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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유메디칼, 잇따른 풋옵션에 유동성 악화…유증 통한 재무개선 성공할까
유증 통한 재원 마련으로 CB 상환…기존 발행 주식의 55%, 보호예수 없어
2021-07-22 06:00:00 2021-07-22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응급의료기기 전문기업 씨유메디칼(115480)이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누적된 적자와 잇따른 전환사채(CB) 조기상환(풋옵션) 요구로 유동성 리스크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 중 대부분은 과거 발행한 CB의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유메디칼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시행한다. 오는 29~30일 구주주 청약을 진행한 뒤 내달 3일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1차 발행가액은 주당 1035원으로, 1500만주를 발행해 155억2500만원을 조달한다. 최종 발행가액은 26일 확정될 예정이며, 구주 1주당 신주 0.5582주를 배정한다.
 
씨유메디칼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을 채무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109억2200만원을 CB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며, 나머지 46억원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 현재 씨유메디칼이 발행한 미상환 CB는 제7~10회차 CB 138억6000만원 규모다. 이번 유증을 통해 제7~9회차 발행 CB를 상환할 예정이다.
 
앞서 씨유메디칼은 타법인 취득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CB를 꾸준히 발행해왔다. 문제는 씨유메디칼이 CB를 발행한 이후 주가가 지속 하락했다는 점이다. CB는 조건에 따라 주가 하락 시 주식으로 전환되는 가격을 낮출 수 있는데, 현재 미상환 CB 중 10회차를 제외한 7~9회차 CB는 모두 전환가액이 최소한도까지 조정(리픽싱)됐다.
 
2019년 2079원에 발행한 7~8회차 CB가 최초 발행가의 70%(리픽싱 한도)인 1897원까지 내렸고, 지난해 발행한 9회차 CB도 최초발행가 2124원에서 리픽싱 한도인 1487원까지 조정됐다.
 
CB 전환가가 한도까지 내려가면서 7~9회차 CB의 풋옵션 행사가 잇따랐다. 지난 5월에만 약 10억원 규모의 7~8회차 CB 풋옵션이 행사됐고, 작년에는 64억원 규모의 CB(4~5회차)가 만기 전 상환됐다. 더 이상 CB의 리픽싱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풋옵션이 잇따르자 사채를 막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셈이다.
 
씨유메디칼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CB 상당분을 상환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유상증자 성공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회사는 지속적인 당기순손실 등으로 현금흐름이 악화하고 있다.
 
씨유메디칼은 심장충격기(AED) 및 의료용 로봇 제조 등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데, 2016년부터 진행한 애플 VAR(Value Added Reseller) 사업부에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작년에는 매출 원가율이 99.65%까지 오르며 애플 VAR 사업부에서만 11억4600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손실이 436억원, 당기순손실이 246억원이 발생했으며, 미처리결손금은 186억원을 나타냈다. 1년간 예정된 차입금 및 사채상환 원리금은 약 253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현금흐름 악화에 회계법인 세일원은 지난해 씨유메디칼에 대한 감사의견으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는 기존 발행 주식(2696만9925주)의 55.62% 달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유상증자로 인해 추가 발행 및 상장되는 신주는 전량 보호예수되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인 물량출회에 따른 주가 하락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와 함께 핵심사업인 자동 심장충격기(AED)사업에 기업역량을 집중해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병원경영지원(MSO) 사업을 영위하던 종속회사 대광헬스케어 지분을 매각했으며, 적자 사업부인 애플 VAR 사업 부문을 중단했다. 주 사업인 AED 사업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1분기 AED 사업부 매출은 64억으로 전년 대비 36% 상승했으며, 지난 19일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AED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57억원 규모로 작년 매출의 20% 수준이다.
 
씨유메디칼 자동제세동기 i-PAD CU-SP1. 사진/씨유메디칼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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