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 요구 뻔한데…HMM의 임단협 고민
노조, 임금 정상화·생수비 지원 촉구 전망
호실적 예상되지만 부채비율 여전히 높아
"이제 막 경영난 벗어난 수준…인상 어려워"
입력 : 2021-07-15 05:56:21 수정 : 2021-07-15 05:56:21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해운업 역대급 호황에 HMM(011200) 직원들이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지난 8년간 임금이 동결된 가운데 다른 해운사들이 수익 증가에 따른 성과급 배분에 나서자 그간 쌓인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다만 노동조합의 이런 목소리에도 임금을 올리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산업은행 관리 아래 있어 인상을 자체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데다 아직 부채도 많아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HMM 선원 노동조합인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은 오는 16일 사측과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에 돌입한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해상 운임 상승으로 HMM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회사가 장기 부진으로 경영난에 빠지면서 선상 직원은 2015년부터 6년간, 육상 직원은 2013년 이후 8년간 임금을 동결한 바 있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HMM이 호실적을 거두자 8%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측과 이견이 커 2.8% 상승에 만족해야 했다.
 
HMM해원연합노동조합원이 지난달 29일 HMM 선박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HMM 해원연합노동조합
 
업계 1위인데…"처우 열악해 퇴사 러시"
 
HMM은 국내 1위 컨테이너 선사지만 임금과 성과급 수준은 다른 선사보다 낮은 수준이다. 노조에 따르면 2012년 이후 2019년까지 선원 최저임금은 87% 올랐지만 HMM은 제자리였다.
 
지난해 HMM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해상과 육상직을 통틀어 1인 평균 급여액은 6200만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1위 벌크선사 팬오션의 1인 평균 연봉은 8700만원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다른 해운사들이 이른바 '성과급 잔치'를 할 때도 HMM 직원들은 이를 지켜만 봐야 했다. HMM보다 규모가 작은 고려해운은 올해 초 기본급의 450%를, SM상선은 기본급의 150% 성과급으로 지급했지만 HMM은 코로나19 지원금 명목으로 100만원 지급에 그쳤다.
 
이밖에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생수비 지원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HMM의 주부식비는 1식·1인당 4.3달러(약 5000원) 수준으로 이 또한 10년 이상 올리지 못했다. 선박에선 바닷물을 끓여 식수를 만드는데 최근에는 해상 오염이 심해 항구에 도착할 때마다 생수를 사서 섭취한다. 이에 따라 생수 구매를 위해 주부식비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우가 열악해 선원들의 퇴사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최근 스위스 선사 MSC는 한국 선원 모집에 나섰는데 공고를 낸 지 이틀 만에 마감되기도 했다. 인력 이탈이 많아지면서 남은 직원들의 노동 강도는 더욱 세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정근 HMM해원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선원법상 예비 인력을 전체의 10% 이상으로 구성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못 맞추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새 선박을 계속 들여와도 배를 몰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항에 쌓인 컨테이너. 사진/뉴시스
 
갈 길 먼 '경영 정상화'…임금 인상 쉽지 않을 듯
 
이처럼 임직원 급여와 성과급 수준이 동종 타사보다 낮아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HMM이 노조 요구를 들어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HMM은 산업은행 관리 체제에 있어 임금 인상 등의 주요 경영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HMM 노사는 2018년 10월 산은·한국해양진흥공사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며 경영 정상화 때까지 임금 인상을 최대한 하지 않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산은은 지난해 말 HMM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가능성을 시사하자 "2018년 이후 HMM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이 지원된 점,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원활한 해운물류 지원이 필요한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갈등을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실적 개선을 발판 삼아 지난해 말 자본잠식을 벗어났고 차입금 의존도 줄였지만 여전히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도 임금 인상이 어려운 이유다. 올해 1분기 기준 HMM의 부채비율은 400.8%다. 2019년 492.8%, 2018년 447.6%와 비교하면 줄어들긴 했지만 다른 해운사들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한 수익은 내년 1분기를 기점으로 꺾일 가능성이 높다. 해상 운임은 코로나19로 인한 항만 적체 때문에 상승했는데 백신이 보급된 후에는 지금보다는 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MM은 향후 해외 선사들과의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에 꾸준히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나아지긴 했지만 장기간 경영난에 시달리다 이제 막 회복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막대한 세금도 투입돼 HMM이 현 시점에서 임금 인상을 결정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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