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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한계기업에 주식담보대출 급증…금감원 예의주시
최근 발행된 최대주주 주담대 절반은 상상인 그룹 통해 이뤄져
작년 기한이익 상실에 따른 반대매매…70%가 상상인 주담대
상상인 저축은행, 작년 대손충당금도 68% 늘어
2022-01-27 06:54:12 2022-01-27 13:23:18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상상인(038540) 계열 저축은행이 상장사 대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식담보대출 규모를 키우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주식담보로 대출로 기업사냥꾼의 무자본 M&A 자금통로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으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행한 대출이 반대매매로 이어지면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상장사들의 주가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상장사들의 CB 발행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어 특정 세력의 불공정 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주담대 급증…금감원도 예의주시
 
표/뉴스토마토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19일까지 발행된 상장사들의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체결’ 공시 중 절반가량이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총 29건의 공시 중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채권자로 있는 곳은 14곳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2019년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고금리 주식담보로 대출로 자산을 불려오는 과정에서 기업사냥꾼의 무자본 M&A 자금통로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무자본 M&A 합동점검을 통해 “상상인저축은행 등 일부 저축은행에서 무자본 M&A에 자금이 조달된 부분이 상당 부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준원 상상인 대표가 불법대출과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논란의 여지를 키우고 있다. 금융위는 상상인이 개별차주 12명에게 신용공여한도를 초과해 대출한 혐의 등으로 과징금 15억2100만원을 부과하고 유 대표에게 직무정지 3개월을 내린바 있다.
 
금융감독원도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상인 계열 주식담보대출 문제로 주식담보대출이 자기자본의 150%까지만 가능하도록 규정이 만들어진 바 있다”며 “이 제도에 맞게 운영 중인지 상시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들이 주식 담보 대출을 실행한 기업들은 특히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한계기업들에 집중됐다는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이달 상상인 계열사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계약을 체결한 KD(044180)에스엘바이오닉스(214310), 대한그린파워(060900) 등은 순손실이 증가하면서 결손금이 늘어난 기업들이다. 에스엘바이오닉스의 경우 2018년부터 지속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결손금이 누적, 지난해에는 무상감자까지 진행했다. KD 역시 지난 2017년부터 2019년을 제외한 모든 사업연도에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대한그린파워는 지난해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발생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한계기업에 대출을 이어가면서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해 대손충당금은 1275억원으로 전년 동기(782억원) 대비 68% 증가했다. 상상인처축은행은 회수불가능 채권 등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다.
 
상상인 관계자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주식담보대출의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짧게 잡고 있다”며 “최근 늘어난 공시는 짧은 주식담보대출 기간이 도래했기 때문이지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들이 주식담보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기한이익 상실 반대매매 70%가 상상인 계열에서 대출받아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과 주식 담보 대출 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에서 로스컷(손절매)이 나오면서 주가 하락 폭을 키우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을 통해 주식담보 대출을 진행한 한계기업들이 이자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등 대출의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해 담보권이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전 일까지 상장사들이 받은 주식담보대출의 기한이익이 상실돼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변동된 것은 총 33건으로 나타났다. 이중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상상인증권(001290) 등 상상인그룹 계열사가 담보권을 실행한 것은 23건으로 전체 공시의 70%에 달했다. 최근에는 중앙디앤엠과 체결한 주식담보대출의 담보권이 실행되면서 주가가 하한가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반대매매는 주식담보대출 계약에 따라 빌린 자금을 못 갚거나, 주식 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발생한다. 반대매매가 일어날 경우 해당 종목은 물량 투하로 인해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이미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도 무분별한 주식담보대출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2018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주식담보대출의 반대매매를 통해 회수한 금액은 17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저축은행업계 회수금액(284억원)의 59.8%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발행 CB 12%가 상상인 통해 자금조달…특정 세력 악용 우려 
 
상상인그룹 계열사의 경우 규모가 작은 상장사들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BW) 발행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지난 25일까지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서 발행된 CB는 총 721건이다. 이중 상상인 그룹 계열사들이 인수자로 참여한 건은 총 86건으로 12%를 차지한다. CB의 경우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보다 낮은 이율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통상 규모가 적은 상장사들의 자금 조달 통로로 활용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 리픽싱 상향 의무화 이전에 발행된 CB들의 경우 전환가액이 낮아진 뒤 향후 주가가 올라도 낮아진 전환가액은 유지된다”며 “규모가 작은 회사의 CB 발행 이후 일부러 악재성 정보를 흘려 주가를 떨어트리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 세력에 악용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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