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민영빈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0시에 특별사면 된다. 이제 관심은 박 전 대통령 입에 쏠렸다. 침묵의 시간을 이어갈지, 정권교체를 위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과 구원관계에 놓인 윤 후보를 비판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은 신병치료에 전념하면서 침묵 유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30일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늘 석방 시점 전후로 박 전 대통령 입장발표, 메시지 전달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사면이 발표된 지난 24일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를 통해 "신병 치료에 전념해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선정국에서 박 전 대통령 특유의 단문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권에 몸 담았을 당시 '단문의 리더십', '절제된 화법'을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개헌 제안을 "참 나쁜 대통령" 등 표현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4·15총선을 앞두고는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면서 미래통합당에 힘을 실어주는 짧은 옥중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이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할 경우 윤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성 친박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박 전 대통령이) 침묵을 일관되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윤석열 후보 쪽이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조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침묵이 윤 후보 지지라고 볼 수 없는 건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통령 건강 악화 문제가 윤 후보가 그동안 했던 여러 행보에 영향이 있었다. 특검이 (박 전 대통령에게) 45년형을 구형했고 하루 10시간을 이리 끌고 저리 끌고 다녔다"고 윤석열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이어 "박 대통령의 병환이 굉장히 안좋다고 나올 경우에는 직격타는 윤 후보가 맞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자정 석방이 되는 가운데, 삼성서울병원 앞 양 인도에는 지지자들의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응원메시지가 담긴 화환들이 줄지어 서 있다/뉴스토마토
반면 박 전 대통령이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줄 경우 윤 후보로서는 한숨 돌리겠지만, 반대로 촛불집회에 나섰던 중도층 민심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이 아예 윤 후보를 비토할 경우 직격탄이 된다. 당장에 대구·경북(TK)을 포함해 보수 지지층 표심이 요동칠 수 있다. 특히 윤 후보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특검 수사팀장을 맡아 수사를 지휘한 만큼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도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국회의 탄핵 소추를 주도했다.
윤 후보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이날 대구시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께서 건강이 회복되시면 찾아뵙고 싶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크게 환영하고 조금 더 일찍 나오셨어야죠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아직 입원해 계시고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빠른 쾌유를 바란다"고 했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아끼고 사랑하는 단체들도 조금 전에 저의 당선을 바라는 지지 선언을 해주셨다"며 "찾아뵙고 싶은데 다른 정치적인 현안들을 박 대통령께서 신경을 쓰신다면 쾌유가 늦어지기 때문에 시도 자체를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국민에게 인사를 하는 차원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공화당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 때 한 번 메시지를 내셨고, 메시지를 자주 내시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메시지를 내더라도 본인의 안위에 대한 얘기나 국민께 감사 인사를 드리는 수준일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국민들이 코로나 때문에 힘든 데 대한 얘기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치료를 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앞 인도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 수백개로 가득찼다. 화환에는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에 보내는 응원메시지로 "힘내세요, 사랑합니다"와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인도 양쪽으로 줄지어 선 화환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이미 정오부터 병원 정문 앞과 근처 인도에는 우리공화당 당원을 비롯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천막을 치고 자정 사면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 변호사의 전언대로 박 전 대통령은 신병 치료에 전념하며, 별다른 정치 활동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는 2월까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자정 석방이 되는 가운데, 삼성서울병원 앞 양 인도에는 지지자들의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응원메시지가 담긴 화환들이 줄지어 서 있다/뉴스토마토
민영빈 기자 0empt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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