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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검사 스폰서' 포토라인 세운 것은 초상권 침해"
"공인 아니고 원치 않는데도 언론에 노출… 국가, 1000만원 배상해야"
2021-12-19 09:00:00 2021-12-19 09: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고등학교 동창 검사의 '스폰서'로 알려진 사업가 A씨가 검찰이 자신을 강제로 포토라인(수사 기관 앞 사진 촬영 표기)에 세워 초상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국가와 당시 수사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A씨 체포 직후 관할 검찰청 차장검사가 언론사 기자들에게 체포사실을 미리 알려준 사실 등이 인정되고, 체포·구속으로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수사기관은 원치 않는 촬영 등 상황에 놓인 피의자에 대해 호송·계호 등의 업무에 중대한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얼굴을 가리거나 제3자의 접촉을 차단하는 등 초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또한 “수사기관 공무원들은 호송차량에서 내리기 전 A씨의 얼굴을 가릴 수 있도록 해주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A씨에 대한 촬영, 녹화, 인터뷰가 가능하도록 방치하는 등 구속 피의자인 A씨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해 A씨의 명예와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이 같은 원심판단에 수사기관의 공보행위, 보호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고교 동창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로 알려진 인물이다. 현직에 있던 김 전 부장검사에게 수천만원 규모의 금품 등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2016년 구속 기소됐다.
 
당시 2016년 9월 A씨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도주했다 체포돼 법원으로 호송됐다. 법원 정문 부근에 대기 중이던 언론사 기자들은 A씨가 도착하자 촬영을 하고 질문을 했다. A씨는 김 전 부장검사와의 유착관계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취재에 응한 뒤 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이로 인해 A씨는 얼굴이 노출된 채 호송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 취재에 응하는 모습 등이 찍혔다.
 
2년여의 재판 끝에 2018년 12월 A씨는 1000만원의 벌금형을, 김 전 부장검사는 A씨에게서 향응 등을 제공받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원을 확정 받았다
 
이후 2019년 A씨는 3년 전 법원으로 호송되던 때 검찰이 자신을 억지로 포토라인에 세워 고통 받았다며 국가와 검사·수사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수사관들이 얼굴 등을 가려달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강제로 포토라인에 세운 것은 자신의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가 도피 도중 언론사 기자에게 김 전 부장검사와의 유착관계를 폭로해 스스로 언론의 관심을 유도한 점, 호송차량에서 내린 후 바로 인치장소로 진입하지 않고 기자들의 다수 질문에 답변한 점 등에 비춰보면 A씨가 초상의 촬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수사관 등에게 명백하게 인식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은 구속된 피의자인 A씨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해 위법한 일련의 작위 및 부작위를 통해 A씨의 명예와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인정된다”며 1심 판결을 깨고 A씨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A씨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로서 어떠한 의미에서도 ‘공인’ 또는 ‘공적 인물’이라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신원 및 초상 공개를 정당화할 사유가 없으므로 A씨는 사진 및 동영상 촬영으로 위법하게 초상권을 침해당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일부 언론사에 검사들의 비위 등을 제보한 경위와 그 내용 등에 비춰 보면 스스로 언론의 관심을 받거나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한 것은 신체가 결박돼 자신의 힘으로는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비굴하거나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국가가 A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스폰서와 수사 무마 청탁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2017년8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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