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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발견, 칭찬은 못할 망정…도 넘은 남아공 '낙인찍기'
남아공, 변이 등장 신속 보고…입국 금지 제한 '부메랑'
변이 확정 전 미국서 이미 발병…유럽서도 지역 감염
말 바꾼 파우치 "델타변이보다 덜 위험해 보여"
2021-12-08 06:00:00 2021-12-08 06: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오미크론 변이에 신속하게 대응했지만, 오히려 국제사회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남아공발 변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을 두고 국제기구가 잇따라 비판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 질환 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초기 보고 결과를 낙관적으로 보며 남아공 등에 대한 여행 제한을 해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우치 소장은 확실한 정보를 이끌어내려면 더욱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까지로 봐서는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크지 않아 보인다고 CNN는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는 여행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남아공은 새 변이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달 24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변이 발생 사실을 보고했고, 세계보건기구는 26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새 변이를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남아공은 지난해 베타 변이에 이어 올해 오미크론 변이를 확인해 전 세계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데 기여했다
 
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근 한 병원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남아공 의료진은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들이 속단하긴 이르지만 지금까지 대부분 가벼운 증상만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기원이 2년째 미궁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제사회가 코로나19를 공식적으로 인지한 것은 지난 2019년 12월31일이었다. 중국이 당시 후베이성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했다고 보고하면서다. 당시 중국은 바이러스의 기원이 유럽이라고 주장하며 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아직까지 코로나19 발병지가 중국 우한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남아공의 모범적인 대처에도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5일 영국은 가장 먼저 남아공을 비롯한 남아프리카 지역 6개국을 입국 제한 국가 목록(레드 리스트)에 올렸다. 오미크론 변이가 보고된 지 불과 하루 만이었다.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 싱가포르 등도 남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내렸다.
 
남아공 등 아프리카 입국 제재는 갈수록 명분을 잃고 있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미크론을 명명하고 우려변이로 정하기 전부터 미국에 변이 바이러스가 존재했다는 보고까지 나왔다. 미국 오미크론 확진자는 남아공이 WHO에 변이를 보고한 날짜(24일)보다 하루 앞선 것으로도 밝혀졌다.
 
유럽에서도 남아공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 직후 오미크론 변이의 지역 내 전파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이미 유럽 내에서도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진행 중이었다는 방증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 각국이 남아공을 상대로 여행제한 조치를 취한 것을 두고 “여행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를 피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여행제한은 새로운 변이가 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계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는 아프리카를 폐쇄시키는 것”이라면서 “이는 일종의 '낙인찍기(stigmatization)'이자 부당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의학연구위원회도 “남아공은 새 변이를 발견한 뒤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를 공유했는데, 박수를 보내는 대신 여행 제한 조치가 취해졌다”며 “미래의 정보 공유 의지를 위협하고, 글로벌 연대를 약화한다. 정보 공유에 대한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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