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입이 한껏 거칠어졌다. 지지율 급락에 다급히 대구·경북을 찾아 보수표심 다독이기에 나선 가운데, 반문 정서와 정권교체 심리를 자극하려다 갖은 실언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표심을 잡으려다 국민 마음을 잃는 '소탐대실'을 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 29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지역 선대위 출범식에서 "권위주의 독재정부는 경제를 확실히 살려놔 우리나라 산업화 기반을 만들었는데, 이 정부는 뭐 했냐"고 따졌다. 또 "전문가들이 들어오면 자기들이 해 먹는 데 지장이 있으니 무식한 삼류 바보들을 데려다가 정치를 해서 나라 경제와 외교·안보를 전부 망쳐놨다"도 맹비난했다. 윤 후보는 30일 대구 선대위 출범식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야당 인사들에 대한 통신조회 논란을 거론하며 "미친 사람들 아닙니까"라며 "도대체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짓거리를 하고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냐"고 거친 비판을 이어갔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 발언에 대해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이 다 불행하게 됐는데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오늘날 선진국이 됐다"며 "그 사람들이 나름 경제에 대해 역할을 했기에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됐다. 그걸 윤 후보가 어제 얘기한 것"이라고 적극 엄호했다. 윤 후보가 '대깨문 동원', '무식한 삼류 바보들 데려다 정치 망친다' 등의 표현으로 여권을 거세게 몰아붙인 데 대해선 "후보 스스로가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제가 그에 대해 뭐라고 할 순 없다"고 했다.
윤 후보가 '전두환 미화' 망언으로 홍역을 치르고 광주까지 찾아 사죄했음에도 이 같은 '독재 옹호' 발언을 이어가는 것을 놓고 그릇된 역사관이 뿌리째 박혀있다는 지적과 함께, 지지율 급락에 조급함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해석이 혼재한다. 윤 후보는 앞서 지난 10월 경선 당시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그야말로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해 당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이날 인천 서해5도 특별경비단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시기라서 가능하면 분노의 언어보다는 희망의 언어를 써줬으면 좋겠다"고 윤 후보에게 당부했다. 또 "모두 힘든 시기라서 어려움을 서로 어떻게 극복할 지에 대한 언어가 필요한 시기"라며 "똑같은 말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텐데 왜 저러실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지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금 처지가 궁한 것 같고, 소위 말하는 보수의 심장에 가서 오히려 자극하기 위해서 말씀을 하셨던 것 같은데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비판했다. 박성준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후보는 이제라도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고, 독재 정부가 잘 살게 해줬다고 자신 있게 주장하기를 바란다"며 "윤 후보의 본심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독재가 그리운지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압박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윤 후보는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데 윤석열의 '자유'는 노동자 고혈 짜는 전두환식 자유고, '민주주의'는 박정희 독재정권의 권위주의"라며 "과거 구태의 화신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 후보의 발언 수위가 급격하게 세진 배경에는 지지율 하락에 따른 급박함과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적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문재인정부와 반대되는 반문 발언만 하다 보니 독재 찬양이 돼 버린 것"이라며 "독재정부 때 경제 발전을 얘기하는 건 무지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평론가는 "윤 후보가 자꾸 이런 얘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경제나 정치 일부분에서는 전두환·박정희가 잘한 것 같다는 기본적인 철학과 가치관을 가진 것 같다"며 "한편으로는 이들의 고향인 대구·경북(TK)에서 득표율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 발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국민의힘 제공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