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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뜨거운 LP 레코드 붐…"역대 최고조"
새벽부터 긴 줄…7000여명 몰린 '서울레코드페어'
업계 "지난해 LP 매출액 규모, 1000억원 돌파" 추산
2022-01-24 17:06:26 2022-02-11 17:12:22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새벽부터 와서 줄을 서고 있는데, 헛웃음만 나네요."
 
코로나 PCR 검사나 공연 대기를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아니었다.
 
22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라이즈(RYSE) 호텔 인근. 이 일대 블록 전체는 대략 1000명도 족히 넘을 규모의 구매 대기 인파 줄로 휘감겨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영광(32)씨(동대문구 거주)는 2시간 반을 기다려 결국 490번의 대기표를 받았다. 불독맨션 'FUNK'(400장 한정 판매), 스페이스카우보이 'The Universe'(500장 한정 판매), 클래지콰이 'Instant Pig'(900장 한정 판매) LP를 사러왔다는 김씨는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날 매장 대기 줄은 새벽 4시부터 생겼다.
 
22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라이즈(RYSE) 호텔 인근. 이 일대 블록 전체는 대략 1000명도 족히 넘을 규모의 구매 대기 인파 줄로 휘감겨 있었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LP(바이닐) 레코드 구매 열기는 2000년대 들어 지금이 가장 뜨겁다. 팬데믹을 뚫고 3년 만에 열린 이날 '서울 레코드 페어'는 그 증명의 현장이었다.
 
서울레코드페어는 오래된 음악 매체에 주목하자는 취지로 2011년 첫 발을
뗐다. 초창기에는 CD가 주를 이루고 관객도 2000명 수준이었으나, 최근 몇년 LP 중심으로 규모가 10배 가까이 늘며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주최 측(서울레코드페어 조직위원회·라우드앤라우드)에 따르면 이날 하루 라이즈와 무신사 일대에는 7000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인근 음반 매장 6곳(김밥레코즈·도프레코드·메타복스·팝시페텔·사운즈굿·피터판)까지 합치면 총 1만 명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 2만5000명에 비하면 적은 규모지만 기존 이틀을 하루로 축소하고 온·오프라인(홍대 인근 라이즈호텔과 무신사테라스 두 군데로 분산 배치)을 병행하는 전략을 택한 점을 고려하면, 관계자들은 역대 최고조의 열기였다고 본다.
 
행사장에서 만난 박종명 사운드트리 부사장은 “국내 LP 시장 매출규모(중고 거래액 제외)가 2020년 약 600억∼700억원대에서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망했다.
 
22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라이즈(RYSE) 호텔 지하에 꾸려진 '10회 서울레코드페어'.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팬데믹 이후 세계적으로도 LP 붐은 거세다. MRC 데이터(옛 닐슨 사운드스캔)의 2021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LP 판매량은 약 4172만장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1%나 성장한 규모다. 
 
총판매액 외에도 미국에서 판매수량으로 LP가 CD를 추월한 것은 1991년 MRC 데이터가 판매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최근 MRC데이터는 영국에서 Z세대가 밀레니얼 세대보다 LP 구매 비중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냈다.
 
이날 서울레코드페어에 몰린 구매층도 20~30대 비중이 상당했다. 박 부사장은 "과거 호기심으로 매장을 방문했다면 이제는 인터넷으로 LP 정보를 미리 숙지하고 매장을 방문한다. (청년들의 LP붐은) 공연이나 여행 등 다른 소비가 불가능해진 데 따른 여파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셀러로 참여한 김준석 리플레이뮤직 실장은 "예년에 비해 매출 규모가 2배 이상 늘었다. 카세트나 CD보다 LP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이라는 점도 체감했다"며 "과거와 조금 다른 점은 해외 인디팝 등 음악적 식견이 많은 20~30대 젊은 층 구매자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올해 주최 측은 알록달록한 ‘한정반’, ‘최초공개반’도 내놓고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김사월X김해원, 오마이걸, 이랑의 특별 한정 음반과 함께 인근 스트레인지프룻에서 우엉, 리우 리, 다정, 효도앤베이스 등의 공연이 열렸다.
 
LP 붐이 커지면서 이색적인 기획들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에도 유니버설뮤직이 컬러 LP로 팝 명반 19종을 판매하는 '컬러드 바이닐 캠페인'을 열어 성황을 이뤘다. 당시 빌리 아일리시 등 신예 팝스타들의 판을 사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당시 캠페인은 1차와 2차로 나눠 입고량 기준 각각 87%, 84%의 판매를 기록했다.
 
'서울레코드페어' 일환으로 진행된 싱어송라이터 다정의 공연.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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