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정부가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 신호를 연일 보내고 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요 공급 대책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에 반대하는 지역이 곳곳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사태로 인한 공공기관 불신과 주민들의 민간 정비사업 선호, 정부의 반강제적인 후보지 지정이 이 같은 반발을 부르는 모습이다. 공공 주도의 공급이 벽에 부딪히고 있는 만큼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미아역 동측 인근 토지 등 소유자는 국토교통부와 LH, 강북구청 등에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선정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제출했다. 미아역 동측은 정부가 고밀 개발해 623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 지역이다.
정부식 주택 공급 사업에 반대하는 곳은 이 곳뿐만이 아니다. 영등포구 신길4구역도 후보지 철회를 요청했다. 신길4구역 주민 등으로 꾸려진 신길4 민간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주민들의 철회 동의서를 지난달 1차로 제출했고, 2차분도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신길4구역에서 1199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이밖에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후보지에서도 주민들이 후보지 선정 철회 요청서를 제출했다. 동대문구 용두역세권 후보지도 조만간 철회 요구서를 관계기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서울 외에 지방에서도 주민들이 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지정을 철회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 옛 전포3구역 △부산 옛 당감4구역 △대구 달서구 신청사 인근 등이다. 용두역세권을 비롯한 총 7개 후보지에서 반대 여론이 거세다. 이들 지역에서 계획된 공공주택복합사업 물량은 약 1만5000가구다.
공공주택복합사업이 암초에 부딪힌 건 공공기관 불신의 영향이 크다. LH 땅 투기 사태 이후 정부 주도의 사업에 전국민적으로 불신이 강해졌다. 공공주택복합사업 역시 LH가 참여하는 사업이다. 주민들 사이에선 LH가 사업설명회 등도 제대로 열지 않으면서 사업 내용에 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공공 주도의 개발을 진행할 경우 임대아파트가 늘어날 수 있다며 민간 정비사업을 선호하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미아역 동측 주민들이 후보지 지정을 철회해달라는 이유에도 고밀도 LH 임대 아파트가 대규모로 들어서면 주거 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포함돼 있었다. 신길4구역과 당감4구역, 전포3구역도 민간 정비사업을 추진하던 중에 공공 사업의 후보지가 돼 난감한 기색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일방적인 후보지 지정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은 사업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토지주 10%의 동의를 얻어 국토부나 지자체에 복합사업 지구지정을 요청한다. 지역 주민들을 대표하기 어려운 소수의 동의만으로 후보지를 지정하다 보니 갈등이 생기고 공급 대책이 삐걱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10%의 동의만으로 톱다운(top down) 방식의 공급 대책을 내놓다 보니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주택 공급에 관해서는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추진하는 보텀업(bottom up) 방식이 낫다”라고 지적했다.
공공주도 방식의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나는 만큼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업성이 충분한 곳은 민간 정비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하면 빨리 공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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