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경기·영남·호남·충청=뉴스토마토 정치부 특별취재팀]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설 명절 민심은 '정권교체'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놈이 그놈"이라며 유력 후보들에 대한 강한 비호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부동산 폭등과 장기화된 코로나로 지친 민심은 '정권교체'를 열망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내세운 정권교체에 맞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전선은 보이질 않았다.
<뉴스토마토>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설 명절 민심을 청취했다. 수도권을 비롯해 영남·호남·충청 등 격전지를 살피며 바닥 민심을 살폈다. 2030과 중장년층 세대별 표심과 코로나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생계 민심을 듣는 데 주력했다. 가능한 여야 후보들이 찾았던 곳을 중심으로 번화가와 대학가, 전통시장 등을 돌며 고른 민심을 전달하려 애썼다.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서울 ·경기 '쏠림' 없다지만…커지는 '정권교체' 분위기
우선 지역별로는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특정 후보에 대한 쏠림이 없었다. 다만 서울에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분노한 민심이 정권교체 열망을 부채질하는 분위기였다. 경기도 민심 역시 아직 "뽑을 사람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는 시민들이 대다수였다. 이재명 후보의 경기도지사 프리미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천 시민들은 진영별 대립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수도권에서 지고도 역대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후보는 없었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실기가 두드러졌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흐름이 강했다. 다만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목소리도 일부 새어나왔다.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이 강한 서진정책과 함께 호남에 구애를 보내면서 반감은 예전보다 확실히 줄어 있었다. 이재명 후보로서는 압도적 지지를 얻어야 할 호남이기에 한 표가 아쉬워졌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 민심은 아예 정권교체로 무장했다. 부산·울산·경남(PK) 또한 정권교체를 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들 지역은 문재인정부의 경제 실정과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등을 언급하며 강한 비호감을 드러냈다.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을 배출했던 PK는 이재명 후보로서는 반드시 사수해야 할 낙동강 전선이지만, 그가 주장하는 '능력'에 손을 들어주는 이는 소수에 그쳤다. 역대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던 충청 역시 연령·성별·지역과 상관없이 정권교체에 무게를 뒀다. 다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특성상 마지막까지 지켜보겠다는 부동층이 다수였다.
2일 대구광역시 서문시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세대별 희비 뚜렷…이준석의 '세대포위론' 현실로
세대별로는 40대와 50대의 경우 이재명 후보를, 20대와 60대 이상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대선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20대의 경우 이대남(20대 남성)은 윤석열 후보로의 결집성을 크게 보인 반면, 이대녀(20대 여성)에게는 특징으로 표기할 만한 뚜렷한 현상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의도했던 성별 갈라치기의 효과로, 이는 결과적으로 세대포위론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는 이에 '통합'으로 맞서고 있다.
경기 광명에서 만난 대학생 20대 조모씨는 "여가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무고죄 강화 등 윤석열 후보의 개혁 의지가 20대 남성들에게 확 와닿았다"고 윤 후보에 힘을 실었다. 반면 세종 정부청사에서 일한다는 40대 박모씨는 "아무래도 추진력 부문에서 '정치 초보'(윤석열)보다는 (정치적으로)검증된 분이 나을 것 같다. 이재명 후보 찍을 생각"이라며 이 후보의 행정 경험을 높이 샀다.
양당 후보의 도덕성 논란 등으로 3지대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찍겠다는 시민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인 만큼 "뽑을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 또는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여론도 컸다. 아예 정치에 관심을 끈 젊은 세대들도 많았다. 충북 청주에서 운수업을 하는 60대 천모씨는 "솔직히 누굴 뽑겠단 맘이 없구먼유, 그놈이 그놈"이라고 했다. 경기 하남의 한 대형쇼핑몰에서 만난 20대 중반 청년들은 "관심이 없다"며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뉴스토마토>는 설 연휴를 앞두고 경기도 서북부와 동남부 지역을 돌아다니며 대선 민심을 취재했다. 사진은 경기도 하남의 한 재래시장에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
자영업자들 "장사 안된다" 한목소리…'손실보상' 요청도
2년간 지속된 코로나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은 한 목소리로 "장사가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불황을 호소하면서 차기 대통령에게 무엇보다 '경제'를 살려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른 결과 "빚 밖에 남지 않았다"며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손실보상'에 대한 요구도 컸다. 남대문에서 의류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60대 박모씨(여)는 "오늘 다 노는 날인데 하나라도 팔려고 명절인데도 쉬지 않고 나온 거야. 이런 마음을 누가 아나"라고 한탄했다.
하남 덕풍전통재래시장에서 과일 노점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여)는 "요즘 너무 장사가 되지 않는다. 누구를 뽑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느냐"며 이번 대선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시장에서 어린이 옷을 팔고 있는 60대 염모씨도 대선보다는 당장의 생계 걱정이 먼저였다. 염씨는 "장사가 너무 안 된다. 노점이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도 받지 못했다"며 "지금 제 이야기를 제발 좀 잘 적어달라"고 호소했다. 남대문 시장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는 50대 강모씨는 "후보 다 마음에 안 든다"며 "선거 때만 서민 찾지, 선거 끝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뒷전"이라고 자포자기 심정을 드러냈다.
전북 익산 중앙시장에 설 명절을 맞아 장을 보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 모습.
서울·인천·경기·영남·호남·충청=뉴스토마토 정치부 특별취재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