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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5년)전쟁위기 걷어냈다…한반도 평화 마지막 한 수는 '종전선언'
문 대통령, 북미 대화 견인 중재자 역할…남북·북미 정상회담 성사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교착상태…바이든정부 출범 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유엔총회서 종전선언 제안…연말 전원회의서 김정은 대외 메시지 주목
2021-12-30 06:00:00 2021-12-30 0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5년간 외교안보 정책은 평화 프로세스 구상을 토대로 한반도 내 전쟁 위기를 걷어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 받는다. 다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북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 완화 등의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북한은 대화의 문을 더욱 잠궜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문 대통령의 마지막 한 수다. 종전선언 성사 여부에 따라 한반도 평화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 항구적 평화체제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북미 수교도 구상에 있었다.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노력에 힘입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는 등 전쟁 위기까지 엄습했던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잇단 미사일 발사와 같은 해 9월 6차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을 끝까지 인내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했다. 첫 시작점은 2017년 7월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었다.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종전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신경제 구상, 이산가족 상봉과 민간 교류 지원 등을 제시했다.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결정적 계기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남과 북, 그리고 세계의 선수들이 땀 흘리며 경쟁하고 쓰러진 선수를 일으켜 부둥켜 안을 때, 세계는 올림픽을 통해 평화를 보게 될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희망은 현실화됐다.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평화의 계기가 되어 평화 올림픽으로 승화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직접 문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고, 이는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2018년 4월,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정상회담이 열렸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 채택됐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상호 적대행위 중단, 군사적 긴장 상태의 완화, 남북한 불가침과 군비 축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평화로 가기 위한 주요 방안들이 선언문에 담겼다. 이후 대략 한 달 뒤인 5월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간 대화를 견인하기 위한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그 결과 같은 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기를 완화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19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 입장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월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9·19 평양공동선언은 정상회담의 결과물이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정상화, 이산가족 화상상봉 추진, 미국 상응 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2032년 하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한국전쟁 유해 공동 발굴과 남북공동경비구역(JSA) 내 완전한 비무장화 등에 대한 합의가 담겼다. 합의 직후 문 대통령은 능라도 5·1경기장에 모인 15만명의 평양 시민에게 직접 연설을 해 세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또 김 위원장과 백두산 천지에 함께 올라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별다른 합의 없이 결렬된 뒤 남북 관계도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같은 해 6월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냈지만 북미 정상 간의 비핵화 합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오히려 2020년 6월 북한이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연락채널 차단,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은 다시 고조됐다.
 
미국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자,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재가동됐다.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합의에 기초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직접 성김 대북특별대표 임명을 발표하는 등 북한 비핵화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7월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는 다시 평화로 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종전선언은 대화의 출발점으로 활용할 정치적 선언으로, 문 대통령의 임기 전 마지막 과업이다. 현재는 한미 간 문안 논의가 사실상 합의된 상태다.
 
다만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의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정부는 27일 개막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김 위원장의 대외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종전선언에 호응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하노이 노딜 이후에 교착상태에 빠진 건 분명하지만 크게 보면 일시적 교착"이라며 "전체적으로 보면 2018년 체제의 등장은 결국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로 가는 길을 열었고, 그것을 통해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해소, 비핵화 체제 평화프로세스로 가게 됐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은 긍정적으로 볼 대목이 많다"고 평가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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