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업비트 독점 심화에 술렁이는 업계…공정위 판단 놓고 이견
공정거래법상 70% 이상 점유율에 '독점' 지적 나와
공정위 "불공정 행위 발견되지 않아 문제라고 보기 어려워"
업계, "현행 특금법이 더욱 독과점 심화시켜…특금법 개정도 시급"
2021-12-27 15:35:32 2021-12-27 18:19:12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지난주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신고수리가 마무리된 가운데 업비트 독점 체제가 더욱 견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독과점 시장 형성을 막기 위한 정부차원에서의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선 독과점 문제로 섣불리 규정짓기 어렵다며 조사에 나서지 않고 상황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분석원(FIU)는 지난 23일 신고 접수된 가상자산 사업자 42개사 중 총 29개사의 신고수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사업자가 신고 이후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준비가 됐는지를 중점 점검했다"고 말했다. 
 
업비트 거래소 전경. 사진/이선율 기자
 
 
겉으로 보면 가상자산사업자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4개 대형 거래소 외엔 원화거래가 불가능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행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제도가 진입장벽을 높이 세우며 1위 업체인 업비트 독과점 지위만 더욱 키워줬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에서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면 독점, 3개 사업자의 점유율이 70% 이상이면 과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 시장에 신규 업체의 진입이 어려운 경우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영향력이 강해진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대해선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비트의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은 현재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캣캡 기준 평균 77% 수준이며, 회원수는 지난달 기준 890만명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조원을 돌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점사업자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행위를 했을 때 조사를 해서 제재를 한다"면서 "업비트의 경우 부당한 수단이나 경쟁제한 행위를 통해 한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독과점이 형성된 사안으로 보이기 때문에 문제삼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도 휴대폰사업자 중에서는 독점사업자이지만 제재하진 않는다는 설명이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역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지난 14일 열린 두나무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 기자간담회에서 독점 논란에 대해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을 따지거나 거래량만 가지고 점유율을 따지는 것은 협소한 시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또 "업비트 거래량의 2배가 넘는 금액이 국내에서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서 거래되고 있다"면서 해외 거래소를 배제한 상태에서 4개 거래소만을 기준으로 독점 부분을 따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려면 현재로선 업비트 운영에서 구체적인 불공정행위가 드러났는지가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난해 요기요와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추진 당시를 거론하며  반론을 제기한다. 공정위가 당시 독과점으로 소비자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기업결합 불허 결정을 내린 것과 비교해 편파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비트 거래소. 사진/뉴시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배민 인수건 철회 조치만 보더라도 당장 이슈가 생기지 않았지만 실제 기업결합이 되면 추후 소비자 권익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제재를 했었다"면서 "현재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한 업비트와 다른 거래소들간 비교 경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유효한 경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휴대폰 사업의 경우 국가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사업인 반면 가상자산은 시작부터 좋게 바라보고 있진 않는 데다 가상자산산업에 대한 관심도 크게 없어보인다"면서 "특정한 회사가 코스닥, 코스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고, 독과점 사안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나왔는데도 여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조사를 하겠다는 논리는 너무 책임회피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법의 집행과 적용 여부에 대해 판단하는 피감기관인 공정위에서 제대로 조사를 벌이지 않고 있는 점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더 나아가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실명확인계좌 조항 등을 포함하고 있는 현행 특금법을 개정하는 작업 또한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코인 상장과 폐지 관련해서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검토나 조사가 전혀 없다"면서 "상장에 따른 상장피 논란, 폐지에 따른 피해 또한 독점력에 의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조사도 벌이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문제삼았다.
 
노 의원실 측은 이어 "현재의 독과점 시스템이 만들어진 근본 배경은 정부가 실명확인계좌를 강제하는 조항을 넣으면서 발생한 영향이 크다"면서 "특금법 개정 등을 통해 이런 문제들도 바로잡고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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