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고양·하남=뉴스토마토 임유진·김광연 기자] "누구를 뽑아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000가 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대선을 한 달여 앞둔 경기도 민심은 특정 후보 누구에게도 향하지 않았다. 아직 "뽑을 사람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는 시민들이 대다수였다. 대체적으로 '지지'가 아닌 '이 사람만은 안 된다'는 저항성 투표 성향이 강했다. 세대별로는 40대와 50대의 경우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60대 이상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컸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황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았다. 이재명 후보의 경기도지사 프리미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후보는 심상치 않은 수도권 민심에 지난달 21일부터 26일까지 서울과 경기를 집중적으로 순회한 바 있다.
<뉴스토마토>는 설 연휴인 지난 30일부터 2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서북부와 동남부 지역에서 2030 젊은층과 자영업자, 중장년층 등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에 대한 바닥 민심을 들었다.
택시 운전을 하는 50대 최모씨(52)는 "이재명을 지지한다. 윤석열은 머리가 나쁘다. 사법고시 9수 해서 검사가 됐다는데, 그만큼 공부했으면 나도 검사했겠다"면서 "이재명은 적어도 윤석열처럼 주변 사람들한테 휘둘릴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이 국정을 제대로 이끌 수나 있겠냐"며 주위의 걱정도 전했다. 검사 외길을 걸은 정치신인에 대한 우려이자, 의심이었다. 이는 곧 40·50대의 이재명 후보 지지지로 이어졌다.
<뉴스토마토>는 설 연휴 경기도 서북부와 동남부 지역을 돌아다니며 대선 민심을 취재했다. 사진은 경기도 고양의 한 대형 쇼핑몰에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
대선 승부처 20대, 남성은 윤석열…이준석의 갈라치기 효과
대선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20대의 경우 이대남(20대 남성)은 윤석열 후보로의 결집성을 크게 보인 반면, 이대녀(20대 여성)에게는 특징으로 표기할 만한 뚜렷한 현상이 드러나지 않았다. 성별 갈라치기라는 비난에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줄곧 주장한 '세대포위론'은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었다.
고양의 한 대형쇼핑몰에서 만난 20대 강모씨(25)는 "이재명 후보가 청년 3대 공정정책이라고 해서 정시 확대 같은 정책을 냈던데 취업을 앞둔 우리 세대에는 공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 후보에게 관심을 표했다. 반면 옆에 있던 여자친구 서모씨(26)는 "이 후보는 전과 4범에 대장동 의혹, 형수 욕설 등 파도파도 끝이 없다. 미담이 한 개도 없다. 덜 나쁜 후보를 골라야 할 것 같다"며 이 후보를 배제했다.
광명사거리 번화가에서 만난 대학생 20대 조모씨(23)는 "여가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무고죄 강화 등 윤석열 후보의 선명한 개혁 의지가 20대 남성들에게 확 와닿았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20대 김모씨(21·여)는 "윤석열 후보는 하도 횡설수설해서 대체 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요즘엔 일베 같은 표현까지 쓰는데, 여자들이 딱 질색한다"고 전했다.
<뉴스토마토>는 설 연휴 경기도 서북부와 동남부 지역을 돌아다니며 대선 민심을 취재했다. 사진은 경기도 하남의 한 대형 쇼핑몰의 모습
청년층, 정치무관심 여전…세대별 희비 극명
2030이 많이 찾는 하남의 한 대형쇼핑몰에서는 대선 자체에 관심을 두는 청년층을 찾기 힘들었다. 쇼핑몰에서 나오는 20대 초반의 청년 무리에게 지지 후보를 정했는지, 후보들의 청년 공약을 아는지 등을 물었지만, 한 명은 도리어 친구들에게 "요즘 뉴스 보는 사람?"이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한 명은 "투표는 할 생각이지만, 딱히 대선에 큰 관심이 없다"며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세대별로도 지지 후보가 확연히 갈리는 양상이었다. 광명의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던 70대 조모씨(76·여)는 "무조건 정권교체는 해야 한다"며 "윤석열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재명에게 나라가 넘어가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조씨를 비롯해 60대 이상은 정권심판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반면 시장 인근에서 휴대폰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신모씨(45)는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녹취록을 언급하면서 "살면서 욕 한 번 안하고 사는 사람 있냐. 가장 밑바닥 삶을 경험한 후보가 서민 마음도 잘 안다"며 "경기도정을 이끌어본 추진력과 실무경험을 한 이재명이 적임자"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뉴스토마토>는 설 연휴 경기도 서북부와 동남부 지역을 돌아다니며 대선 민심을 취재했다. 사진은 경기도 광명의 한 재래시장의 모습
자영업자들 "코로나로 막막"…"누구 뽑는다고 달라지냐" 냉소도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안을 염려했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한탄도 대다수였다. 고양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40대 박모씨(47)는 "코로나로 손님도 줄고 영업시간까지 제한되니까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며 "그래도 이재명 후보의 지역화폐나 재난지원금이 확실히 장사에는 도움이 된다"고 했다.
광명시장에서 전을 파는 60대 이모씨(60·여)는 "솔직히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토로한 뒤 "안철수가 가장 청렴해보이고 가족 문제도 탈이 없지 않느냐, 윤석열이 충분히 이길 것 같으면 안철수를 뽑고, 박빙이면 윤석열을 밀어줄 것"이라고 했다.
<뉴스토마토>는 설 연휴 경기도 서북부와 동남부 지역을 돌아다니며 대선 민심을 취재했다. 사진은 경기도 하남의 한 재래시장에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
일부 상인들의 반응은 시큰둥을 넘어 냉소에 가까웠다. 경기 하남 덕풍전통재래시장에서 과일 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50대·여)는 기자가 건넨 명함을 들여다보더니 "요즘 너무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부터 꺼냈다. 대선에 대해 묻자 곧바로 손사래를 치며 "누구를 뽑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느냐. 그 사람이 그 사람 아닌가"라고 씁쓸해했다. 김씨는 "이번 대선에서는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고개를 돌렸다.
재래시장에서 어린이 옷을 팔고 있는 염모씨(60대)도 누굴 지지할 지 묻자, 손을 내저으며 "대선 때만 와서 인사하고 가는 게 다 아닌가.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는 설 연휴 경기도 서북부와 동남부 지역을 돌아다니며 대선 민심을 취재했다. 사진은 광명의 한 재래시장의 모습
광명·고양·하남=임유진·김광연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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