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디지털 혁신시대(Digital Innovation)로 인한 '신기술 투자'와 친환경 경제(Green Economy) 이행을 위한 '그린 투자'가 글로벌 투자를 주도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글로벌 투자 호조세를 제약하는 팬데믹발 불확실성 요인이 상당한 만큼, 장기적인 성장 동력에는 한계가 따를 전망이다.
25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최근 글로벌 투자 동향과 향후 여건 점검(해외경제 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 확대·백신 접종 속도 여파로 선진국과 신흥국 투자 모두가 동반 회복세를 나타내는 추세다.
경제헙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7개국(G7) 선진국 투자 지수(2019년 4분기 100 기준)를 보면, G7 국가 투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작년 2분기 90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해 4분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후, 올해 1분기 지수가 100을 넘기는 등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미국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민간 투자가 빠르기 때문이다.
신흥국도 브라질, 인도의 투자 증가세가 뚜렷하다. 한은은 올해 1분기 중 인도 투자 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9%, 브라질은 무려 17% 증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신흥국의 경우 내수 부진에도 불구, 선진국의 상품 소비 증가에 따른 수출 호조가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한은 측은 글로벌 경기회복, 주요국의 재정지출 확대, 경제활동 정상화, 저금리 환경 기조로 내년까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점차 둔화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한은은 단기적 글로벌 투자의 주요 이슈로 신기술 투자와 그린 투자를 꼽고 있다. 향후 디지털 혁신 등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중심의 무형자산투자 등 신기술 투자가 글로벌 투자를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무형자산투자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경우 지난 2010년 5%에서 올해 1분기 6.7%까지 증가했다. 유럽연합(EU)도 같은 기간 3.6%에서 4.7%까지 늘었다.
특히 올해와 내년에는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 가속화, 4차 산업혁명 진전 등으로 신기술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공급 확대에 따른 투자수익률 하락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소지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디지털 혁신 및 친환경 경제로의 이행에 필요한 투자 수요가 큰 폭으로 늘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투자 증가가 경기 회복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새로운 투자 열풍의 시작인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친환경 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재생 에너지, 친환경 설비 등 그린 투자도 주목할 부분이다.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 대책과 성장전략을 접목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관련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나가는 추세다. 기업도 정부 정책에 대처하며 소비자, 투자자의 친환경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 친환경 설비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린 투자 확대는 화석 에너지 등에 대한 민간투자 감소로 상쇄돼, 글로벌 투자 확대 효과도 제한적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철강, 시멘트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장들이 그린 투자 확충에 소극적인 점도 주된 이유다.
한은 관계자는 "당분간 글로벌 투자는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소비 회복과 더불어 글로벌 경기 개선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국의 재정지출 확대, 백신 접종 확대 등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가 커지는 데다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도 양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투자는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팬데믹 이후의 세계 경제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에서, 투자 흐름이 불규칙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향후 신기술 및 친환경 투자가 계속 주목받겠지만 글로벌 투자를 장기간 견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25일 '해외경제 포커스-최근 글로벌 투자 동향과 향후 여건 점검' 보고서를 발표하고, 내년까지 글로벌 투자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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