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내 빌라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민간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수순으로 끌고 가려던 여당이 한발 물러났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피스텔이나 빌라, 원룸 등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은 물론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도 계속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분간 민간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여름철 비수기에도 전세시장이 들끓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라도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갈팡질팡하는 당정의 모습으로 정책 신뢰에 연일 금이 가면서, 시장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비아파트 임대등록사업 제도 폐지안을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6월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모든 주택에서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뒤집은 셈이다.
당초 여당은 지난해 7월 아파트 등록임대 제도를 폐지한 후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부문에서도 등록임대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여당은 임대사업자 제도가 다주택자들의 투기 뒷구멍이 됐다며 이 같은 방침을 세웠으나, 제도를 없앨 경우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이 더 커질 수 있어 약 세 달만에 발을 뺐다.
여당의 방침 철회로 전세 시장은 한숨 돌린 모습이다. 시장에선 여당이 임대사업자 폐지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수급 균형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비아파트 부문의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는 전세 공급 역할을 하던 다주택자 매물을 매매 시장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불 난 전세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주차(8월2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주간 전세가격지수는 전 주 대비 0.17% 올랐다. 전 주인 7월 4주차(7월26일 기준) 상승률 0.16%보다 오름세가 강해졌다. 여름철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상승곡선이 가팔라지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여당의 방향 전환에 ‘일단은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사업자 제도를 도입한 이후 전월세 시장은 안정됐다”라며 “시장 안정화 측면에서 볼 때 여당의 방침 철회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도 “임대사업자에 순기능이 있다는 걸 인지한 것”이라며 “방침 철회는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당정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신뢰도가 떨어져 정책 약발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책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 바뀌지는 않을지, 매수자·매도자와 같은 시장 참여자들이 팔짱 끼고 구경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당은 최근 재건축 단지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도 입법 과정에서 백지화한 바 있다.
송 부장은 “주택 시장은 심리적 요인이 크다”라며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면 시장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이 제시하는 정책은 시장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정책 방향성 자체가 쉽게 흔들리면 시장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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