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킹 메이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김 전 위원장은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수차례 회동하며 측면 지원했다.
이제 시선은 그의 등판 시점으로 모아졌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 회동 당시 "내가 어떻게 결심할 지 11월5일이 경과해 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11월5일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날로, 후보에 따라 도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는 또 "내년 대선은 이재명 대 윤석열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해, 홍준표 후보 등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듣기도 했다.
그의 예측대로 윤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면서 곧 꾸려질 선거대책위원회 인선부터 김 전 위원장이 관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캠프를 향해 "파리떼"라고 말할 정도로 못 마땅해했다. 전권이 주어지는 총괄 선대위원장이 아니면 고사할 가능성도 크다. 한 관계자는 7일 "김 전 위원장의 등판은 선대위 인선 뿐 아니라 정책 등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후보 선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위원장을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느냐'는 질문에 "경선 과정에서 유익한 조언도 해줬고 도와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그간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김 전 위원장을 모셔야 한다"며 대선 승리의 마침표로 김 전 위원장의 합류를 생각했었다.
김종인 등판, 기대만큼이나 우려 짙어…선대위 인선 두고 윤석열과 마찰 '전망'
이 대표는 대선후보 선출 다음날인 6일 서울 마포의 한 식당에서 윤 후보와 오찬 회동한 뒤 "이달 중 선대위를 무조건 구성할 수 있도록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정도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윤 후보가 경선에서 뛰었던 후보들을 차례로 만나는 등 화학적 결합까지 최소 2~3주의 시간이 예상된다.
이를 감안하면 김 전 위원장이 이달 말쯤 정치권 전면에 재등장할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그의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오는 15일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정치 여정을 담은 만화책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출판기념회를 연다. 발간위원장은 금태섭 전 의원이 맡았다.
김 전 위원장의 등판에 따른 기대는 크다. 정무적 감각이 탁월한 데다, 판을 읽는 눈과 수에 있어서는 여야 누구도 그와 대적하기 힘들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때문에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문재인 등 여야를 넘나들며 구원투수로 등판, 킹 메이커로 역할했다. 다만 고집스런 그의 성정과 전권을 중시하는 까닭에 때때로 마찰도 빚어졌다. 여기에 우려가 있다. 이 대표가 그를 철저하게 신뢰하고 따르지만, '대장' 기질이 강한 윤 후보와의 궁합이 어찌 전개될 지는 알 수 없다. 국민의힘은 대선후보 선출 이후부터 당무우선권이 후보에게 넘어간다. 자칫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마찰을 빚게 되면, 이는 이 대표와의 전면전으로 확전될 수 있다.
1차 고비는 선대위 인선이 될 전망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지금의 캠프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며 전면 개편 의사를 전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고심해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당심이 없었다면 윤 후보의 승리는 있을 수 없었다. 거꾸로 말하면 캠프 전·현직 의원들의 조직력과 도움이 절대적이었다는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일등공신들을 내치는 선대위 인선안을 고집할 경우 윤 후보도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자, 하태경 윤석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사실상 전권을 맡기는 방식으로 캠프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걱정은 김 전 위원장의 노회한 이미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을 서로들 모시려 하지만 일반 국민, 특히 2030이 그의 합류를 어찌 바라볼 지는 알 수 없다"며 "2030 표심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노회한 그의 이미지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김 전 위원장과 홍준표 후보 간 악연이 원팀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비대위로 당을 이끌 당시 유독 홍 후보의 복당만 불허한 바 있다. 홍 후보는 7일 "이번 대선에서 저의 역할은 전당대회에서 밝힌 대로 거기까지"라며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의혹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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