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국민의힘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백기투항을 압박하고 나섰다. 막대한 선거비용과 한 자릿수 지지율, 3석의 초라한 의석수 등을 근거로 후보직 사퇴와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을 유일한 단일화 방식으로 제시했다. 윤 후보도 담판을 통한 양보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안 후보의 고사만을 기다린 채 뒷짐 지듯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는 데는 안 후보가 윤 후보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확신이 있다.
하지만 안 후보의 기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안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이번 정권교체는 '닥치고 정권교체'가 돼선 안 된다"며 "더 좋은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는 '더 좋은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고 정권교체의 질을 강조하는가 하면, 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물밑접촉설에 대해 "어떻게 알았대요?"라며 의미심장한 반문을 남겼다. 10일 곧바로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최근 들어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을 향해서도 "물밑 접촉 없이 말하는 건 진정성이 없다"며 사실상 진정성 있는 접근을 주문했다.
이 같은 변화된 흐름에 미뤄보면 안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전격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는 반대로 물 밑에서 적극 구애 중이다.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이재명, 안철수 두 사람의 '비주류' 교집합을 강조하며 "민주당과 같이 하는 게 다음을 도모할 수 있고 본인의 정치적 비전을 실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안민석 의원은 "밝힐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지난 한 달 동안 일이 진행돼 왔다"고 했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저쪽(국민의힘)은 정권교체가 명분이고 여기(이재명·안철수)는 정치교체를 명분으로 한다고 하면 명분이 훨씬 더 있다"며 명분에서도 뒤지지 않음을 강조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안 후보와 손을 잡을 경우 윤 후보의 정권교체론을 상당 부분 희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권교체 심리를 윤 후보가 다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과 안철수의 조합은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안 후보에 대한 지지가 이재명, 윤석열 두 사람에 대한 비호감에 쌓인 중도층과 2030 표심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이 후보가 안 후보를 안을 경우 확실한 플러스가 된다는 계산이 있다. 안 후보는 책임총리를 매개로 약점인 국정운영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과거 호남의 전폭적 지지도 다시 한 번 노릴 수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시스
그러자 야권에선 박관용·김형오·박희태·강창희·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전직 의원 191명은 10일 성명서를 통해 "안이한 낙관론과 자강론이 나오는 것에 국민과 당원은 불안해한다"며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이들은 15대 대선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16대 대선의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17대 대선의 이명박-박근혜 후보 결합, 18대 대선의 새누리당과 선진당 합당 등을 거론하며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패배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준석 대표다. 그는 여전히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있어 부정적이다. 심지어 "안 후보가 사퇴한 후 윤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형식 외에는 단일화 방법이 없다"며 안 후보의 후보직 사퇴와 윤 후보의 지지선언을 '단일화'로 규정했다. 사실상 백기투항하라는 뜻이다. 이 대표는 그 근거로 안 후보의 낮은 지지율과 자금 사정, 의석수 3석의 미니정당 등 뼈아픈 현실을 들었다. 단일화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는 등 과거 안 후보에 맺힌 앙금을 풀어냈다. 한때 안 후보, 이 대표와 같은 당에 몸을 담았던 이상돈 전 의원은 "요즘 이준석 대표가 안철수 후보를 마구 대하는 모습을 보자면 사람은 좋은 자리에 있을 때 잘해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며 과거 두 사람 간 악연을 자세히 소개한 뒤 "돌고 돌아서 이제는 이준석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어서 안철수를 가당치 않다는 식으로 마구 다루고 있다"고 한탄했다.
정치적 일정을 감안하면 1차 데드라인으로 제시됐던 오는 14일 후보 등록 마감 전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후보가 오는 11일 2차 TV토론 이후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할 계획이어서 두 후보 간 주말 접촉도 어려워 보인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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