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충청=뉴스토마토 최병호·민영빈 기자, 고은하·전연주 인턴] "누굴 뽑아야 할지 다들 말은 안 해도, 무조건 정권교체 해야 한다구 하쥬."
충청권 일대에서 택시기사로 일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이모씨(72·남성)는 누구를 뽑겠다는 말 대신 정권교체의 당위성으로 대답을 갈음했다. 이씨는 "손님들 6대 4 정도는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더라"고 승객 민심을 전했다.
지난 30일부터 2일까지 설 연휴 나흘간 대전·세종·충청권 일대를 돌아보면서 만난 시민들은 연령·성별·지역과 상관없이 '정권교체'에 초점을 맞춘 분위기가 우세했다. 다만 어느 한 후보가 완전한 우위를 점한 상황은 아니어서 충청 민심은 투표함을 열어봐야 확인이 가능해 보였다. 충청은 역대 대선마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곳으로, 여야 모두 승리를 가져가야 할 전략적 요충지다. 속내를 잘 들어내지 않아 '깜깜이 표심'으로도 불리며 여야의 속을 태우기로 유명하다.
금산군에서 인삼 판매를 한 지 30년 됐다는 양모씨(50대·여성)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그래도 다들 바꿔야 한다더라"고 지역 표심을 전했다. 같은 판매업자인 최모씨(50대·남성)는 "윤석열 후보 뽑을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할라믄 야권 단일화해야 허는디, 안철수로 해도 이재명은 이긴다"고 자신했다.
설을 맞아 고향인 옥천을 찾은 신모씨(20대·남성)는 "문재인정부와 마찬가지 정책을 펼칠 이재명은 별로"라며 "윤석열 후보에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해 정권교체에 힘을 실었다. 읍내 버스정류장에서 담소를 나누던 김모씨(60대·남성)와 강모씨(70대·남성)도 정권교체에 열을 올렸다. 김씨가 "무조건 윤석열"이라고 하자, 강씨도 "조국·추미애 사건 때, 윤석열한테 반했지야. 최고권력인 대통령 밑에서도 꿋꿋허잖슈"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대전 중앙로에서 60년지기를 만난 하모씨(67·남성)는 "우리가 여덟 식군디, 모두 윤석열 뽑기로 했다"며 "부모도 형제도 몰라보는, 가족한테도 욕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조금 글치"라고 말했다. 직장인 채모씨(27·남성)도 "이재명이 되면 나라를 뜰 거다. 정권교체 꼭 해야 한다"고 했다. 청주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정모씨(26·여성)도 "누굴 뽑겠다고 못 정했지만, 정권교체는 해야 한다. 현 정부가 잘한다는 생각이 안 드니까"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1일 정오 대전 중앙로 일대(위)와 대전 둔산동 일대/뉴스토마토
충청권에서 정권교체의 바람이 거셌지만, 정권재창출을 염원하는 심리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논산에서 농사를 짓는 주모씨(50대·남성)는 "이재명에 투표하려고 한다"며 "이재명이 되면 농촌기본소득 준다든데, 지금의 직불금보다 더 낫다"고 했다. 대전에서 직장생활 중인 차모씨(30대·여성)는 "이재명이나 민주당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면서도 "국정 운영과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했다"고 이 후보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청사에서 일한다는 박모씨(40대·남성)는 "아무래도 추진력 부문에서 '정치 초보'보다는 (정치적으로)검증된 분이 나을 것 같다. 이재명 후보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충주에서 양봉업을 한다는 임모씨(60대·남성)도 "윤석열은 무슨, 얼어 죽을"이라며 "이재명으로 해야쥬"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외에도 선거일까지 더 지켜보겠다거나 혹은 누가 대통령이 돼던 상관없다는 답이 이어지기도 했다. 대전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신모씨(23·남성)는 "저는 중도라, 다 지켜보고 뽑겠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직장 생활 중인 한모씨(40대·남성)와 구모씨(40대·남성)는 "누가 돼던 상관없다"고 했다.
청주에서 운수업을 하는 천모씨(60대·남성)는 "솔직히 누굴 뽑겠단 맘이 없구먼유, 그놈이 그놈"이라고 답했다. 전업주부인 김모씨(40대·여성)도 "이재명이나 윤석열이나 믿음이 안 가. 설 때 가족들하고 좀 이야기를 할라구유"라고 말했다.
각 후보자의 의혹이나 논란 때문에 경쟁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형수 욕설 녹취록 공개 논란이, 윤 후보는 배우자 김건희씨 통화 녹취록과 무속 논란을 겪는 중이다.
논산에서 잡화점을 운영 중인 최모씨(70대·남성)는 "윤석열 뽑을 생각"이라며 "이재명은 정치도 잘하고 경제도 많이 아는디, 인성이 안 됐슈. 고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에 어찌 할런지"라고 우려했다. 학원강사 김도영(20대·남성)씨는 "김건희씨 7시간 통화가 문제라는 생각이 안 든다"며 윤 후보를 뽑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천안에서 의사로 일하는 전호진(50대·남성)씨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욕설만 봐도)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없다.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욕설"이라며 "김건희씨 통화는 사적인 통화를 녹취해서 공개한 건데, 크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의혹을 제기했다가 막상 까보니 아무것도 없지 않았냐"고 부연했다.
대전에서 67년째 살고 있다는 함모씨(67·남성)는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학교 시험이던 뭐던 중요한 때에 절도, 교회도 가고 점도 보고 하는 거 안다. 그래두 정치에 무당이 개입을 하는 건 아니지야"라며 "김건희씨 녹취록 듣고 놀랬다. 이런 사람이 영부인 되면 쓰나"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지지하는 친구들 설득 중"이라고 덧붙였다.
1일 오후 충주 시외버스터미널 일대/뉴스토마토
대전·세종·충청=최병호·민영빈 기자, 고은하·전연주 인턴 0empt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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