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1년)③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충격파 얼마나
피의자신문 보다 증거물 확보로 수사 초점 이동
재판 지연 우려…플리바게닝제도 등 대안으로
입력 : 2021-12-30 06:00:00 수정 : 2021-12-30 0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수사권 조정 등 개정 형사소송법 조항 중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능력 제한에 관한 규정은 올해 시행된 다른 규정과 달리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내년 시행되는 형사소송법 312조 1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해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시행령 시행 당시 시민사회에서는 "조서 증거 능력 제한은 공판중심주의 실질화를 위해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무부는 이에 대해 "즉시 시행할 경우 수사·재판 실무상 절차적 혼란이나 범죄 대응 역량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1년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애초 입법예고한 개정안대로 해당 규정은 시행 시점이 1년 미뤄졌고, 그만큼의 유예 기간이 발생하면서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일선에서도 큰 무리 없이 적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 형사 사건 피의자신문 자체 줄어"
 
대검찰청은 내년 1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제한되는 규정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난 6월 박성진 차장검사를 단장으로 하는 '국민중심 검찰 추진단'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추진단과 6개 고등검찰청에 마련된 고검 단위 '국민중심 검찰 TF'는 매월 진행한 회의를 통해 세부 방안을 확정해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개정 이전에도 검찰과 경찰은 진술 위주의 수사에서 증거 위주의 수사를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고, 또 수사의 기본적인 방향과 실제 관행도 많이 바뀌었다"며 "검찰 조서가 경찰 조서와 같은 증거 능력이 부여되더라도 일부 다툼이 있는 경우는 있을 수 있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제 증거법상 조금 바뀌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검찰에서는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물적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하는 등 더 신경을 쓸 것"이라며 "특히 1년의 유예 기간 검찰이 준비를 했기 때문에 일선에서 충격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출신 김한규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 일반 형사 사건에서는 검찰의 조사가 대폭 감소했고, 수사 대상도 한정돼 있어 피의자신문 자체가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며 "그래서 논란이 있더라도 반부패 범죄나 공직자 범죄 등 여전히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범죄 부분에 한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직접 수사 대상의 피고인이 재판에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논란이 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수사에 대해 검찰이 면밀히 수사할 것이고, 그 수사 결과에 따른 유력한 증거를 토대로 기소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피의자신문조서가 여차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수사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조사자 증언 확대·유죄 협상 도입 논의 전망 
 
다만 재판 지연 등 사건 처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면서 조사자 증언 등 기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미국의 유죄 협상 제도(plea bargaining) 등 다른 대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조서를 보고 재판하는 것이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는 측면이 있고, 지금도 증인신문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실제 규정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나중에 디스커버리 제도 같은 것이 활성화해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절차적인 보완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디스커버리(discovery)는 영미법 소송법상 재판이 개시되기 전 당사자 서로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상호 공개하는 제도다. 당사자 간 정보를 충분히 보유·검토해 쟁점을 명료화하고, 소송 절차 간소화와 소송 비용 절감 등의 장점이 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없어진다고 해도 그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전보다 번거로울 수는 있지만, 조사자 증언, 증거 보전 절차 등 그동안 잘 활용하지 않은 제도로 주요 사건에서 진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예전에 조서만 가지고도 사실상 유죄가 확정됐던 것을 탈피해 보자는 취지를 살려 최소 2년~3년간 운영하면서 보완할 수 있는 점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며 "외국과 비교해 그 자체가 적은 판사 수도 늘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형사소송법 316조 1항에 규정된 조사자 증언은 피고인을 조사한 검찰, 검찰 수사관 등이 재판에서 발언한 내용에 증거 능력을 부여하는 제도다. 
 
해당 조항은 공소 제기 전 피고인을 피의자로 조사했거나 그 조사에 참여했던 자를 포함해 피고인이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지난 10월 발간한 '수사기관 작성 조서의 증거 사용에 관한 연구'란 보고서에서 "공판중심주의의 실천적 구현으로서 공판 심리의 실질화가 추구돼야 함은 물론이나, 이는 실체 진실 발견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에 개정 형사소송법하에서 공범 조사자 증언이나 공범 증인 면책 제도 등 여러 제도가 실체 진실 발견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가 검토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재판 기간의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중요 사건에 충분한 사법 역량을 투입할 수 있도록 미국의 유죄 협상 등과 유사한 제도의 도입 등 사법 자원 분배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될 여지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유죄 협상은 미국에서 검사가 피의자나 피고인의 기소 인부 답변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그들과 양형 등에 관해 협상하는 제도로, 기소 인부 절차(arraignment)와 함께 운용되면서 대부분의 사건이 공판기일 전에 종결된다. 연방양형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10월1일부터 지난해 9월30일까지 유죄가 확정된 전체 연방범죄 6만4565건 중 6만3157건(97.8%)이 기소 인부 절차에 의해, 1408건(2.2%)이 공판 절차에 의해 각각 진행됐다.
 
지난해 11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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