겐 생소한 OTT플랫폼 애플TV+ ‘파친코를 선택한 것을 보면 말이다. 배우 이민호의 얘기를 이렇게 시작한다.
 
배우 이민호. 사진=애플TV+
 
이민호가 출연 못할 작품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까지 이민호란 이름 석자라면 그 자체가 장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정제된 캐릭터와 스토리가 떠올랐다. 결과적으로 이민호는 지금까지 자의였든 타의였든 자신의 이미지를 어떤 틀 안에 가둬놔야 했다. 그래서 이번 파친코캐릭터는 그에겐 더 없는 파격으로 비춰지고 엄청난 도전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게 됐다.
 
사실 그래서 이 작품을 더 출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이전에도 이미지를 고려해 선택한 작품은 없었어요. 다만 제가 맡았던 배역들이 거의 판타지적인 인물들이 많았죠. ‘파친코는 나를 부셔버리고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표현의 기회처럼 다가왔어요. 오디션 제의를 받고 너무 강하게 끌렸어요. 배우로서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배역이었어요. 반드시 출연하겠다고 생각했죠.”
 
그 정도로 이민호는 파친코한수란 인물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원했단다. 하지만 캐스팅이 아닌 오디션 제안이었다. 물론 오디션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일상적인 오디션과는 좀 다른 지점이라고 해야 옳을 듯하다. 국내에서의 오디션과 달리 미국에서의 오디션은 할리우드 특급스타들을 제외하면 일종의 관행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될 듯하단다. 그래도 사실 오디션이란 단어에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고.
 
배우 이민호. 사진=애플TV+
 
“’오디션이란 단어는 꽃보다 남자이후 13년 만에 처음이었어요(웃음). 정말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죠. 진짜 만감이 교차한단 말을 처음 실감했어요. 하하하. 오디션을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인데 뭔가 되게 찜찜했어요. 내가 제대로 한 건가 싶었죠. 정말 제 연기를 그렇게 의심해 보긴 처음이었어요. 그만큼 출연 욕심이 강했던 것 같아요. 이 경험이 앞으로의 저한테 정말 많은 도움이 될 듯해요.”
 
이민호가 맡은 한수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악한인물이다. 하지만 통상적인 악인으로 치부하기엔 그 결이 너무 크다. 이 시리즈는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일대기를 그린다. 일제강점기부터 현대 미국 이민사회로까지 시각이 넓혀진다. ‘한수란 인물은 그런 시대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했던 인물이다. 악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는 이유다.
 
“’한수는 언제든지 누구든지 공격할 수 있는 인물이죠. 상대의 에너지를 맞받아 칠 준비가 된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모든 면에서 에너지가 한 걸음 정도 앞으로 미리 나와 있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상당히 거칠고 악인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외모적으로도 좀 변화를 줘봤어요. 예전에는 샤프하고 예쁜 모습이라면 이번에는 많이 투박한 스타일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예전에 작품 준비를 하면 다이어트도 하고 보기 좋게 만들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너무 좋았죠(웃음)”
 
'파친코' 스틸. 사진=애플TV+
 
표면적으론 악한 인물로 비춰지는 한수. 하지만 시리즈 후반에는 일본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의 다층적인 면모가 드러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모든 인물들은 일제강점기 시기 실제로 일어난 관동대지진 참상으로 당시 우리 민족이 겪은 끔찍한 현실이 담긴다. 이 과정에서 한수는 또 다시 살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특유의 생존력과 악함이 뒤섞이면서 그 시절 조선인들의 삶을 투영시키게 만들었다.
 
정말 학교 다닐 때 교과서로만 배웠던 관동대지진을 비록 작품이지만 경험을 했잖아요. 당시 조선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했던 잔인한 일들에 대해 너무 가슴 아프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너무 어둡고 당연히 다시는 있어선 안 되는 일이지만 이런 점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배우로서 그것들을 제대로 표현해 내야겠단 생각이 들었죠. 배우로서 가슴이 너무 무거워지는 순간이었어요.”
 
원작 작품의 묵직한 힘을 믿는다는 이민호다. 그리고 이제 북미 대륙을 넘어 전 세계에서 한국을 포함한 콘텐츠는 엄연히 주류가 됐다.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콘텐츠의 핵심이 된 셈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 상업영화 시장 꼭대기 아카데미를 정복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파친코에 함께 출연한 대선배 윤여정은 아시아 여배우로선 두 번째, 한국 배우로선 첫 번째로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배우다. 이민호로선 뭔가 큰 꿈을 꿔볼 만한 판이 깔린 셈이다.
 
사진=애플TV+

“(웃음) 전 그냥 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배우 이민호로 계속 불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뿐이에요. 그 과정에서 파친코같은 좋은 작품을 만난 거구요. 정말 배우로서 행복한 시대에 사는 느낌이에요. 미국에서 만나 뵌 정재 선배님이 나보다 더 위 선배님들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고 또 그 다음이 있을 수 있다라고. 저도 제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묵묵하게 제 길을 가면서 그 길의 과정에 작은 힘을 보태봐야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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