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 "고객님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특별신용보증 대출' 승인 대상입니다. 저희○○은행과 행복한 하루 되세요." 생애 처음으로 대출 신청을 한 2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승인을 기다리던 동안 이런 문자를 받고 승인이 된 것으로 오해했다. 자세히 읽어보니 상품 내용에는 '영업일 경과시 대출 신청 철회' 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놀란 A씨는 급하게 기재된 상담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으나 금융 피싱이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관련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문자 내용에는 '정부 특례 보증 대출'이라는 그럴싸한 명목을 내세웠다. 시중은행명이나 신용보증재단 등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에서 발송한 메시지로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든 뒤 전화를 걸게 유도하는 방식으로 피싱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대출 신청 기간이 촉박하다거나 금리를 대폭 깎아준다는 식으로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들을 불안한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하는 수법이다. 대출한도와 필요한 서류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할 뿐만 아니라 자동응답(ARS) 서비스 기능까지 갖췄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서울 지역번호 '02'가 적힌 문자를 보낸 후 소비자가 전화를 걸면 ARS 서비스로 연결된다. 소비자가 번호를 남기면 사기범에게 연락이 오는데, 저금리에 대출을 해준다면서 선입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휴대폰에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해 금융소비자를 속이는 등 피싱 범죄도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 승인 대상이라는 비슷한 문자를 보고 자신도 대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냐고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면서 "정부가 보증하고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대출 상품인 것처럼 속여 코로나19로 생계가 막막한 소상공인이나 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노리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대출 관련 스팸은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스팸 차단 앱 후후 운영사인 후후앤컴퍼니가 2분기 접수한 신고건수는 692만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5만건 늘었다. 이 중 '대출 권유' 유형의 신고건수는 225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만건 증가했다. 단일 유형 건수가 200만건을 넘은 것은 후후 집계로는 처음이다. 반면 스팸문자의 주된 유형이었던 '주식·투자'나 '불법 게임·도박' 등은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은행이 문자로 대출상품을 안내하는 경우는 없는 만큼, 반드시 해당 회사 대표 전화번호나 창구를 통해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시중은행 대출창구 한 장면.사진/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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