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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차르'…첫 일성은 "코로나 피해계층 복구"
2012년 경제민주화 판박이…민주당 이슈 선점하며 서민표심 공략
2021-12-06 15:56:12 2021-12-06 15:56:12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복귀 첫 일성은 코로나 장기화로 피폐화된 민생의 복구였다. 2012년 경제적 불평등 심화 속에 '경제민주화'를 제시, 민주당의 이슈를 선점하며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끌어올린 것과 같은 전략이다. 반성과 쇄신 속에 '민생'을 최우선 기치로 내건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다급해지게 됐다. 
 
김 위원장은 6일 한 라디오에서 "지난 2년에 걸친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경제적으로 황폐해진 사람들을 어떻게 소생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 1호 공약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가 2년간 지속되면서 양극화가 더 심각해졌다"며 "다음 대통령이 처음부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아주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에 국가가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에 대해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라며 "심각한 당면 과제를 국가가 방치할 수 있나.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서도 같은 지점을 바라봤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정책 등을 언급하며 분노하는 정권심판 민심에 불을 붙였다. 특히 "적절한 보상 없이 규제만 앞세운 코로나 방역 조치는 700만 자영업자들을 실의와 절망에 빠뜨렸다"며 "벼랑 끝에선 민생과 경제를 되살리며 공정과 상식 기조를 바로 세울 대장정의 출발점에 섰다"고 정권교체를 시대 사명으로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로 하여금 '경제민주화' 의제를 꺼내 중도층 공략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재벌개혁까지 더해지면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전선을 규정짓지 못했다. 48.02% 대 51.55%의 초접전이었던 2012년 대선에서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담론은 '신의 한수'로 작용, 박근혜 후보가 승리를 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연장선상에서 이번 대선을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양극화 해소와 특히 피해계층인 자영업자 복구에 방점을 찍은 김 위원장의 구상이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수도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전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윤석열 캠프 제공
 
아울러 김 위원장은 윤석열 후보에게 중앙선대위 내에 후보 직속으로 '약자와의동행위원회' 설치를 제안했고, 윤 후보가 이를 맡도록 됐다. 대선 승부처로 떠오른 청년표심을 의식해 '내일을생각하는청년위원회'도 후보 직속으로 배치했고, 위원장 역시 윤 후보가 겸하도록 했다. 당내에선 이를 두고 "선거에 투영되는 민심을 정확히 읽을 줄 안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야를 넘나든 김 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보수정당에선 진보정책을, 진보정당에선 보수정책을 펴는 식으로 중도로 외연을 확대해 선거에서 승리하는 전략을 펴왔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내놓은 양극화 심화 속 코로나 피해계층 복구 역시 복지와 분배, 사회안전망을 중시하는 진보 아젠다에 속한다.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2012년 '경제민주화' 담론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 해결과 관련한 정책들이 이번 대선에서도 잇달아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괄상황본부장에 임명된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제적 피해 대책과 관련한 정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2012년 경제민주화 담론에서 이번엔 '약자를 돕겠다, 양극화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쪽으로 약간 방향을 돌렸는데, 이는 경제민주화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규정했다. 장 교수는 "김 위원장이 1호 공약으로 제시 예정인 '코로나 피해계층 복구'는 경제민주화라는 그의 기본적인 철학과 가치관을 지키면서 상황에 맞게 코로나로 어려워진 사람들을 돕기 위한 업그레이드 된 표현"이라며 "이번 대선에서도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사진/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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