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사과법을 놓고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윤 후보는 최근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이 논란이 되자, 사실관계를 따지겠다며 시간을 벌다 성난 여론에 못 이겨 사과했다. 하지만 다음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한 사과인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답하며 진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심지어 '가짜뉴스' 프레임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이를 두고 윤 후보가 '전두환 미화' 발언 당시 사과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당시에도 논란 초기 "전체적인 맥락을 보라"며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버텼다.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면서 윤 후보는 "유감"에서 또 다시 "송구"라는 표현으로 수위를 높이며 고개를 숙였다. 성난 민심에 마지못해 사과했지만, 하필 당일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개 사과' 사진을 SNS에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으나,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막혀 참배를 중간에서 포기해야 했다.
이번 부인 논란에 대처하는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윤 후보는 김씨의 허위경력 의혹 초기 "저쪽(여권)에서 떠드는 얘기 듣기만 말고 대학에 아는 분들 있으면 물어보라. 시간강사를 어떻게 뽑는지. 공개채용이 아니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윤 후보는 예고 없이 당사 기자실을 찾아 A4 1장짜리 사과문을 품에서 꺼내 읽은 뒤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를 두고 기자들 사이에선 "백브리핑인지 공식사과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윤 후보는 유독 사과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20일 "윤 후보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사과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같다"며 "일평생 검사로 살아왔으니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사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사과를 주저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후보가 정치권의 사과 방법을 체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선 이재명 후보가 깔끔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윤 후보 특유의 강성 기질이 있다"며 "쉽게 남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가 정치인으로서 소통하는 방식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사과 패턴을 보면, 국민이 뭘 원하는지 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다 끝났다"며 "언론과 정치 문화에 대한 불신까지 겹치다 보니 상식 밖의 해명을 내놓다가 억지 사과가 돼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는 쇼는 안 한다"고 공언해왔던 윤 후보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식의 사과 패턴이 누적될 경우 고집불통 이미지가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특히 가족 관련 문제를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지 않는 모습은 집권할 경우에도 지도자로서 결격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국민의힘 제공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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