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이재명 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에 전격 합의하면서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민주당 셈법이 복잡해졌다. 민주당은 일단 단일화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기존 인물론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절실함으로 대선 본투표일까지 중도층 표심을 흔들겠다는 방침이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두 후보의 단일화는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아직 6일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서 “차분하게 대응하되 향후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민주당 초선의원들도 입장문을 내고 “안 후보는 여러 차례 국민 앞에 단일화는 없고 완주하겠다고 밝혔다”면서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로 우롱하고 기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6일의 시간이 남았다’, ‘차분하게’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당혹스러운 표정만큼은 감추지 못했다. 우 본부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 TV토론이 진행될 때까지 (단일화)발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단일화에)합의할 것은 예상을 못했다”며 허를 찔린 것을 인정했다. 윤건영 정무실장도 이날 "당연히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20일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과 27일 윤 후보의 단일화 물밑협상 공개로 양측 간 감정적 대립이 이어지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단일화는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우 본부장은 지난 2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직접 나와 양측에서 오갔던 협상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보고 단일화가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강훈식 전략기획본부장도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판세에 대해 “단일화 변수가 사라졌고 인물구도가 분명해졌다”고 오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눈 후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야권 단일화가 전격 성사되면서 민주당 셈법은 복잡해졌다. 그간 이 후보는 4자 구도로 보고 안 후보의 지지층 환심 사기에 주력했다. 통합정부와 정치개혁안이 나온 배경이다.
앞서 지난 24일 송영길 대표는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도입 △국민내각 구성 △선거제도 개혁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담은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양당 기득권을 해제하고 다당제로의 전환이 핵심이었다. 이를 두고 안 후보는 지난 25일 중앙선관위 주관 2차 TV토론에서 “의원총회를 통과할 것인가, 그게 키(key)”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를 당론으로 의결했다. 결의문에 ‘안철수의 새로운 정치도 같은 방향’이라고 언급한 것은 안 후보를 향한 정치개혁의 진정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흔적이었다.
이 후보는 야권 단일화 발표가 나오기 직전까지도 안 후보를 향한 구애의 시그널을 계속해서 보냈다. 28일 대구·경북 유세에서 "통합의 정치,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진짜 정치교체를 하자"면서 "(이는)이재명의 주장이고, 안철수의 꿈이고, 심상정의 소망사항"이라고 했다. 또 "적대적 공생 정치를 이제 끝내야 한다"며 "안 후보가 10년간 계속 외친 새정치, 심 후보가 외치는 정치개혁의 꿈, 저와 다르지 않다"며 교집합을 찾는 한편 '반윤석열 연대'에 주력했다. 단일화 관련 심야회동이 있었던 지난 2일 중앙선관위 주관 3차 TV토론에서는 안 후보가 “지방발전 핵심은 민간기업 유치”라고 말하자, 이 후보는 “우리 안철수 후보님 적절하고 훌륭한 지적을 해주셨다. 사실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화답까지 했다.
이처럼 이 후보와 민주당이 정치개혁안을 매개로 안 후보의 마음과 지지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공을 들여왔던 만큼 이번 야권 단일화로 인한 충격과 내상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 이 후보가 지지율 상승세를 타면서 윤 후보와의 격차도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는 등 역전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안 후보 지지층으로 분석되는 2030과 중도층 일부가 사표방지 심리와 연대감으로 이 후보에게 표를 행사할 경우 대역전의 드라마도 가능하다고 봤다.
충격 속에서도 민주당은 일단 야단일화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 본부장은 “단일화가 된다고 해서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사이의 지지율 변동이 급격하게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 “단일화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건영 정무실장은 2002년 대선을 사례로 들며 "심각한 역풍이 불 수 있다"고 했다. 동시에 민주당은 기존 유능 대 무능의 인물 구도를 이어가는 동시에 지지층의 위기감으로 인한 진영 결집을 노려 절박함을 최대한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야권 단일화를 정략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이번 대선에서 미래를 위한 판단을 해줄 것을 국민에게 당부하는 차원의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날 오전 명동성당에서 정순택 베드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예방하고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생 경제,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면서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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