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국민의힘, 다시 직면한 '탄핵의 강'
입력 : 2021-09-28 06:00:00 수정 : 2021-09-28 06:00:00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 앞에 다시 섰다. 국민의힘 대선 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탄핵의 정당성을 흐리는 발언들이 나오면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도 당연하다는 듯이 제기됐다. 박 전 대통령을 등지고서는 당의 핵심 지지층이 있는 대구·경북(TK)의 보수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후보들의 판단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 '배신자 프레임' 공세를 받고 있는 유승민 후보는 지난 26일 TV토론에서 윤석열·홍준표 후보를 상대로 반격에 나섰다. 윤 후보를 향해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45년 구형을 했던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몰아붙였고, 홍 후보에게는 박 전 대통령을 '향단이'로 지칭한 것도 모자라 "탄핵당해도 싸다"고 말한 점을 문제 삼았다. 유 후보는 자신이 배신자 공세에 시달리고 있지만, 윤석열·홍준표 두 사람이야말로 '진짜 배신자'라는 점을 의도한 노림수다. 일종의 '물귀신 작전'으로도 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제 후보들 모두가 동의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윤 후보조차 "그 정도 했으면 이제 댁에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윤 후보는 당시 검사로서 맡은 소임을 다한 것이라면서도 "사면은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에 '판결과는 별개'는 입장이다.
 
미래 담론을 중심으로 논쟁이 펼쳐져야 할 대선 토론회가 '박근혜 탄핵'이라는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바랐던 방향도 아니다. 전당대회 당시 당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탄핵은 정당했다"며 탄핵의 강을 건넜던 이 대표로서는 현 상황이 씁쓸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대표는 "여야를 불문하고 탄핵의 강에 들어가는 쪽이 (대선에서) 진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염려에도 대선 후보들은 이미 탄핵의 강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탄핵 책임론에 대한 문제 제기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주자들의 입장도 정리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는 후보들의 발언은 이제 일상이 됐다. 특히 사면 관련해서는 대선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당심 비중이 높아지는 국민의힘 경선 일정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을 비롯한 보수 표심에 기대려는 '집토끼' 전략으로 봐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여전히 대구·경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전략이 딱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백 번 양보한다 해도 국민들이 지켜보는 TV토론에서 주된 화두로 끌어올릴 내용은 분명 아니다. 탄핵 이후 '잘못했다', '변하겠다'고 용서를 빌었던 것도 어제 일이 됐다. 20대와 30대, 젊은 층이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냈던 것은, 공정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위선에 가득찼던 집권여당의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이들이 다시 탄핵 탓을 하는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줄 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민심은 변할 수 있기에, 무섭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지난 6월 당시 이준석 당대표 후보의 발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제 손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박근혜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을 비판하고, 통치불능의 사태에 빠졌기 때문에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 제가 당 대표로 직을 수행하는 동안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면론 등을 꺼낼 생각이 없다."
 
박주용 정치부 기자(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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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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