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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흥행과 역선택 딜레마…고민 커진 본경선
선거인단 숫자 늘리려다 역선택 허용 우려, '큰 영향 없다' 반론도
2021-07-12 14:56:00 2021-07-12 14:56: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후보를 뽑을 본경선에 돌입하고 선거인단 모집도 중반을 향해가지만, 경선 흥행과 역선택 딜레마에서 고민하는 모습이다. 선거에서 역선택이란 특정 세력이 특정 후보를 떨어트리고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목적으로 투표, 선거 결과를 왜곡시키는 일이다.
 
12일 민주당은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1차 국민 선거인단 신청을 접수한 결과 총 76만37명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 선거인단에 신청해 주신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에 감사드린다"며 "공정하고 역동적인 경선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적의 후보자를 뽑아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경선 흥행 조짐이라고 했지만, 선거인단 200만명 돌파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양새다. 앞서 2017년 대선 경선 때 민주당은 214만3330명의 선거인단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쉽지 않다. 우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로,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경선연기론이 재점화됐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체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출마, 최재형 전 감사원장 부각 등으로 정권교체 바람몰이 중이다. 반면 여권은 예비경선에서 이슈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이 본경선에서 선거인단을 세 차례 모집하고, 다른 날짜에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슈퍼위크를 도입한 건 경선 흥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 
 
하지만 선거인단 숫자가 늘어나는 건 본경선 때 역선택의 가능성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선거인단) 신청을 완료했다"며 "민주당 국민 선거인단에 신청하셔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어 달라"고 말했다. 보수세력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뒤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선출,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이다. 민주당은 즉각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범죄적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경선 선거인단 숫자를 늘리려고 다수 대중에게 무작위로 선거인단 신청 방법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낸 건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이 경선 흥행에 골몰하면서도 역선택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건 완전국민경선제도 특성 탓이다. 정치권에선 선거인단에 100명이 참여한다고 했을 때 20~30%가 역선택을 하면 선거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완전국민경선제도 특성 탓에 역선택 위험을 인지해도 막을 장치가 없다"면서 "민주당 지지층과 정권재창출을 열망하는 국민들이 대거 선거인단에 참여하는 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역선택 우려는 너무 부풀려졌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은 본경선에서 대의원·권리당원 투표와 국민 선거인단 투표를 각 50%씩 합산해 1인의 대선후보를 정한다. 때문에 실제 역선택의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치러진 지난 2017년 대선 경선에서도 정권교체에 반대하는 일부 보수세력의 역선택이 우려됐지만 실제 경선에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고 않았다"고 말했다.
 
11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 발표식에서 예비 후보들과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이상민 선거관리위원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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