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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회에 송영길까지…민주당, 대선 위기감에 극약처방(종합)
송영길, 긴급 기자회견…"기득권 내려놓겠다, 총선 불출마"
24일 정성호 등 이재명 최측근 7인회 '임명직 거부' 선언
당 안팎서 86세대 용퇴론 커져…'전면 용퇴'는 미지수
2022-01-25 11:29:41 2022-01-25 11:34:24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25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전날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 그룹인 '7인회'가 "이재명정부에서 임명직을 일체 맡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이은 연장선상이다. 대선 패배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선제적으로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성난 민심 이반을 돌리겠다는 일종의 회유책이다. 

송 대표는 25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재명정부' 탄생의 마중물이 되겠다"며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불출마 선언 배경에 대해 "촛불의 명령으로 탄생한 민주당 정부에게 국민께선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지만 국민의 분노와 실망, 상처를 덜어드리기에 민주당의 반성과 변화, 쇄신이 많이 미흡했다"며 "민주당은 국민께서 요구하고 계신 자기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해 정치의 본령,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송 대표는 또 "민주당은 종로, 안성, 청주 상당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면서 "공천 포기는 당장은 아픈 결정이지만, 책임정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3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질 재보궐선거 지역은 서울 종로와 서초갑, 대구 중구·남구, 경기 안성, 충북 청주 상당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종로와 안성, 청주 상당은 민주당 지역구였다. 종로에선 이낙연 의원이 경선 전념을 이유로 사직했다. 안성에선 이규민 의원이, 청주 상당에선 정정순 의원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서 지역구를 잃었다. 3곳 모두 민주당의 귀책사유가 있는 곳들이다.

송 대표는 아울러 "동일지역구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조항의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며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서 제명 건의를 의결한 윤미향·이상직 무소속 의원과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의 제명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방선거에 2030세대 청년들을 파격적으로 대거 공천, 민주당이 '2030당'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송 대표는 자신을 포함한 86세대의 용퇴론도 내비쳤다. 송 대표는 "586세대가 많은 일을 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기득권이 되었다는 당 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며 "우리가 원한 것은 더 나은 세상이지, 기득권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배가 된 우리는 이제 다시 광야로 나설 때"라며 "자기 지역구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젊은 청년 정치인들이 도전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25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뉴시스

송 대표가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선언한 건 대선을 43일 앞둔 상황에서 당 안팎에 파다한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23차 정기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는 다자대결과 양자대결 모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자 이재명 36.4% 대 윤석열 41.0%, 양자 이재명 42.3% 대 윤석열 48.4%였다. 야권 단일후보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나서도 이 후보는 밀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의 위기감은 표밭인 서울에서 좀처럼 민심을 얻지 못하는 데다, 2030에서도 뚜렷한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한 데 기인한다. 성난 부동산 민심을 보여주는 서울과 여권의 잇단 내로남불에 분노하는 2030, 경제방역 실패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코로나 생계민심까지, 이 후보로서는 유리할 것 하나 없는 형국이다. 이에 이 후보는 서울과 경기 순회에 나서며 연일 사과와 눈물까지 보이는 등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취록 공개가 되레 이 후보의 과거 형수 욕설까지 재등장시키는 등 사면초가의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감은 정성호·김영진·김병욱 의원 등 이재명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7인회의 선언에서도 볼 수 있다. 이들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에서 우리 7명은 국민의 선택이 없는 임명직을 일체 맡지 않겠다"며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소위 7인회라고 불리는 저희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7인회는 정성호·김영진·김병욱·문진석·임종성·김남국 의원, 이규민 전 의원 등을 일컫는다. 이들은 지난해 민주당 경선 전부터 이 후보 지지를 표명했으며 별도의 메신저 채팅방을 통해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했다. 특히 정성호·김영진·김병욱 의원은 2017년 민주당 경선에서도 이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친이재명계 핵심이다.

다만 7인회의 임명직 거부와 송영길 대표의 불출마 선언이 86세대 전면 용퇴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86세대가 빠지고 빈 자리에 2030세대를 전면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해 11월 이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쇄신을 추진할 때도 제기된 바 있지만 이내 묻혔다. 86세대가 당의 주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기득권의 벽에 부딪힌 것으로 해석됐다. 이들은 과거 87년 6월 민주화항쟁 등을 주도하며 개혁의 상징이 됐으나 지금은 2030들로부터 '꼰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기득권의 상징이다.  
 
24일 정성호 의원 등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최측근 그룹인 7인회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에서 우리 7명은 국민의 선택이 없는 임명직을 일체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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