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가상자산거래소와 관련 산업의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빗썸의 경우 최근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0억 이상인 비상장기업)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산업 성장세가 후발주자들에게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 인증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 주요 애로사항 중 하나로 지목된다. 가상자산 관련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이 여전히 사행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탓에 그간 투자·정책자금 지원 등에서 배제돼 사업 확대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금 규모 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 가상자산업체들의 경우 혁신의 기회마저 잃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비트코인. 사진/픽사베이
앞서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지난 2018년 10월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기존 유흥성·사행성 관련 5개 업종과 함께 벤처기업 인증에서 제외시켰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사행사업으로 간주하면서 △일반 및 무도, 기타 유흥 주점업 △사행시설 관리업 △무도장 운영업과 함께 벤처기업 제외 업종에 추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시 2018년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 웨이브스트링(코인이즈), 리플포유 등 4곳은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지만, 기간 만료를 남겨놓고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에 두나무는 이 같은 처분이 위법하다며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을 상대로 벤처기업 확인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다.
2018년 10월 개정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내용 일부.
업계에서는 2018년 당시에는 블록체인 사업이 도박판과 다름 없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지만 올해는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들어온 만큼 이 같은 조치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업이 사행성 관련 업종들과 동일시하게 취급된다는 것은 여전히 안 좋은 인식이 깔려있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사업을 하기 위한 대출부터 채용까지 여러 제약조건이 많다"면서 "그래서 정보통신사업자로 등록해 사업을 하고 있는데 가상자산업종으로 등록했으면 정책지원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벤처기업으로서 혜택을 받게 되면 IR(투자설명회) 활동을 했을 때 VC(벤처케피탈)들하고 소통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고 부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에 가서 가상자산사업을 한다고 얘기하고 대출 신청을 하면 안된다는 말이 단칼에 나온다"면서 "거래소를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곳마저 은행에서 외부 지갑 출금을 금지하고 있는 판국에 실명계좌가 없는 거래소들은 더 제약이 많고 부정적인 인식이 짙다"고 꼬집었다.
올해 초 국회에선 이를 개선해야는 의견이 나오며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지난달 18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도가 이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점 △가상자산 매매 및 중개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가상자산 운용 기업을 관련법 시행령에서 벤처기업 제외 업종으로 지정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회장은 "벤처기업으로 선정하는 일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벤처업에 대해 규모를 키우고 더 나아가 유니콘 기업,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인데, 가상자산업종을 벤처 업종에서 제외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인 행정"이라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국제금융안정위원회(FSB) 등 국제기구에서도 가상자산을 핵심 어젠다로 다루는 등 가상자산이 국내외적으로 주류 경제권으로 편입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해당 법안도 달라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회장은 이어 "해당 조항은 국회 입법 과정 없이 정부에서 개정할 수 있는 시행령인 점을 감안해 학회 등과 연대해 해당 조항이 조속한 시일 내에 개정되고 시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