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안 후보는 다자대결에서 '마의 15%'를 돌파하는 등 심상치 않은 상승세로 기존 양강 구도를 3자 구도로 돌리는 모양새다. 안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할 경우,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꺾는다는 여론조사도 속출하고 있다. 순간 돌풍인 줄 알았던 '안풍'이 세력을 점차 확대하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비상이 걸렸다.
<뉴스토마토>가 11일 발표한 '선거 및 사회현안 21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안 후보는 4자 가상대결에서 직전 조사보다 5.5% 급등한 12.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본 조사 실시 이래 처음으로 10% 벽을 넘었다. 특히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45.9%의 지지를 얻어 40.6%의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이내에서 꺾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윤석열 후보가 단일후보로 출격할 경우 43.2%의 지지를 기록, 44.0%의 이재명 후보와 초접전을 펼쳤다. 단일후보 경쟁력에서 윤 후보보다 우위에 있음을 입증한 것.
안 후보의 매서운 추격세로 제1야당인 윤 후보의 단일후보 승산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10일 발표된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조사 결과, 야권 단일후보 지지도에서 안 후보는 35.9%를 기록해 32.5%의 윤 후보를 제쳤다. 앞서 서던포스트가 CBS 의뢰로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실시한 조사의 경우, 야권 단일후보로 안 후보가 나섰을 경우 42.3%의 높은 지지를 얻어, 28.9%에 그친 이 후보를 가볍게 제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 간 격차는 무려 13.4%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사진/뉴시스
안 후보가 더 이상 변수에 머물지 않고 상수로 올라서자, 국민의힘 선대본부 차원에서도 처음으로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10일 한 라디오에서 '단일화 국면이 오지 않겠냐'는 질문에 "불가피하지 않겠나. 본격적인 단일화 국면까진 한 달가량 남았다"고 했다.
윤 후보는 그간 "정치 도의"를 이유로, 이준석 대표는 '선자강론'을 내세우며 단일화에 대한 말을 아꼈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단일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권 단일후보 선호도에서 안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는 질문에 "우리 후보가 다소 하강 국면 속에서 이뤄진 조사"라며 "금요일(7일)부터 급격히 지지율이 상승했다. 60일이면 충분하다"고 아직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이 대표는 안 후보에 대한 감정적 골이 깊다.
안 후보의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결국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그 시점까진 우리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양측 모두 정권교체 대의를 무시할 수 없다는 기본적 판단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3자 구도는 필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인식도 함께 한다.
관건은 여론조사 룰이다.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시간적 한계상 여론조사 외에는 다른 단일화 방안이 없다는 데 이론이 없다. 문제는 누구를 대상으로 물을 것이냐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지지층 또는 국민의힘 및 국민의당 지지층으로 한정할 공산이 크다. 명분은 역선택 방지다. 민주당 지지층까지 포함할 경우 본선 경쟁력이 낮은 후보를 일부러 고른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정권교체를 바라보는 지지층의 수치가 다르게 나온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언급한 건 이런 맥락에서다.
반면 안 후보는 전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명분은 외연 확장이다. 양측은 이 지점에서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한쪽의 양보 없이는 단일화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물고 물리는 기싸움만 벌이다 단일화가 결렬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사진/뉴시스
2차 충돌 지점은 합당 또는 연립정부 논의 여부다. 여대야소인 정치 지형상 윤 후보나 안 후보 누가 승리하든 간에 대선 후 정계개편 시도는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합당 약속을 전제로 단일화를 추진할 공산이 크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했고, 이후 국민의힘과 합당 절차를 추진하다가 결렬됐다.
일단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전제로 한 국민의힘의 '공동정부론'에 대해 "제도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고, 안철수정부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또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이 안 후보의 완주"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안 후보는 양당 후보의 비호감을 이용, 차별화를 통한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 후보는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재추진에 대해 "아무리 표가 급해도 나랏돈을, 국민의 혈세를, '문재인정권 시즌2 제작비'로 쓰려한다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께서 절대 용납하시지 않을 것"이라 비판했고, 윤 후보의 병사 봉급 월 200만원 공약에는 "부사관 월급이나 장교 월급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