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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발 쇼크 오나…치솟는 인플레에 고심 깊은 정부
우크라이나 사태, 서방국가 간 외교·군사적 갈등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우려…원자재·에너지 가격↑
'물가잡기' 기준금리 약발 쓰기 어려워
"자원확보·생산성 향상…공급측면 물가 잡기 전력해야"
2022-02-22 17:35:00 2022-02-22 17:35: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국가 간 외교·군사적 갈등으로 고조되면서 우리나라를 향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더욱 매서워질 전망이다. 원자재·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넉달째 3%대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잡기는 더 이상 약발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22일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을 보면, 이날 기준 서울의 보통휘발유가격은 1804.97원으로 이틀 연속 1800원을 웃돌았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로 올라선 것은 유류세 인하조치가 시행된 지난해 11월 12일(1818원) 이후 14주 만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2.88원 증가한 리터당 1739.36원을 기록 중이다. 전국 휘발유 가격이 1700원 선을 넘어선 것도 유류세 인하 이후 처음이다.
 
국제유가도 21일 기준으로 두바이유가 배럴당 91.73달러, 브렌트유는 95.39달러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행동으로 서방국가의 대 러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에너지 수급에는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수입품목은 나프타(23.4%), 원유(6.4%), 유연탄(16.4%), 천연가스(6.7%), 무연탄(40.8%), 우라늄(33.9%) 등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은 원료 수급에 있어 러시아·우크라이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유안타증권이 이날 발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업종별 영향'을 보면 반도체 특수가스 원료인 네온, 아르곤, 제논 가스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는 약 50%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넉달째 3%대를 기록하고 있는 고물가 기조와 추락하는 경기지표다.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 1월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12.8%, 경유는 16.5% 치솟았다. 공업제품 가격은 4.2% 오르면서 전체 물가(3.6%)를 견인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 101.2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작년 7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다. 통상 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 전환점 발생의 신호로 읽힌다.
 
그렇다고 물가 상승을 기준금리 인상으로 잡기도 어렵다. 오는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뿐 아니라 이후 기준 금리인상도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당분간 기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공급 측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원확보 노력과 더불어 생산성 향상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 교수도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오는 2월 기준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 금리 인상은 1월 인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대외경제안보회의 가동하는 등 대응방안 논의에 돌입한 상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성장, 물가 등 실물경제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이번 사태의 진행 상황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글로벌경기 둔화, 미 통화긴축 가속화 등 대내외 잠재 리스크가 현재화될 수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지적 충돌단계로 향하는 양상"이라며 "상황 시나리오별로 기 마련한 컨틴전시 플랜에 의거한 실물·금융시장 안정조치들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관련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도 적극 가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22일 인니 자카르타를 방문 중인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핵심 광물과 원자재 등 공급망 협력을 포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신남방정책의 일환이나 이번 양국 간 경제협력 잠재력은 코로나19 대유행 뿐만 아닌 불안한 세계 공급망 대응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22일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을 보면, 이날 기준 서울의 보통휘발유가격은 1804.97원으로 이틀 연속 1800원을 웃돌았다. 사진은 석유 시추 모습. 사진=AP·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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