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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자산관리 키워드 ‘몸조심’
‘영끌’가계, 대출이자 증가 대비…과거 원자재 상승기 주가 오른 곳은?
‘대피소’ 리츠도 금리 오르면 배당 줄인다
2021-11-08 02:30:00 2021-11-08 02:3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발표와 맞물려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다.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질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어서 자산배분에서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은 지난 3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이달 말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지금까지 미 국채 800억달러와 주택저당증권(MBS) 400억달러 등 1200억달러의 채권을 매달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공급했다. 
 
테이퍼링은 이 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을 말한다. 연준은 매달 150억달러씩 감액할 계획이므로 8개월 후엔 채권 매입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공급하던 자금을 차츰 줄이는 것이지 당장 유동성 회수에 나선 것은 아닌데도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테이퍼링의 끝에 기준금리 인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은 시중에 풀린 돈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지금까지 유동성의 힘으로 오른 증시가 테이퍼링 소식에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경우 돈으로 버티는 사이에 경기가 회복돼 큰 문제가 없지만 우리 경제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자재를 수입해서 가공, 수출하는 것이 경제성장의 핵심인데 원자재가격은 뛰고 수출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수출의 선두에 선 반도체, 자동차 등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에도 반영되기 시작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물가와 금리, 경제성장률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금처럼 경제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물가가 뛰는 경우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주 낸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고부채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25bp(0.25%p) 인상될 경우 3분기에 걸쳐 경제성장률을 최대 0.15%p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주식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이를 가리키는 용어인 ‘TINA’ 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특정 주식종목으로 수익 내는 것보다 전체 자산관리,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출관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시중금리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집값이 많이 올라 대출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는 환경이었고 또 계획보다 빨리 ‘영끌’로 집을 산 수요자도 많았다. 이들은 무리해서 집을 샀기 때문에 가계에서 대출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할 것이다. 시중금리가 올라 대출이자가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지출을 줄이고 투자자산도 줄여 현금화해야 한다.  
 
채권은 기피 대상이다. 특히 만기가 긴 장기물은 역레버리지 효과가 커 무조건 피해야 한다. 이를 역으로 활용해 채권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는데, 물론 수익은 얻겠지만 투자금 대비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는 헤지 수단이 필요한 자산가들에게 적합한 투자로, 소액투자자에겐 인버스 채권보다 현금을 보유하는 편이 낫다. 현금은 전체 포트폴리오에 안정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을 때 즉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투자자에게 도움이 된다. 
 
‘그래도 주식’이라는 투자자라면 원자재가격 상승의 파급효과를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과거 정상적인 금리·물가 상승기에서는 원자재가 상승이 이익을 키워준 철강, 화학, 자동차, 조선 등 중후장대 종목들이 좋은 성과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공급-수요 사슬의 문제로 이에 속한 종목들이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과거의 흐름을 다시 반복할지 여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지켜볼 가치는 있다.   
 
요소수 품귀 사태의 한편에서 화학비료 제조업체가 주목받는 현상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 비료가격이 뛰면 먹거리 가격도 오르는 것이 이치다. 원자재가 상승은 구석구석 세밀한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는 변수이므로 아직 시장에 드러나지 않은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불안한 시기 안정적인 배당주로 피신하겠다며 찾는 종목 중 하나가 리츠(REITs)인데, 리츠는 부동산 매입을 위해 대출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자비용 증가로 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한다. 
 
삼성증권이 지난 7월에 발간한 보고서를 참고하면, 주요 리츠의 조달금리가 10bp 상승할 경우 신한알파리츠의 배당은 5.6% 줄고, 이지스밸류리츠와 코람코에너지리츠 -2.6%, ESR켄달스퀘어리츠 -2.0% 등 대부분의 배당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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