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특송’ 송새벽, 한국영화 역대 최강 악역 만들다
“전혀 연민 느껴지지 않는 ‘조경필’, 그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코미디’·‘악역’ 중 더 쉬운 연기? 연기란 게 산 넘으면 산이더라”
2022-01-06 01:25:00 2022-01-06 01:25: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왜 이 배우에게 이런 수준의 악역을 맡겼을까 싶었다. 우선의 오해의 소지가 있을 듯하다. 이 문장에는 ‘그 배우’가 ‘악역’을 맡을 만한 능력이 부족하단 뜻이 절대 아니다. 그 문장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우선 ‘그 배우’는 악역을 맡을 색깔이 전혀 아니란 뜻이 첫 번째다. 살짝 높은 쪽에서 형성돼 있는 연기 텐션이 특색인 배우다. 그래서 사실 코미디 쪽에 더 어울린단 아우라가 강했다. 실제로 코미디 출연이 많았다. 두 번째는 상상이 안될 악역을 그리고 싶은 감독의 욕구가 ‘그 배우’에게 ‘악역’을 맡긴 것이 아닐까 싶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본 뒤 두 번째 이유에 강한 수긍이 됐다. 감독의 혜안이 완벽하게 적중된 듯하다. ‘전무후무’란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영화 ‘특송’의 송새벽에 대한 얘기다. 그는 코미디에 특화된 듯한 연기 색깔 그리고 어눌한 듯한 말투가 특징이다. 그런데 그 지점이 악역에 대입됐을 때 소름 끼치는 것을 넘어 전혀 본적 없는 설명 불가능한 아우라를 만들어 냈다. ‘이런 악역, 지금까지 없었다’란 문장을 들이대도 무리가 아니다. 웃으면서 상대방을 바라보는 데 그 웃음에 오금이 저리게 된다. 송새벽의 내공이 코미디가 아니었음이 증명됐다.
 
배우 송새벽. 사진/NEW
 
당연히 송새벽도 이런 악역 캐릭터를 예전부터 원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악역이라기 보단 ‘양면성’이 있는 인물에 대한 갈증과 갈망이 있었다고. 아마도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코미디적인 부분에 집중된 필모그래피가 송새벽에게 알 수 없는 이런 갈증을 만들어 내지 않았나 싶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진중한 캐릭터에서도 송새벽의 등장은 웃음을 무의식적으로 나오게 만들기도 했다.
 
“저도 모르지만 그런 게 제 맘속에 있기도 했었나 봐요. 시나리오 받았는데, 역할이 너무 마음에 들었죠. 악역이라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연민이 전혀 안 느껴지는 인물이라 무조건 해야겠단 생각뿐이었어요. 자기 목표를 위해 물불을 안 가리는 점. 좋게 표현하면 적극적인 점. ‘조경필’이 도대체 어떤 인간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감독님과 진짜 많이 상의를 하면서 만들어 나갔어요.”
 
배우 송새벽. 사진/NEW
 
내면적인 변화, 즉 캐릭터 구축에 필요한 노력도 필요했다. 하지만 내면에 앞서 외적인 부분 변화를 꾀했다. ‘특송’에서 첫 등장 장면의 날카로움은 지금까지의 송새벽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강했다. 분장을 통해 약간 검게 그을린 피부톤까지 유지했으니 얼굴의 날카로움은 더욱 강해졌다. 약간의 체중 감량을 통해 악랄한 형사 ‘조경필’의 외모를 만들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떠오른 ‘조경필’의 이미지가 우선 굉장히 슬림한 스타일이고 날카로운 느낌이었어요. 신경질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외모적인 부분이 떠오르니 지금 모습보다 좀 슬림해질 필요가 있겠다 싶었죠. 배우들에게 체중 감량은 뭐 크게 어려운 점은 아니라서요. 대략 5kg정도 뺀 것 같아요. 근데 연기를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얼굴이 자꾸 일그러지더라고요. 그만큼 긴장을 많이 했었단 거겠죠.”
 
배우 송새벽. 사진/NEW
 
내적인 부분은 앞서 언급한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 인물로 밀고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특송’을 보면 싱글벙글 웃으면서 끔찍한 짓거리를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하는 인물이 바로 ‘조경필’이다. 조경필은 극중 단 한 번도 얼굴을 붉히고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장 악랄하고 또 가장 악독한 짓을 서슴없이 한다. 웃으면서 나쁜 짓을 하니 더 소름이 끼치고 더 못된 인간처럼 보였다.
 
“조경필이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 ‘난 예수고 얘는 모세야. 그러니 갈라져’란 대사. 그게 딱 조경필이 어떤 인간인지 보여주는 핵심 대사라고 생각했어요. 왠지 모르게 전 그 대사가 진짜 세게 느껴졌거든요. 되게 웃긴, 코미디적인 느낌도 드는 데 영화를 다 보시고 나면 그 대사가 굉장히 소름 끼치게 다가오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냥 난 ‘하면 하는 놈이야’란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 핵심 대사 같아요.”
 
배우 송새벽. 사진/NEW
 
워낙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인 건 그의 동료들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선 더 없이 악랄한 인물로 등장했기에 현장에서 굉장히 낯선 이미지가 동료들을 어렵게 하진 않았을까 싶다. 그는 ‘공포영화 촬영장이 오히려 그렇게 웃음이 넘친다고 하더라’는 말로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을 대신했다. 주연 여배우인 박소담과의 호흡, 그리고 자신의 악랄함을 넘치게 한 연우진과의 연기 뒷얘기 등을 털어놨다.
 
“너무 좋은 분들과 너무 험한 상황을 연기해서 참 그렇긴 했어요(웃음). 소담 배우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었어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제 예상보다 더 에너지가 컸죠. 시사회 끝나고 연락이 왔는데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연우진과는 첫 씬이 너무 괴팍해서 진짜 어색했는데 ‘컷’ 후에는 서로 부둥켜 안고 민망함을 달래느라 힘들었죠. 김의성 선배는 그 연배에 그렇게 모두를 편하게 해 주세요. 진짜 좋은 선배이세요.”
 
배우 송새벽. 사진/NEW
 
워낙 코미디에 대가이고 특유의 템포와 텐션이 코미디에 특화돼 있는 듯한 배우다. 하지만 ‘특송’ 이후 악역이 쏟아질 듯하다. 충무로 최고의 빌런이 등장했단 평가가 결코 과찬은 아니다. 그는 손사래와 웃음으로 민망함을 대신했지만 결코 입 발린 칭찬은 아니다. 워낙 많은 코미디 연기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물 만난 고기처럼 악역 연기에 신들린 솜씨를 더했다.
 
“배우로서 코미디가 쉽고 악역은 어렵다? 그 반대는? 다 어려워요(웃음). 이게 연기란 게 산 넘으면 또 산이 나오는 격이라.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한 번 빠지고 나면 헤어나오기 힘든 게 악역인 거 같아요. 예전에 ‘도희야’란 작품에서 제가 끔찍한 놈을 한 번 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좀 힘들더라고요. 근데 이 연기란 게 참 묘해요. 또 악역을 오랜만에 하니 너무 또 그 맛을 잊기 힘들 듯하네요.”
 
배우 송새벽. 사진/NEW
 
딸 하나를 두고 있는 송새벽이다. 올해 9세란다. 현재 아내와 딸과 함께 제주도에서 거주 중이다. 딸이 풀밭에서 뛰어 노는 모습이 그렇게 행복하단다. 제주살이를 하는 스타들도 정말 많다. 이웃사촌으로 깜짝 놀랄 스타들이 정말 많다고 자랑하며 웃는다. 송새벽 스스로가 워낙 시골스럽고 또 시골에서 낳고 자라서인지 제주의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만족한다.
 
“이효리씨 부부 그리고 가수 강산에 형님과 배우 김뢰하 형님이 이웃사촌이에요. 가끔 만나서 밥도 먹고 그래요. 제주에서 사는 곳이 워낙 촌구석 동네라 사람도 거의 없고 주변이 그냥 푸른색이에요. 아이가 뛰어다니는 모습만 봐도 너무 기분이 좋아요. 제주에 내려온 선택이 너무 즐겁고 이젠 도시에서 못 살 것 같아요. 당분간은 이 풍경을 좀 즐기려고 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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