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여의도 차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놓고 주도권 싸움에 돌입했다. 파열음이 거세질 경우 이준석 대표까지 가세하는 확전을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차 힘겨루기는 이미 시작됐다. 윤 후보는 당 대선후보로서의 공식 업무 첫날인 8일 후보 비서실장에 최측근이자 경선캠프를 진두지휘했던 권성동 의원을 발탁했다. 김 전 위원장이 등판 선결조건으로 기존 캠프 해체를 내건 상황에서 윤 후보가 자신의 측근을 비서실장에 임명해 버린 것이다. 당무 우선권을 가진 대선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지금의 캠프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며 전면 개편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지난 7일 선대위 구성 방안을 언급하면서 "(경선)캠프에 있던 사람들을 내보낸다는 뜻이 아니다"며 기존 캠프 인사들의 재등용 의지를 밝혔다. 윤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참패하고도 당원투표에서의 대승으로 홍준표 후보를 꺾을 수 있었던 터라, 일등공신인 전·현직 의원들을 쉽사리 내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던 차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뉴시스
김종인 "자리 사냥꾼들만 모여…윤석열, 선대위 구성 냉정하게 판단해야"
이에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냉정하게 생각해서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20대 대선을 말하다' 특별 대담에 출연해 "윤 후보가 당심에선 상당한 격차로 이겼지만 일반 여론조사를 보면 11%포인트 차이로 졌다"며 "그게 뭘 의미하는지 깨닫고 앞으로 본선을 위해 어떤 형태의 선대위 구성을 해야 할 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또 "아직은 내가 총괄선대위원장 제의도 받은 적 없고, 윤 후보로부터도 그런 데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게 될 것 같으면 선거를 책임지고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확신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라며 "선대위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하는 그림을 제시해야만 판단할 수 있다"고 사실상 전권을 요구했다. 아울러, 그간의 경험을 예로 들며 "공식 후보가 되기 전과 공식 후보가 된 다음에 좀 변하는 성향들이 있다"며 윤 후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
앞서 윤 후보 캠프를 "파리떼"로 표현했던 김 전 위원장은 이번에는 "자리 사냥꾼"으로 규정했다. 그는 "혹시나 대통령 되면 무슨 덕을 보지 않을까 (하는)이런 사람들만 모이게 돼 있다"며 "그런 사람들을 제대로 선별 못하면 후보 당선에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당선이 된다 해도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지금 냉정하게 판단할 것은, 지금의 캠프가 자기를 후보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책무감에서 이 캠프를 갖고 대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선대위의 전면적 개편을 요구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 사진/뉴시스
이준석 "새로운 사람 들어오기 위해 공간 만들어줘야"
이준석 대표는 같은 날 라디오에서 "(김 전 위원장의 선결조건은)선대위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기존에 열심히 하셨던 분들이 일정 부분 공간을 만들어주는 행보를 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후보는 어쨌든 승리한 캠프이고 공이 있는 분들을 배제하거나 이런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두 사람 사이의 이견을 전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선대위 전면 재구성이라는 김 전 위원장의 의중을 전하는 형식으로 윤 후보에 대한 공개적 압박에 가세했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앞서 이 대표도 윤 후보 측 인사들을 "하이에나"로 비유하면서 캠프 인적쇄신의 필요성에 대해 김 전 위원장과 의견을 같이 했다.
여권에서도 김 전 위원장의 등판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가 궁합이 안 맞을 것"이라며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우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스타일에 대해 "윤 후보의 당선을 위해 '나는 뭐라도 하겠다' '얼굴이라도 빌려주겠다' 이런 선택을 하시는 분이 아니다"며 "결정권을 쥐시려고 한다. (영입하려면)김종인표 비전, 구체적인 정책까지 받아주겠다고 오케이를 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20대 총선을 지휘하며 공천권까지 행사한 사례를 잘 알고 있다. 당시 그는 원내대표로 김 전 위원장과 호흡을 맞췄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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