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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오미크론 광풍'…자가검사키트 대란 '빨간불'
갑작스런 검역체계 전환에 혼란 가중
유동 인구 많은 곳은 이미 품절
약사들 "재입고도 힘들고 가격도 올라"
2022-01-27 06:00:00 2022-01-27 0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자가검사키트를 재입고 하려고 했는데 판매처에서 다 품절이다. 마스크처럼 빨리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정부에서 갑작스럽게 검사 체계를 전환한다고 발표하니, 물량을 확보하기 힘들거 같아서 걱정이다."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 대유행이 다시 시작되면서 신속항원검사용 자가검사키트 품절 우려가 높아진다. 방역당국이 오는 29일부터 신속항원검사를 원하는 시민들 대상으로 선별진료소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제공하면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날 서울의 코로나19 확진자가 317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26일, 서울시내 주요 업무지구에 위치한 약국에서는 오전부터 자가검사키트가 품절됐다는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자가검사키트를 사러 오는 방문자가 많았는지, 아예 입구에 물건이 없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곳도 있었다.
 
기업이 밀집한 용산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자가검사키트가 처음에 나올 때는 가격도 높고 정확도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판매율이 낮아 몇 개만 갖다놨는데, 며칠 전부터 찾는 분들이 많이 늘었다"라며 "회사에서 자체 검사를 한다고 물량을 많이 갖고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오는 2월3일부터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인은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야 유전자증폭(PRC)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검사 체계를 전환한다. 보건소와 선별진료소에 이어 동네 병·의원에서도 진단검사 체계에 참여한다.
 
그러나 자가검사키트는 마스크처럼 빠른 생산이 불가능한데다 가격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2의 마스크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무지구 등 직장인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약국에서는 신속항원검사 실시 초기에는 수급 불안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마포 소재 대형마트 약국에 입점한 약사 B씨는 이날 카운터에 자가검사키트를 배치했다. 문의가 많기 때문에 눈에 띄는 곳에 올려놨는데, 이날 팔 수 있는 물량은 10개 남짓이라고 설명했다.
 
약사 B씨는 "서울에서도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거고, 그러면 PCR 검사를 감당 못하고 결과도 늦게 나오니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판매처에서 품절인데 정부가 신속항원검사를 한다고 발표 해버리니, 물량을 어떻게 풀지도 모르겠고 혹시나 마스크 대란 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많아지면서 가격 폭등도 우려된다. 2회 분량 기준으로 1만3000~1만5000원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약국에서는 자가검사키트 입고 초기보다 10% 가까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가 선별검사소에서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할 경우, 약국에서 다소 높은 가격에 키트 구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1만3012명이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미크론 대응과 관련해 "자가진단키트의 경우 초기에 단기간, 지역별 수급 불안 가능성도 있으니 이 부분을 잘 챙기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기자가 약국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이용해 코로나19 검사를 한 결과, 음성이 표시됐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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