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돌고 돌아 '단일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공식 선언했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선 단일화가 필수라는 게 국민의힘 대다수 의견이다.
걸림돌도 있다. 안 후보와 앙숙인 이준석 대표다. 이 대표는 단일화 관련해 당내 의원들과 유달리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 후보의 심기를 건들이는 불필요한, 심지어 조롱적 발언들을 계속해서 내놓으면서 이 대표가 사적 감정에 집착해 대의를 그르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23일 한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에서는 단일화가 필승 카드라고 의견 일치를 본 것인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는 정권교체의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에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후보에 대한 조롱을 멈춰주시기를 요청드린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대표님의 조롱이 아닌 조력"이라고 이 대표의 자제를 촉구했다. 앞서 이 대표가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으로 조롱한 것을 지목, "정치인은 모두 국민 손바닥 위에 있는 손오공일 뿐"이라고도 했다.
보수 원로들도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안해)1%든 2%든 3%든 그런 차이로 떨어지면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총재는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DJP연합에 밀려 1.6%포인트 차로 석패한 바 있다. 국민의힘 출신의 국회의장단도 성명을 내고 단일화를 촉구했다.
당내 경선 과정은 물론, 이후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도 이 대표를 두둔했던 홍준표 의원마저 이 대표의 거듭된 조롱 섞인 언행에 자제를 촉구했다. 'MZ세대라고 불리우는 대다수의 2030세대는 그의 '조롱'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작년 초여름 '이O석 신드롬'은 한낱 광풍이었다'는 지지자 글에 홍 의원은 "좀 심한 것 같지요?"라고 동의를 표했다. 앞서 또 다른 지지자가 "당대표가 3등 후보 어쩌고 조롱하는데, 이러면 나중에 윤 후보가 밀려도 단일화 절대 못한다"며 "당대표가 너무 가벼운 거 아닌가"라고 묻자, 홍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좀 더 진중했으면"이라고 당부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단일화 재협상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양측의 신경전도 갈수록 고조됐다. 단일화 결렬 책임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던 끝에 급기야 국민의당은 이 대표가 이달 초 안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합당 후 공천을 약속했다고 공개했다. 물밑에서 오간 이면거래에 대한 폭로였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월 초 이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합당 제안을 받았다"며 "취지는 안 후보가 깔끔하게 사퇴하고 이를 전제로 합당하면 선거 후에 국민의당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을 만들어 최고위원회 조강특위 공천심사위의 참여를 보장한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이 대표가) 2월11일 첫 열정열차 출발일 도착역인 여수에서 안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함께 내리면서 단일화를 선언하는 빅이벤트를 준비했다고 하더라"며 "안 후보가 여기에 응하면 정치적 기반을 닦는 획기적 기회가 될 것이란 게 이 대표의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종로보궐 선거에 (안 후보가)나간다면 공천할 수 있고, 그게 아니라도 지방선거 후 민주당 지역에서 이길 수 있는 지역에 (출마)하는 게 안 후보의 정치를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견해도 얘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 대표는 같은 날 오전 라디오에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측에 '안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 등의 제안을 해온 것도 있다"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묻자, 이 대표는 "지금 굉장히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중 하나"라고 했다. 또 "통 큰 사람과 속 좁은 사람이 만나면 그건 복장 터진다"면서 안 후보를 속 좁은 사람으로 지칭하며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돌렸다.
그러자 울산을 방문 중인 안 후보는 "(누군지)그럼 말하시면 될 것 아니냐. 터트리시라"고 심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때 같은 당에 몸을 담으며 동지적 관계였던 두 사람이지만, 지금은 원수보다 더한 앙금의 사이로 비화됐다는 게 양당의 일치된 의견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대선 승리,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된다"며 "결국 윤 후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지난 22일 발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41.9% 대 윤석열 44.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단일화 관련해서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지지층만 한정할 경우 '필요하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같은 날 한길리서치·폴리뉴스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20일 오후 2시를 기점으로 보면, 결렬 전 이재명 38.1% 대 윤석열 43.8%였지만 단일화 결렬 선언 후에는 이재명 44.2% 대 윤석열 42.3%로 결과가 뒤바뀌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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