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경제는 울상…주식은 달라
에너지·곡물·원자재 가격 자극…LNG 생태계부터 방산주까지 들썩
2022-02-28 02:00:00 2022-02-28 10:07:34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원자재 수출국들이 전쟁을 벌이는 탓에 천연가스 등 원자재가격이 뛰어올라 인플레이션 공포가 더욱 확대됐다. 하지만 비정한 주식시장은 이 와중에도 유불리를 따져 제각각 움직이고 있다. 투자자들도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에서 기회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월24일 러시아 주가지수(RTS)는 전일 1204.11포인트에서 742.91포인트로 무려 38.30% 폭락했다. 개별종목이 아닌 전체 증시가 하루 동안 38%나 하락하는 것은 대공황 시절에나 볼 만한 사건이었다. 이날 RTS지수는 장중 610.33포인트까지 추락하며 잠깐 ‘반토막’을 보여주기도 했다. 
 
러시아 주식시장은 우리 시간으로 오후4시부터 새벽 12시45분까지 열린다. 한국 증시가 마감한 후에 시작되기 때문에 러시아 증시 변화는 우리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날 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증시도 급락한 채로 출발했다. 다행히 미국은 장중에 양전환에 성공,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유럽은 3%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악재 노출을 긍정적으로. 당장 피해를 입게 될 유럽은 우려로 받아들인 셈이다. 
 
다행히 RTS는 25일 26% 급반등하며 936.94포인트로 마감했으나 이미 2월에만 34.7% 폭락한 상태다. 이와 달리 유럽 다른 나라들의 주가지수는 급락을 되돌리는 상승을 기록했다.  
 
우리 증시는 전쟁 위험을 선반영해 24일 –2.6%의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날 밤 미국의 상승을 확인한 덕분인지 25일에는 강한 반등세를 나타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예고한대로 러시아에 대한 금융 및 수출 규제 등 경제제재를 시작했다. 미국 등은 국제금융정보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 배제를 두고 고민하다가 강한 여론에 힘입어 전격 배제를 단행했다. SWIFT는 전 세계 1만1000여 금융기관들이 결제 주문을 위해 이용하는 전산망으로 여기서 퇴출될 경우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국제보유고 접근도 막혔다. 독일은 러시아와 가스관을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2 사업 승인을 보류했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공격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저항도 거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와 서방세계의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글로벌 경제의 앞날도 어두워졌다.
 
러시아는 전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3위 원유 생산국으로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쥔 나라다. 또 5위 비료 수출국이며 석탄 생산도 5% 비중을 맡고 있다. 암모니아 시장점유율은 20%에 달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포함할 경우 밀 수출 29%, 옥수수 수출 19%를 차지하고 있다. 철광석 생산량은 5~6위권이고 니켈 생산은 절반에 이르며, 알루미늄 26%, 팔라듐 42% 등 수출하는 기초소재도 다양하고 많다.  
 
우리나라가 러시아에서 직접 수입하는 자원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수출길이 막히면 전 세계는 원자재 대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올리고 있는 마당에 원자재 공급이 흔들리면 물가는 오를 것이고,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수출하는 한국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반도체 특수가스의 경우 우리 기업들이 사용하는 네온가스의 95%가 우크라이나에서 온다. 반도체 공급 차질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이 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책임을 묻는 서방세계의 제재는 계속될 예정이지만 전 세계 투자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일로 악재가 확인됐고 주가 하락으로 부담도 덜었다며 도리어 반기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은 걱정거리를 한보따리 안고서도 그 틈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경제제재 우려로 폭락한 러시아 증시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첫 번째 부류다. 2월 셋째 주 러시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순유입된 자금만 9000억달러라고 한다. 폭락 뒤에 따라올 수 있는 반등을 노리는 이들이다. 
 
이들이 주로 찾는 상품은 미국 증시의 VanEck Russia ETF(종목기호 RSX)다. RSX는 24일에만 19.09% 급락,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주가가 낮아졌다. 25일엔 15.6달러로 소폭 반등했으나 올 초 고점에서 41.8%나 하락한 상황이다. 단기간에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단타족들에겐 좋은 먹잇감이 됐고 거래가 급증했다. 
 
RSX는 가즈프롬, 루크오일 등 러시아 주요 기업들이 발행한 ADR 또는 DR(주식예탁증서)을 편입하고 있다. 섹터별로는 에너지 37.7%, 기초소재 30.5%, 금융 14.4% 등으로 배분되어 있다. 
 
블랙록의 ishares MSCI Russia Capped ETF(ERUS)의 투자종목들도 RSX와 비슷하지만 에너지 섹터 투자비중이 47.7%로 훨씬 더 높아 원유와 가스 시세에 수익률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KINDEX러시아MSCI(합성)가 러시아 투자 ETF로 유일하다. 이 상품은 ‘MSCI Russia 25% Capped Index’와 비슷하도록 설계돼 있다. 환헤지를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 종목도 전쟁 영향으로 24일과 25일 각각 -10.15%, -14.53%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평소 1만주를 밑돌던 하루 주식 거래량이 178만주로 급증한 것은 뜨거운 관심을 반증한다. 
 
이번 전쟁이 유럽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큰 탓에 유로스톡스50를 비롯해 유럽 주요국들의 하락폭도 컸다. 이번 일로 유로스톡스 관련 ETF를 찾는 투자자는 많지 않아 보이지만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은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러시아의 침공이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을 자극한 탓에 선물 ETF 등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만약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차단될 경우 대체 발전용 원유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배럴당 90달러대에 머물러 있는 유가(WTI)가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럽으로 향하는 원유·가스 공급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자연스럽게 다른 공급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천연가스 1위 생산국은 미국, 3위는 카타르다.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파이프(PNG)로 수송하지만 미국과 카타르 등은 천연가스를 액체화(LNG)해서 배로 실어 나른다.
 
LNG 물동량이 늘어날 게 확실시되면서 LNG선박을 많이 보유한 선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미쯔이O.S.K.상선(종목기호 9104), 캐나다의 티케이LNG파트너스(TGP), 그리스의 가스로그(GLOG), 버뮤다에서 설립한 골러LNG(GLNG) 등이 LNG선단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LNG선박 발주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내 조선주와 조선기자재 주가도 함께 뛰었다. 그중에서도 LNG선박 경쟁력이 높은 대우조선해양이 주목받았다. 보냉재 생산기업 동성화인텍, 한국카본도 기대감이 크다. 
 
똑같은 천연가스인데 미국은 주로 바위를 깨서 채취하는 셰일가스다. 러시아의 수출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이 셰일가스를 증산할 것이고 그에 따른 추가 개발도 늘어날 수 있다. 미국에 강관을 수출하는 세아제강. 휴스틸, 하이스틸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초소재 등 원자재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는 원자재 재고를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철광석과 석탄 수출이 막힐 경우 결국 철강제품 가격이 올라 국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제조업체들의 비용부담이 커지겠지만 일단 철강주는 관심을 받게 된다.  
 
니켈, 알루미늄 등 다른 금속소재업체와 비료 생산업체도 마찬가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아니지만 날마다 호가창은 들썩이고 있다. 
 
이밖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상승세다. 1월말에도 온스당 1800달러 아래 있던 국제 금 가격은 1925.40달러까지 올랐다. 국내 금 현물가격 또한 설 연휴 전 6만9860원에서 25일 7만3360원으로 5% 상승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각국의 군비 경쟁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러시아의 성공을 본 중국이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동아시아 지역의 긴장이 높아질수록 우리 금융시장엔 좋지 않지만 방산주는 다르다. 
 
대표적인 글로벌 방산업체 록히드마틴(LMT) 주가는 지난해 12월 하순부터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제너럴다이내믹스(GD) 또한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25일 장대양봉을 만들었다. 
 
국내 방산업체들도 관심목록에 올릴 필요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호주에 1조원 규모의 K9 자주포를 수출한 데 이어 올해에도 이집트 수출에 성공했다. K9은 한화디펜스(옛 삼성테크윈)의 독자기술로 개발했다. 한화디펜스는 상장폐지됐지만 이 기업의 지분 100%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갖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매출에서 방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K2 흑표전자도 이집트 수출을 협상 중이다. 정부는 이번 수출을 계기로 중동·아프리카 수출을 노리고 있다. K2 전차는 현대로템이 만든다. LIG넥스원도 K2 전차의 운용체제를 맡고 있다. 또한 미사일 지침 개정 후 개발에 속도가 붙은 것도 LIG넥스원의 미래에는 좋은 일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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