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0일 광주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 일정에 돌입했다. 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비에 참배한다.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꾀하는 한편 국민 통합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의미다. 다만, 광주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5·18민주묘지 참배가 사실상 좌절되며 첫 걸음부터 꼬인 형국이다.
윤 후보는 이날 전남 화순에 위치한 고 홍남순 변호사 생가 방문을 시작으로 호남 일정에 나섰다. 유족들은 "대선 후보 중 첫 방문"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고인은 5·18 민주화운동을 이끈 대표적인 인권 운동가로, 광주의 '큰 어른'으로 불린다. 5·18민주묘지 참배에 앞서 고인의 생가를 먼저 찾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자신의 존중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다음으로 호남의 심장 광주를 찾았다. 하지만 성난 민심 앞에 윤 후보는 크게 당황해야만 했다. 윤 후보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입구에서부터 그의 묘역 참배를 반대하면서 경찰과 서로 뒤엉키는 등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오월어머니회 등 5·18 관련 시민단체 회원들과 대학생들은 윤 후보 도착 예정시간보다 일찍 자리를 잡고 연좌농성을 벌이는 등 윤 후보의 진입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마스크를 쓴 윤 후보의 표정에서도 착잡함이 묻어났다. 이리저리 주위를 살피는 모습에서는 긴장감도 역력했다. 결국 묘역 참배를 못하고 중간에서 멈춘 윤 후보는 준비해 온 사과문을 꺼내들어 "저의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목소리는 우렁찼고, 사과드린다는 대목에선 고개를 푹 내리며 진심을 담으려 애썼다. 윤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 지켜봐 달라"며 성난 호남 민심을 달랬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 마음은 제가 오늘 이 순간 사과드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처 받으신 국민, 특히 광주시민 여러분께 이 마음을 계속 갖고 가겠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다만 무릎 참배를 할 생각이 있는지 묻자 "이 마음을 계속 유지해서 갖고 가겠다"고만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하기 전 학생들이 반대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전두환 미화' 발언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윤 후보의 호남 방문을 놓고 광주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긴장감에 휩싸였다. 사과의 수위와 전두환 기념비를 밟을지, 또 이를 바라보는 광주 민심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장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무릎 참배'에 빗대, 인상적인 사과는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장이 아수라장이 된 탓에 전두환 기념비 쪽으로는 가지도 못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목포로 이동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옛 참모들과 만찬을 한다. 11일 오전에는 전남 목포에 있는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찾는다. 윤 후보 측 김병민 대변인은 "목포는 김대중 전 대통령 고향"이라며 방문에 의미를 뒀다. 같은 날 오후에는 김해 봉하마을로 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민주당이 배출한 역사적 인물로 국민들 평가 또한 높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마음을 주지 못하는 중도층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행보로밖에 볼 수 없는 이유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협위원회를 방문,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그야말로 정치는 잘 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성난 민심에 마지못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하필 사과 당일 이른바 '개 사과' 사진을 SNS에 올려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 받았다. 역사인식의 부재도 질타 받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뉴시스
광주=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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