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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선 고운임, 상반기까지 불가피"
(인터뷰)최건우 KMI 전문연구원 "운임, 단기간 급락 어려워"
"변이 코로나 확산으로 각국 항만 검·방역 강화"
"2023년 새 선박 늘지만…환경 규제 강화가 변수"
2022-01-16 12:00:00 2022-01-16 12: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컨테이너선 수요가 당장 정상화 궤도에 접어들어도 항만 적체가 풀리려면 적어도 4~5개월이 걸립니다. 중국 춘절(설 연휴) 직전까지는 수요가 꾸준할 테니 올 상반기까지는 고운임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거죠."
 
최건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문연구원은 16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12월 셋째주 기준 미국 로스엔젤레스(LA)·롱비치(LB)항의 대기 선박은 100척에 달해 혼잡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중국 춘절 이후 운임이 조정될 수는 있으나 경착륙보다는 연착륙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된 컨테이너선 운임 고공행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운임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약 5배 높은 수준이다.
 
유례없는 운임 상승에 수출기업들은 컨테이너선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다. 시장에선 현재의 고운임이 단기간에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규모 신규 선박 투입이 예정된 2023년 이후엔 운임이 다시 급락해 선사들이 위기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건우 KMI 전문연구원. 사진/김지영 기자
 
현재 주요 항만들의 혼잡이 심한 원인은.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수요가 꾸준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개인 가처분소득이 증가해 소비로 이어졌다. 소비가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컨테이너 수요가 꾸준히 유지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항만 적체가 계속되면서 컨테이너 선적과 하역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일반적으로 항만의 장치율(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정도)은 65% 미만으로 유지돼야 하나 현재 부산항을 비롯한 주요 항만은 70~8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컨테이너 트레일러 기사 부족과 철도 운송 대기시간까지 증가하면서 컨테이너 물류 효율성이 더 떨어졌다. 지난해 사건 사고가 유난히 많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오미크론 같은 변이 바이러스가 항만 적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각국이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검역을 강화하면서 컨테이너 처리 시간이 증가했다. 아울러 철도나 트레일러 업계에 종사하는 인력들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소비재 재고가 계속해서 부족한 것도 컨테이너 수요 증가와 이로 인한 항만 적체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미국 내 소매업자들은 2020년 상반기에 코로나19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사재기로 인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상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소매업자들이 선주문을 늘렸고 이는 다시 컨테이너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최근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다시 오르고 있다. 중국 춘절까지는 고운임이 예상되는데.
 
2021년 부산항의 야드 적체율 자료를 기반으로 연구한 결과, 수요에 대한 충격이 발생하면 최소 4~5개월가량 항만 정체가 지속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시 말해 지금 컨테이너 수요가 정상화하더라도 4~5개월 후에나 적체가 풀린다는 말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고운임이 예상된다.
 
코로나 이후 SCFI가 기준점인 1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1000포인트 밑으로 낮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의 공급망 충격은 항만의 병목현상이 주원인으로, 인프라 개선 없이 단기간에 나아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울러 현재 선사와 화주가 맺은 장기 계약 운임이 운임 하락을 막을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운임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지난해 컨테이선 시장 장기계약 비중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선사들이 공급을 조절해 운임 하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인 데다, 대체할 수 있는 수단도 부족하다. 항공화물이나 벌크선(건화물선)을 일부 이용할 수 있으나, 제한적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잇따라 새 선박을 주문하고 있다. 선박 증가로 공급이 늘면 운임이 다시 급락하진 않을지.
 
실제로 새 선박이 급격히 늘어나기는 한다. 2023년 기준 287척(약 230만TEU)의 새 선박이 시장으로 들어온다. 평소에는 100만TEU 내외로 새 선박이 인도되는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인 것이다. 이때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운임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2023년 1월부터 국제해사기구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규제를 충족하지 않는 선박은 출력제한 장치를 달거나 저속운항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저속운항하면 3척이 투입되는 항로에 4척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년은 공급 증가와 감소 요인이 동시에 있어 현재로선 운임 전망을 하는 게 쉽진 않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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